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지적대로 1990년대 초반 사회주의권 붕괴를 전후하여 전후역사학의 퇴조가 분명해진 이래 일본 역사학, 그중에서도 특히 막말유신사 연구는 개별 실증적 연구는 심화된 반면, 전체 연구사의 흐름을 정리하기 힘들 정도로 포괄적인 막말유신상을 제시하는 작품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 P56

일본 사회에 혁명의 가능성이 희박해진 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일본뿐 아니라 한국도 이미 ‘선진국 진입‘ 운운하는 현실에서 근대화도 더 이상 절박한 현실 문제는 아니게 되어, 성공적인 근대화 모델로서의 메이지유신이 지닌 매력도 약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오랫동안 개별 실증 연구의 심화 혹은 매몰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막말 정치사와 메이지유신은 더 이상 큰 문제의식과 현실적 함의를제공해 줄 수 없는 연구 영역이 된 것인가? - P68

근대화의 요소들이 인류사회의 새로운 도약이고 비약이며근세‘ 와의 단절이었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필자는 ‘근세화‘의 획기적의의는 인정하며 흥미로운 견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에 근대화 이상의 획기성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근세‘의 어느 시점까지는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가 유럽에 앞서 나갔을지 모르나, 18~19세기의 고투 속에서 유럽은 근대화에서 앞서 나갔던 것이며, 역사는역전되었던 것이다. 역사 속에서 선진과 후진의 역전은 흔히 있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메이지유신의 의의는 여전히 중대한 것이다. - P71

우리는 메이지유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며 어떤 현재적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필자가 보기에 메이지유신은 근대의 여러 혁명 속에서 ‘연속하면서 혁신‘ 하는 패턴을 제시한 독특한 사회변혁이다. ‘연속하면서 혁신‘, 이 말은 언뜻 형용모순(溶矛盾)으로 들리지만, 메이지유신은 구체제와 연속성을 갖는 세력이 과감한 자기부정과 자기혁신을 계속한다면, 제도와 가치의 연속성을 상당 부분 유지하면서도 폭넓은 사회변혁을 추진할 수 있음을 보여준 희귀한 사례다. - P72

이것은 질서 있는 사회변혁이기는 하나 동시에 대담한 자기부정의 회피이기도 하다. 비용은 적게 지불했으나 지배층의 교체와 극적인변혁 에너지의 분출에 따른 새로운 문명 비전의 제시나 사회적 다이너미즘은 부족하다. 문제는 메이지유신이라는 사회변혁의 이런 독특한 패턴이 그 후근대 일본을 관통했다는 점이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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