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아이들." 하고 프랑수아즈가 철책에 이르자마자벌써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했다. "가엾게도 저 젊은이들은 초원의 풀잎처럼 베이겠죠. 생각만 해도 너무 충격적이에요." 하고 ‘충격을’ 받은 가슴에 손을 얹고 덧붙였다. "참 근사하지 않아요? 프랑수아즈 아주머니, 목숨을 아끼 - P159
지 않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니?" 하고 정원사는 일부러 프랑수아즈를 ‘흥분시키려고‘ 말했다. 그의 말은 헛되지 않았다.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고요?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면 그럼 뭘 아껴야 하죠? 하느님께서 결코 두 번 주시지 않는 단 하나의 선물인데, 그런데 슬프게도! 오, 저런 저들이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는 건 정말이에요! 이 눈으로 1870년에도 봤지만, 저들은 저 한심한 전쟁에서도 죽는 걸 조금도 겁내지 않았어요. 미치광이나 다를 바 없죠. 교수형에 매달 밧줄만큼도가치가 없는 놈들이에요. 인간이 아니라 사자인걸요."(프랑수아즈가 인간을 사자에 비교하는 것은 그녀는 사아자라고 발음했다. 전혀 칭찬이 아니었다.) - P160
훗날 내가 책 한권을 쓰기 시작했을 때조차도, 몇몇 문장의 질이 계속해서 글을 쓰겠다는 결심을 하게 할 만큼 충분치 못하다는 생각이 들때면, 나는 베르고트의 작품에서 내가 쓰려고 하는 것과 유사한 문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문장을 즐기는 것은단지 그의 작품을 읽는 순간뿐이었다. 왜냐하면 나중에 나 자신이 직접 그 문장들을 써 나가면서부터는 내 생각이 지각한것을 정확히 반영하는 데에만, ‘닮게 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내가 쓰는 것이 과연 내 마음에 드는지 어떤지는 물을 시간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내가 정말로 좋아한 것은 그때 내가 쓴 것과 같은 문장이나 그런 관념 들뿐이었다. 나의 불안하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노력은 그 자체로 사랑의 표시였으며, 기쁨은 없지만 그래도 심오한 사랑의 표시였다. 그리하여 갑자기 다른 사람의 작품에서 그런 문장을 발견하면, 다시 말해 양심의 가책이나 엄격한 잣대를 가질 필요 없이, 또는 번민할 필요도 없이 그런 문장을 발견하면, 마치 요리사가 한 번은 요리를 하지 않아야 비로소 음식을 음미할 시간을 얻는 것처럼, 그런 문장들을 좋아하는 취향에 즐겁게 자신을 맡기는 것이었다. - P173
일반적인 우리 의견들의 박물관에서는, 새로운 작가의 특이한 모습에서 ‘위대한재능‘이라는 이름을 가진 모델을 찾아내기까지는 아주 오랜시간이 걸린다. 그 모습이 너무도 새롭기 때문에, 우리가 재능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그것에 독창성, 매력, 섬세함, 힘 따위의 이름을붙인다. 그러다 어느 날 우리는 이 모든 것이 바로 재능이라는걸 알게 된다. - P178
한 존재가 어떤 미지의 삶에 참여하고 있어서 사랑이 우리로 하여금 그 미지의 삶 속으로 뚫고 들어가게 해 줄 수 있다고 믿는 것, 바로 이것이 사랑이 생겨나기 위해 필요한 전부이며, 사랑이 가장 중요시 하는 것으로,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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