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눈에 비친 내 안의 ‘부처’ - <18~19세기 한국문학, 차이의 근대성>_이도흠
저자는 원효의 화쟁사상을 마르크스주의를 비롯한 서양 이론과 결합해 ‘화쟁기호학’이라는 방법론을 창안한 학자다. 이 책은 저자가 세운 방법론에 입각해 조선 후기의 사회경제와 문학 작품에서 근대성의 지표를 찾아내고 근대화 양상을 분석한 저작이다.
흔히 우리가 받아들이는 근대화-근대성 담론의 원형은 ‘서구 중심의 근대성론’이다. 저자는 이 서구 근대성 담론과 오리엔탈리즘이 일제강점기 이래 국내 근대화 담론을 지배했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 마르크스주의자의 ’일본 정신‘ 비판 - <일본 이데올로기론>_도사카 준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일본 마르크스주의 운동을 대표하는 이론가 중 한 사람이다. 이 책은 도사카가 1935년 펴낸 일본의 지배 이데올로기 비판서다. 일본의 국수주의와 자유주의를 비판하며 마르크스주의에 의거하여 계몽과 이성을 잃어버린 현실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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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흠은 기존의 서구 중심의 근대성론에 깃든 동일성 담론을 해체하고 거기서 ‘차이의 근대성론‘을 이끌어낸다. 근대화의 길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 P337
차이의 근대성론은 이렇게 타자에게서나의 형상을, 그것도 내 본디 모습인 부처의 형상을 본다는 근본 사상에 입각해 있다. 그런 시야를 확보할 때 우리는 폭력과 배제의 동일성사상에서 벗어나 다름을 수용하고 다름에서 배우고 다름과 어우러지는더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다. 그 차이를 아우르는 참된 보편성을 원효는 ‘일심‘(한마음)이라고 불렀다. - P339
도사카가 보기에 상식은 계급을 초월하는 ‘공통감각‘일 수 없다. 사회에는 부르주아적 상식도 있고 프롤레타리아적 상식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도사카가 더 주목하는 것은 파시즘이 폭주하던 바로 그 시기에 이런 상식들이 패퇴하고 극우의 주장이 상식 위에군림하는 현상이다. 그런 위태로운 상황을 도사카는 이렇게 묘사한다. "상식은 오늘날 땅 위의 어느 곳에서도 더는 발견되지 않는다. 상식은 ‘지하실‘ 같은 곳에 감금당하고 말았으며 상식의 숨통은 짓눌려 끊어지고만 것처럼 보인다." 계몽이라는 것도 상식과 똑같은 위기에 몰렸다 - P371
고 도사카는 말한다. 오늘날 ‘계몽‘과 ‘이성‘이 모두 파시즘의 위세에 눌려 자취를 감추고 오히려 극우 이념이 이성을 참칭하고 계몽을 자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20세기 역사가 보여준 대로 도사카가 신봉한 마르크스주의는 현실에서 패배해 사상의 최전선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제국주의 일본을 변혁하려고 했던 도사카의 이상까지 패배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도사카의 시대 비판은 갈수록 극우로 치닫는 오늘 일본 사회의 심장을 해부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현재적이다. -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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