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에 세월은 흘러 어느덧 열 달이 지났다. 그때가 바로진 소양왕 55년 갑진(甲辰年) 6월 초하루였다. 주희는 해산일이 되어아들을 낳았다. 콧날이 우뚝하고 눈이 부리부리했으며 이마가 반듯하고 눈썹이 길었다. 또 등에는 비늘이 있었고 태어날 때부터 이가 나 있는 등 용모가 기이했다. 왕손이인은 몹시 기뻐하며 이름을 정(政)이라짓고 사람을 보내 여불위에게 소식을 알렸다. 여불위는 몰래 기뻐하며말했다.
"큰일을 이루었도다!" - P94

조나라의 공손건이 말했다.
"이놈들아! 속히 이인을 내놓아라! 내가 데려가서 죄를 청해야 한다. 신의를 온전히 지켜 양국 간의 우호를 해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불위의 도둑질만 따르다가 우리 대군이 들이닥치면 어떻게 수습하려하느냐?"
장함이 웃으면서 말했다.
"옛날에 우서가 국서를 받들고 갔던 것은 임시로 강화하여 왕손마마를 보호하려는 조치에 불과했다. 그건 기실 진정한 강화가 아니었다.
너희 조나라 놈들은 어찌 그리 멍청하냐?" - P104

여불위가 말했다.
"화양부인 마마는 초나라 분입니다. 그러니 마마께서는 초나라 옷을입고 화양부인 마마를 뵈어야 합니다."
이인은 그 말에 따라 초나라 옷으로 갈아입고 궁궐로 들어가 안국군과 화양부인을 알현했다. 모두 그동안의 슬픈 마음을 이야기하며 회포를 풀었다. 그때 화양부인이 안국군에게 말했다.
"소첩은 초나라 사람입니다. 그런데 왕손이 초나라 옷을 입고 돌아왔으니 정말 우리 아들입니다. 이름을 자초(楚)로 바꾸도록 윤허해주십시오."
안국군이 말했다.
"좋소!" - P105

모초가 말했다.
"대왕마마께서는 스스로 미치광이의 패륜을 범하고 계시다는 걸 모르십니까? 양부(父) 노애를 거열형에 처하셨고, 두 아우를 자루에 넣어 때려 죽이셨고, 모후를 옹주 땅 별궁에 유폐시키셨고, 간언하는 선비를 도륙하셨으니 폭군 걸왕(王)과 주왕(王)도 이런 지경에까지이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천하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고도 기왓장이 깨지듯 모두 흩어져 아뢰는 이가 한 사람도 없습니다. 대왕마마께서는 누구와도 함께하지 않으시고 홀로 서 계시니 신은 남몰래 대왕마마께서 위험에 처해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신은 이제 말씀을 다 올렸고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옷을 벗고 기름이 끓는 솥으로 걸어갔다. 진왕은 황급히 대전에서 내려와 친히 손을 잡고 말했다.
"선생께선 옷을 입으시오. 내가 지금 그 말씀을 다 받아들이겠소."
그리고 모초를 상경(上卿)에 임명했다. - P115

신료들 중에서 감히 다시 간언을 올리는 사람은 없었다. 진왕은 서찰을 써서 여불위에게 전했다.
그대는 우리 진나라에 무슨 공을 세웠다고 하남 땅에서 군왕 노릇을하며, 10만 호의 녹봉을 먹고 있소? 또 그대는 우리 진나라와 무슨 친척관계가 있다고 중보로 불리고 있소? 이제 식솔과 함께 촉 땅으로 옮기기 바라오. 죽이지는 않겠소. 짐의 명령을 어기지 말고 속히 시행하도록 하시오!
여불위는 서찰을 읽고 나서 흐느끼며 말했다.
"늙은 이 몸이 어떻게 먼길을 갈 수 있겠나?" - P116

"지금은 시황제가 포악무도하여 남자는 밭을 갈지 못하고 여자는 길쌈을 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떨어져 살고 남편과아내는 생이별하고 있습니다. 남쪽에서는 오령에 길을 닦고 북쪽에서는장성을 쌓고 있습니다. 동쪽에서는 바다를 메우고 서쪽에서는 아방궁을 짓고 있습니다. 책을 불태우고 유생을 생매장하면서 미치광이의 패륜 행위를 함부로 자행합니다. 이 때문에 백성은 생계를 유지하지 못해천하 사람들이 실망하고 있습니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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