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무의 고양이방
달나무 지음 / 북키앙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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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늦은 출퇴근 덕에 밤거리를 자주 걷게 된다. 난 피곤에 지친 상태로 터벅터벅 골목길을 지나다 만나고, 녀석들은 달맞이 마실로 여유롭게 거릴다가 만난다.


가로등 밑에서 조우하게 되는 녀석들의 모양새는 가지각색이다. 내 구두소리에 귀를 쫑긋  거리다 후다닥 승용차 밑바닥으로 숨어버리는 놈이 있는 가하면, 지친 심신을 끌고 어기적어기적 집으로 돌아가는 불쌍한 직장인임을 간파하고 연민의 눈길을 쏴주는 놈도 있다.


개중에는 한창 밥벌이로 바쁜 놈도 있다. 쓰레기봉투를 끌어 안은 놈을 보면 측은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한심스럽기도 하다.

‘바보야, 요즘 음식물은 쓰레기봉투에 안 버려. 일반쓰레기에 같이 버리면 걸리거든.’

고작 한다는 생각이 이 정도다. 최근 고양이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 눈엔 도둑고양이와 애완고양이가 다르다.


내가 읽었던 책들은 모두 ‘애완고양이와 어떻게 하면 잘 놀 수 있는가’였다. 그러나 <달나무의 고양이 방>은 도둑질 일색이였다. 도둑고양이 초코봉과 미유를 훔친 납치범이자 만화가 달나무는 결국 고양이들에게 마음을 강탈 당한다. 그리고 고양이를 꺼려하는 가족들의 질책을 참아내며 고양이들의 뒷 치닥 강제노역을 순순히 맡는다. 끝으로, 그저그런 일러스트로 독자의 주머니를 털어보겠다는 작가의 도둑질 심보가 드러난다.


그러나 이젠 용서하련다. 나도 고양이들의 유혹에 빠져버렸으니까.


널 만나기 전까지 난 비오고, 천둥치고, 우중충하고, 바람부는 날이 좋았어.

그런 날은 더욱 더 내 방안이 아늑하고, 따뜻하게 느껴지거든.

(중략)

거리에서 떠돌던 널 데려온 이후, 네 눈가에 그렁그렁 맺힌 두려움과 불안까지 꼬옥 안아주던 바로 그날 이후. 세상에 떠도는 모든 고양이들이 다 너와 같이 느껴져.

(중략)

아가들아, 어디서 쉬고 있니? 믈에 젖는 거 싫어하는데 이 큰비를 어디서 피하고 있니? 비야 오지마. 바람에 불지마. 비에 젖은 아가들이 더 추워진단 말이야.

자꾸만 눈물이 흐르는 비오는 날...(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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