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은 왜 인류의 고전이 되었나 - <구약 읽기>_크리스틴 헤이스
종교학자인 크리스틴 헤이스가 쓴 <구약 읽기>는 유대 민족 역사서이자 서양 종교 원형이 된 성경의 안내서이다.
성서학자 예헤즈켈 카우프만(1889~1963)은 고대 이스라엘인들의 유일신교는 당시 근동 지방의 다신교와 벌인 투쟁의 산물이라 보았다. 헤이스는 이 설명을 받아들이면서도, 이런 투쟁이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벌어졌음을 강조한다. <구약 성서>는 성격이 다른 수많은 자료로 구성돼 있다. 두 가지 판본이 섞여 있는 경우가 있는데 전승돼 오던 여러 텍스트를 가져와 편집하여 유사한 내용이 반복되거나 상충하는 내용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반영웅의 구약 성서읽기 - <처음 만나는 구약성서>_장 루이 스카
이 책은 20세기 문학사가 에리히 아우어바흐가 대표작 <미메시스>에서 보여준 <구약성서> 해석에 주목한다. 아우어바흐는 <미메시스> 첫 장에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19장의 오디세우스 이야기와 <구약 성서> <창세기>의 아브라함-이삭 이야기를 비교한다. 호메로스의 서술이 "구체적인 묘사, 균등한 조명, 중단 없는 연관, 거침없는 표현, 모든 사건의 전경 배치, 의심의 여지 없는 의미의 전시" 따위를 특징으로 한다면, <구약 성서>의 서술은 "어떤 특정한 부분을 강력히 조명하고 다른 것은 어둠 속에 버려 두는 수법, 갑작스러운 당돌함, 표현돼 있지 않은 것의 암시력" 따위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또 다른 차이는 인물의 성격과 문체의 특성에 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귀족 계급의 영웅적인 이야기를 숭고한 문체로 묘사하는 데 반해, <구약 성서>의 이야기는 영웅적이지 못한 인물들을 민중적 산문체로 간명하게 서술한다.
다시 쓰는 세계철학사 - <세계철학사 1>_이정우
저자는 2000년 철학연구공동체인 철학아카데미를 세운 뒤 줄곧 철학사 강의를 해 왔는데, 그 강의록이 이 저작의 바탕이 됐다.
현재 3권까지 나온 이 책은 4권이 시리즈 완간인데 4권 출간 알림을 해둔 상태다. 시리즈 완간이 되었을 때 읽어보고자 생각하고 있는 셈!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는 철학 전공자이자 전문가가 쓴 책이고 또 국내 저자가 쓴 세계철학사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철학사를 다룬 책은 많았지만 국내 저작은 없어서 아쉬웠었다. 게다가 서양 철학사에만 국한되 있거나 있다 해도 비중이 극히 약했던 전례를 깨고 인도와 동아시아 철학을 포함한 '아시아 철학'을 시리즈 2권에 담았다.
첫 권도 고대 그리스/로마 철학에서 시작해 서구 중세 철학으로 이어지는 통상의 서술 방식에서 벗어나 그리스/로마와 오리엔트 지역을 아우르는 서술 방식을 택해 궁금증을 일으킨다.
'암흑의 유럽' 깨운 이슬람 스페인 - <스페인의 역사>_브라이언 캐틀러스
이 책은 중세 스페인을 새로운 관점으로 서술한 역사서다. 전통적 중세 스페인사 서술은 '레콩키스타'를 중심에 두어 이슬람 세력과 기독교 세력의 싸움 끝에 기독교 세력이 이슬람을 몰아냈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대한 반동으로 나온 것이 이슬람과 기독교, 유대교가 함께 공존하며 융합의 문화를 꽃피웠다는 관점의 서술이다. 두 관점 모두 역사를 온전하게 담아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캐틀러스가 내놓은 관점은 "중세 스페인은 인종과 종교가 다른 공동체들이 편의에 따라 함께 모여 함께 일하는 곳이었다. 충돌이나 관용도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랐다.'이다.
중세 스페인 역사는 '근대 세계'를 만든 유럽 문명의 문이다. 전통적인 유럽사 서술에서는 '고대 그리스 로마가 중세에 재발견되어 근대 유럽을 낳았다'라고 말하지만 어떤 경로로 고대 그리스 로마가 재발견되었는지는 묻지 않았는데 그 답을 주는 것이 중세 스페인 문화라는 것이다. 전통적 서술의 중세 스페인 역사만 알고 있어서인지 이 관점이 새롭게 느껴진다.

헤이스는 신이 역사를 통해 인간들에게 도덕적 명령을 내린다는 것이야말로<구약 성서》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런 이유로 신의 도덕 명령을 대행하는 선지자들의 이야기가 중심에 놓인다. 그러나 선지자라고 해서 모두 신의 뜻을 대행하는 자들인 건 아니다. <구약 성서》는 유다와 이스 - P199
라엘의 왕들이 예언자들을 고용해 통치를 정당화하는 데 써먹었음을 알려준다. 후대의 성서 편집자들은 궁정 예언자들의 거짓에 맞서 신의뜻을 바르게 전하는 참된 선지자들을 부각했다. 인간의 도덕적 타락이라는 문제를 신앙의 본질과 연결한 것이야말로 <구약 성서》가 인류의 고전으로남은 이유라고 이 책은 말한다. - P200
장 루이 스카는 성서를 일종의 교향곡으로 볼 것을 주문한다. 음표 하나하나는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고 엇갈리기도 하지만 그것들이모두 모여 교향곡의 총체적 아름다움을 빚어내듯이, 성서도 그렇게 전체로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리는 개별적인 사실들에 있는 것이아니라 전체를 통해서 존재한다는 헤겔의 말은 《구약 성서》에도 들어맞는다. 텍스트의 한 면을 절대화하는 것이야말로 독서를 위험에 빠뜨린다. 그 위험을 피하려면 전체를 보아야 한다. 스카는 거듭 말한다. "구약 성서의 이야기들이 우리가 던지는 모든 물음에 완전히 답하는 경우는 없다." 이야기들은 물음을 통해 독자에게 길을 제시하고 안내할 뿐이다. - P205
이정우는 초국적 기업 중심의 비인간적 세계화를 넘어 보편성을 지닌 진정한 세계화를 이루는 것이 우리 시대의 과제라고 말한다. 그 과제를 해결할 비전을 찾아내려면 과거로 돌아가 그 시대를 역으로 음미한 뒤 현재로 돌아오는 거시적인 지적 성찰이 필수적이다. 세계철학사집필은 과거를 경유해 새로운 비전을 찾으려는 노력인 셈이다. - P210
왜 중세 스페인 역사가 오늘날 관심의 대상이 되는가? 한마디로 줄여, 중세 스페인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근대 세계‘를 만든럽 문명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유럽사 서술은 ‘중세 후기에 고대 그리스·로마가 재발견됐고 그 재발견이 르네상스를 이끌었 - P236
으며 근대 유럽을 낳았다‘고 뭉뚱그렸다. 그러나 어떤 경로로 고대 그리스-로마가 재발견됐는지는 묻지 않았다. 그 물음에 답을 주는 것이 바로 ‘알 안달루스‘ 곧 ‘이슬람이 지배하던 스페인‘의 지식문화다. 이 스페인 이슬람 문화가 옛 영광을 잃어버리고 ‘암흑‘ 속에 잠자던 중세 유럽을 흔들어 깨웠음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억해 둘 것은 중세 스페인의 이슬람 문화가 더 보편적인 아랍 · 페르시아 이슬람 문명의 영향권 안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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