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 프라이vocal fry'는 탁하고 낮은 음색의 목소리로 문장 끝에서 말소리가 잦아들 때 많이 나타난다. 화자들이 성대를 누르고 공기의 흐름을 줄이게 되면 후두부의 진동이 일어나면서 목소리가 갈라지게 된다. 여성들, 특히 십 대, 이십 대 여성들이 많이 한다는 이 현상은 나이 들고 현명한 남성들만큼 우아하게 소통하지 못하는 젊은 여성의 무능력을 뜻하는 대중적인 상징이 되었다. 


세계의 많은 언어에서 보컬 프라이는 그저 무작위로 등장하는 이상한 현상이 아니며, 언어의 음운체계 안에 자리잡고 있다. 예를 들어서, 아메리카 선주민 언어 가운데 '날'을 의미하는 '콰콸라'라는 단어는 보컬 프라이를 쓰지 않고는 발음할 수 없다('날'에서 리을을 발음하지 않는 것과 똑같다). 영어권 화자의 보컬 프라이가 흥미로운 지점은 초기 연구에서 이 특징이 주로 남성들에게서 나타난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 P143

하지만 2000년대 중반, 미국인 여성이 보컬 프라이를 쓰는 비중이 높아지고, 남자들에게서는 그렇지 않다는데 주목했다. 여성들은 더 낮은 음역을 썼고, 지배적인 태도와 지루함을 더 많이 드러냈으며, 이 두가지는 중년 남성들이 여성들에게서 보고 싶지 않은 어떤 것이었다. 



맥락을 해친다는 말을 듣고 있지만, '라이크like'는 무척 유용하고 다재다능하다. '라이크'는 여섯 가지 두드러진 기능을 한다. 

영어에서 가장 오래된 유형은 형용사 '라이크(같다)'와 동사 '라이크(좋다하다)'가 있다. 오늘날 이 두 '라이크'는 완전히 똑같이 들리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두 단어가 별개의 역사를 가졌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들은 동음이의어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선 동사 '라이크'가 고대 영어 '리시안lician'에서 왔고, 형용사 '라이크'는 고대 영어 '리치lich'에서 왔다고 한다. 두 가지가 지난 800년간 어떤 지점에서 합류하면서 우리에게 익숙해지게 되었다. 

또 하나는 인용 어법으로서의 '라이크'가 있다. "나는, 그니까, '나 슈퍼우먼 보고 싶어'I was like, 'I want to see Superwoman'"에서 들을 수 있는 용법이다. 

또 다른 '라이크'는 담화 표지로서 "그러니까, 이 정장은 새 것도 아니었어"와 같은 문맥에서 나타난다. '필러filler' 단어로도 불리는 담화 표지는 사람이 자신의 발화를 특정한 방식으로 표현하거나 연결하거나 조직할 때 쓰는 표현이다. 

이번 '라이크'는 부사적 용법으로 "이걸 대략 5년 전에 샀어Like, this suit isn't even new"와 같은 문장에서 쓸 수 있다. '라이크'는 일상 대화에서 about의 자리를 대체했다.

마지막 용법은 회화체 보조어로서 '라이크'다. "이 수트가 그니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옷인 거 같아I think this suit is like my favorite posession"와 같이 쓰인다. 



업토크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십 대 소녀의 말하기의 또 다른 특징이지만, 사실 자세히 보면 꽤나 실용적이다. 업토크는 호주 방언에서 왔다고 한다. "구다이, 마이트?"라고 잘 알려진 문장이 사실상 질문이 아니라는 걸 잊은 것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업토크를 자주 쓰며 업토크가 늘 불안정을 표현한다는 착각은 여성들이 '있지, 그니까, 알잖아'를 통해 헤징을 하는 이유에 관한 신화와도 관계가 있다. 언어학자들은 남성과 여성이 거의 비슷한 빈도로 이 단어를 사용하지만, 여성들은 적극적인 '자신감'을 드러내기 위해 이 말을 쓴다는 걸 알아냈다. 



세 가지 유형 중 '라이크'는 대화의 흐름을 부드럽게 만들고 딱딱한 문장을 탈피하게 해주어서 자주 사용한다. '라이크'의 동사, 형용사 어원이 다르다는 것은 여기서 처음 알았다. 그러고 보면 '라이크'만큼 다양한 용법이 또 있을까. '라이크'는 정말 똑똑한 단어다.



사람들은 남성이 그렇게 말하는 건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그저 여성이 말할 때 신경을 긁는 일이 된다. 우리 문화가 보컬 프라이, 업토크, '라이크'에 대해서 드러내는 억하심정은 사실 그 발화 특질과 그리 관련이 없다. 현대에 여성들이 그 특질들을 먼저 사용했다는 사실이 문제가 된다. - P154


여성과 다른 사회적으로 억압받는 이들이 언어를 통해서 힘을 얻는 방식은 연결되어 있다. 주변화된 집단이 언어를 창의적으로 사용하여 스스로를 일으킨 역사는 길다. 그리고 그들은 이에 무척 능하다. 왜냐하면 그들이 멋진 새 은어, 발음, 억양에 대해 누구에게 공을 돌릴지 알든 모르든, 세계 나머지 지역도 예외 없이 그들에게 말하게 되기 때문이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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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9-13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진도 많이 나가셨네요? 저는 이제 3장 들어갑니다. 워드슬럿 한국 버젼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거리의화가 2023-09-13 15:27   좋아요 1 | URL
읽고 있는 책들이 많아서 조금씩 읽어야 끝내겠더라구요!ㅎㅎㅎ
이 책 뿐만이 아니라 저는 지난번에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 읽을 때도 그 생각했어요. 한국 버전이 넘 부족한 듯합니다. 연구자들이 더 많아져서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