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얼음

1) 차가운 사람. 감정. 행복의 약속.
나는 따뜻하기보다는 차갑고 냉정한 쪽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따뜻하다는 말을 들었던 경우도 있으나 가면에 의한 얼굴일 가능성이 크다. 어머니께 종종 "너는 너무 냉정해." 하는 말을 들을 정도였으니... 서운하다거나 섭섭하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니까.

사람들과 지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하호호'한 척이 많았고 그걸 알아챈 이가 내 옆에 산다. 감정이라는 것을 속이기도 싫고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라고 표현하는 법을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잘 되는 것 같지는 않지만...

2) 냉기는 보존? 정지될 수 있을까. 인간을 냉동고에…
SF 소설이나 미래를 담고 있는 이야기들을 보면 인체를 냉동고에 보관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현재도 수술이 필요할 때 등 장기를 보관할 때 냉동고를 이용한다. 그런데 사체를 굳이 냉동고에 보관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긴 한다. 죽은 사람은 화장하여 대기 속으로 날아가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사체들을 보관하려면 장소가 필요하고 그것들이 쌓이면 결국 꽤나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유족의 입장에서는 모습을 언제라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겠지만. 

3) 산고로 사망한 어머니, 유산과 남편의 사망으로 인한 상실의 경험들
예전에는 산고로 사망하는 경우가 무척 많았다. 지금도 유산의 비율이 무척 높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예전에는 더욱 높지 않았을까. 나 포함 총 4명의 형제를 낳아 키우신 어머니도 유산의 경험이 있다. 넷째를 낳은 후였다는데 얼마나 아프셨을까 생각한다. 4명을 낳아서 키운 것을 옆에서 지켜본 나는 어머니가 무척 힘든 순간들이 있었음을 느꼈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참았던 순간들도 많았을 것이다. 
메리 셸리가 탄생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에 담은 것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4) 프랑켄슈타인은 액자식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읽었을 때 영화 속에서 등장하던 로보트 같던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와는 달리 멀쩡한 사람이 등장하고 험난한 상황에서도 투지를 잃지 않는 인간의 투혼에 무척 놀랐던 적이 있다. 원작이 있는 경우 각색을 정도껏 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프랑켄슈타인은 여러 가지 주제를 담고 있다. 인간의 과신에 의한 '경고'로 읽히기도 하고 괴물의 입장에서 보면 창조자에 대한 배신으로 보이기도 한다. 여러 험난한 상황에서도 배움을 놓지 않는 지적 열정이 보이기도 하는 등 방향에 따라 여러 생각을 낳게 만드는 소설이 아닐 수 없다. 메리 셸리가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가 18살, 천재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프랑켄슈타인』을 다룬 대부분의 영화는 미친 과학자와 복수심에 불타 비틀거리며 걷는 괴물을 보여 주는 데 급급하면서, 진지한 심리 소설인 원작에서 멀어진다. 그 결과 원작의 시작과 끝이극지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만들어 낸 창조물을 찾아 나섰다가거의 죽음 직전의 상태에서, 얼음에 갇힌 배를 만나 구조된다. 고집 세고, 외롭고, 야망 있는 젊은 선장과 함께 잠시 생명을 연장한그는, 북극을 찾아 나선 선장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 P66

냉기는 거의 모든 것을 보존한다. ‘동결하다(freeze)‘라는 단어가 현대 영어에서는 ‘시간을 멈추다, 진행을 멈추다, 영상을 멈추다‘와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 시간이 강이라면 아마 그 물은 얼음이 되어 버릴 것이다. 이렇게 흐름을 멈추고 정지한 시간이 극지방의 완고한 안정감이다. 그리고 그곳엔, 해마다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 해안선의 극적인 불안정함이 있다. 얼음이 해안 마을을 둘러싸고 배는 봄이 될 때까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땅에 균열이 생기고, 바다가 얼어붙으며, 걷거나 썰매를 타고 그 위를 지나다닐 수있게 된다. 얼음이 녹으면 얼음덩이들이 함대처럼 서로 충돌하고,
뗏목에 타고 있던 사람이나 짐승은 그대로 갇히고 만다. - P69

사람들은 성격이나 감정을 말할 때 온도와 관련한 표현을 쓰기도 한다. ‘따뜻하거나 냉담한 마음, ‘차가운‘ 기질, ‘뜨거운 열정처럼. 극지방의 태양에 관해 쓴 지 1년쯤 후, 그러니까 남편이 갑작스레 익사한 후에 메리 셸리는 이렇게 적고 있다. "내가 마음이 차가운 사람인 걸까?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이 마음 한가운데 있는얼음같이 차가운 무언가를 부러워할 필요는 없겠지. 적어도 이 차가운 심장에서 나온 감정이 만들어 내는 눈물은 뜨거운 것임을."
내색하지 않는 성격이었던 그녀는 차가운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듣곤 했다. - P71

생명의 탄생과 죽음은 메리 셸리의 삶에서 결코 멀리 있는 것이아니었다. - 유산, 남편의 죽음: 상실 - P72

우리는 스스로를 만들어 가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아라는작은 우주와 그 자아가 반향을 일으키는 더 큰 세계의 작은 신이된다. 『프랑켄슈타인』이 동화라고 생각하면, 그건 바보 같은 짓을벌이던 와중에 죽어 가는 낯선 이를 구한, 혹은 그 낯선 이의 이야기 덕분에 구원을 얻은 월턴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의 허영심 가득한 고독, 그 실수에서 깨우침을 얻은 월턴은 죽음 같은 극지방과 영광을 쫓던 자신의 야망을 버리고, 온대 지역으로, 동료애와 생존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올 준비를 한다. 월턴의짧은 이야기가 마치 조개껍데기처럼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를 감싸고 있고, 그 책 전체에 메리 셸리의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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