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관계란 가능한 거의모든 결과를 만들어내며, 따라서 우리가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도 만들어 낸다. 이 작업은 우리 욕망이나 ㅡ 빨리 진행하려고 하면 도리어 방해가 되는 ㅡ 삶 자체로 인해 더욱느리게 진행되어 우리 욕망이나 삶이 멈추었을 때 비로소 실현된다. 스완은 이 사실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미 깨달았으며, 또 그의 삶에서 ㅡ 그의 죽음 후에 일어날 일의 예시로서 - 처음 만났을 때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가 열정적으로 사랑했으며 더이상 사랑하지 않게 되고서야 한 결혼이, 다시 말해 스완의 마음속에서, 그의 모든 삶을 함께 보내고 싶어그토록 열망하고 절망했던 존재가 죽고 나서야 한 결혼이 바로 이런 사후의 행복 아니었던가? - P86
삶의 복잡함이 책읽을 시간을 거의 주지 않고 유럽 지도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더욱이 앞으로 이 변화가 어쩌면 더 심해질 거고, 또 시급한 새로운 문제가 도처에서 제기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작가에게 단순한 재사(才士)가 아닌 다른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제 말에 동의하시겠죠? 이 재사는 순수 형식의 가치에 대한 부질없고 하찮은 논쟁으로 우리 밖과 안에서 몰려오는 이중의 ‘야만인들‘ 물결에 우리가 시시각각 휩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합니다. 제 말이, 이런 신사분들이 소위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고 일컫는 신성불가침 학파를 모독한다는 걸 잘 압니다. 하지만 우리 시대에는 단어들을 조화로운 방식으로 배열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임무가 있어요. - P89
때로 저속하며, 남에게 책처럼, 그것도 자신의 책이 아니라 지루한 책처럼 떠들어 대는 작자, 적어도 그의 책이 지루하지 않다면 지루한 것은 바로 베르고트라는 인간이라네. 가장 모호한 정신에 기교를 부리는재능을 가진 그는 우리 조상들이 허풍쟁이라고 불렀던 인간이자 또 자기가 하는 말을 말하는 방식 때문에 더 불쾌하게만드는 그런 자라네. - P91
우리 누구나 자신의 말이나 동작이 어느 정도까지 타인에게 보이는지를 정확히 계산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중요성을 지나치게 과장할까 봐 두려워서, 또 타인에 의해 형성된 추억이 그들이 사는 동안 차지하게 될 부분을 지나치게 큰 비율로 확대하면서, 우리는 우리 말이나 태도의 부차적인 부분들이 거의 상대방의 의식 속으로 뚫고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상상하는데, 하물며 우리가 함께 대화를나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으리라고는 더더욱 상상하지 못한다. - P96
수천 년에 걸친 인류 생활에서 모든 것은 다 잊히기 마련이라고 주장하는 신문 연재 소설가의 철학은 모든 사물의 불멸을 예언하는 그 반대의 철학보다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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