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빵파랑 - My Favorite Things
이우일 글.그림 / 마음산책 / 200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우일의 일러스트를 볼 때마다 ‘나도 그림을 그려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미술학원을 다닌 것은 유치원 때 고작 몇 개월 뿐 이었다. 지난 12년의 정규 미술수업에서 배운 것은, 학원에서 따로 배우지 않는 한 죽었다 깨어나도 좋은 수행평가 점수는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수채화 같은 것은 최악이었다. 덕분에 고등학교 졸업 후, 붓 따위는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제는 그리고 싶다. 이우일이나 부인 선현경의 그림을 보면 나도 마구 그리고 싶어지는 것이다. 복잡하지 않고, 막 그린 듯한 그의 일러스트는 내 눈엔 너무 멋지다. 포스트 물감만으로 쓱쓱 채색한 듯한 원색도 맘에 들지만, 그의 별난 솔직함이 그림에서 톡톡 튀어나와서 더 좋다. 


나는 만화를 그릴 때 주로 복사지를 이용한다. 펜으로 종이에 그린 다음, 스캐너로 그것을 읽고, 포토샵에서 채색을 하니 달리 질감이 살아 있는 비싼 종이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p. 28) 기대하지 않은 수학물이다. 나도 이젠 용기가 생긴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려보자. 종이에 연필로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보자.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노래를 부르자. 그렇게 하면 틀림없이 행복해질 테니까.(p.7)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많이 열거할 수 있단 생각을 못했다. 나도 좋아하는 것을 몇 개 떠올려 봤지만, 책처럼 쉰다섯 까지는 채우지 못했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좀더 넓게 범위를 잡는다면, 백가지라도 더 댈 순 있겠지만 그러면 나만 비참해 질게다. 책에는 좋아하는 것을 직접 소유하고 있거나, 경험에 보았거나, 아주 가까이에 있지만 나는 지금 떠올려지는 몇 가지도,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다. 아마 싫어하는 것에 대해 쓴다면 쉰다섯은 가뿐히 넘을 듯 하나 그럼 바로 우울행이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만 떠올려 볼 란다. 자전거 탈 때 얼굴을 스치는 바람, 기다리던 책을 마주 하게 될 때, 샤워한 후의 시원함, 라디오를 통해 웃겨주시는 DJ, 볕에 잘 마르고 있는 옷가지들을 볼 때 등 등.


적고 보니 책과는 달리 무척 추상적이게 돼버렸다. 이런 건 토 달고 설명할 수없다. 그냥 느낄 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