수집가이자 역서가 에두아르트 푹스

사적 유물론자는 역사의 서사적 요소를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역사는 그에게 어떤 구성의 대상이 되는데, 그 구성의 장소를 이루는것은 공허한 시간이 아니라 특정한 시대, 특정한 삶 그리고 특정한 작품이다. 그는 그 시대를 사물화된 ‘역사적 연속성을 폭파하여 거기에서 끄집어낸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그는 한 시대에서 한 특정한 삶을, 필생의 업적에서 한 특정한 작품을 캐낸다. 이러한 구성에서 얻어지는 수확은, 한 작품 속에 필생의 업적이, 필생의 업적 속에 한 시대가, 그리고 한 시대 속에 전체 역사의 진행 과정이 보존되고 지양되어있다는 점이다. 역사주의가 과거에 대한 영원한 이미지를 제시한다면, 역사적 유물론자는 그때그때 과거와의 유일무이한 경험을 제시한다. - P261

한 예술작품에 대한 모든 찬미는, 그 작품의 냉철한역사적인 내용이 변증법적인 인식에 의해 파악되지 않는 한, 공허할수밖에 없다. 이것은 수집가 에두아르트 폭스의 작품이 지향하고 있는 진리들 가운데 첫 번째의 진리에 불과하다. - P264

기술은 명백히 순수한 자연과학적 사태(Tatbestand)가 아니다. 기술은 동시에 역사적인사태이기도 하다. 역사적 사태로서의 기술은 사람들이 자연과학과 정신과학 사이에 세워두려고 한 실증주의적이고 비변증법적인 칸막이를 재고하도록 강요한다. 인류가 자연에 대해 제기하는 물음들은 인류의 생산 상태에 의해 함께 조건 지워져 있다. 이 지점이 바로 실증 - P271

주의가 좌절하는 지점이다. 실증주의는 기술의 발전 속에서 자연과학의 진보만을 인식할 수 있었을 뿐 사회의 퇴보는 인식하지 못하였-
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자본주의에 의해 함께 결정적으로 조건 지워졌다는 사실을 실증주의는 간과하였다. 또한 사회민주주의 이론가들 중에서 실증주의자들 역시 이러한 발전이 이러한 기술을 프롤레타리아트의 소유가 되도록 해야 하는 날로 절실해지는 행동을 점점 더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그들은 그러한 발전이 지니는 파괴적인 측면을 놓쳤는데,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오래전에 변증법이 지니는 파괴적인 측면으로부터 소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 P272

순전한 사실성에서 벗어난 역사적 대상은 어떠한 ‘기리는 평가‘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러한 역사적 대상은 현재성(Aktualität)과의 애매모호한 유사점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성이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엄밀한 변증법적 과제 속에서 구성되기 때문이다.
의도에서 근본적으로 새로운 면이 강력하게 표현되는 곳은 무엇보다도 소재적인 대상이 그 의도에 부합하는 곳에서이다. 이것은 성화상(畵像)의 해석, 대중예술에 대한 관찰, 복제기술에 대한 연구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 P280

폭스의 역사관을 관통하고 있는 파토스는 1830년의 민주주의적인Bd파토스이다. 그 파토스에 대한 메아리는 빅토르 위고라는 연사였다.
연사로서의 위고가 후세에 전하는 말이 담긴 책들은 그 메아리에 대한 메아리이다. 폭스의 역사관은 위고가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글에서 찬양하였던 역사관이다. 즉 "진보라는 것은 신의 걸음걸이 자체이다." 그리고 일반 투표권은 이러한 걸음의 보조를 측정하게 해주는우주의 시계이다. 위고는 "누가 지배자를 투표하는가"라고 썼는데,
이로써 그는 민주주의적 낙관론의 현판을 세웠다. - P295

푹스는 선한 양심(bona fides)이라는 개념 자체를 문제시하려는 생각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은 곧 사적 유물론자에게는 명약관화한 것이다. 왜냐하면 사적 유물론자는 선한 양심이라는 개념 속에서 시민적인 계급도덕의 담지자를 인식할 뿐만 아니라이러한 개념이 도덕적 무질서와 경제적 무계획성의 유대관계를 조장한다는 점을 놓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P306

한눈을 팔지 않고 곧장 한 가지 문제에 골몰한 이 위대하고 주도면밀한 수집가들의 대열에 푹스를놓을 수 있다. 그의 의도는 예술작품을 사회에 되돌려줌으로써 예술작품에 현재적 삶을 부여하는 데 있었다. 예술작품은 그동안 그것이발견되었던 장소인 예술시장에서 그 진가를 이해할 수 있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것을 제작했던 사람들과도 동떨어진 채 상품으로 쪼그라들어 생명을 부지하고 있을 정도로 사회와 너무나 유리되어 있었던것이다. 예술시장에서 물신숭배적 마력을 갖는 것은 대가의 이름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폭스가 예술사를 대가라는 이름의 물신숭배로부터 해방시키는 단초를 마련한 것은 그의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남게 될 것이다. - P321

수집가로서 푹스는 그러한부류의 사람에 속한다. 마치 연금술사가 금을 만들어내겠다는 그의 ‘저속한 소망을 혹성들과 원소들이 화합하여 영적 인간의 상들이 생겨나는 화학 약품들에 대한 연구 작업과 결부시키고 있는 것처럼, 수집가 푹스는 소유라는 ‘저속한 소망을 만족시키면서 그 속에서 생산력과 대중이 화합하여 역사적인 인간의 상들이 생겨나는 예술에 대한연구를 시도했던 것이다.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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