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 대학이 나를 이렇게 바꿨다
케빈 타카쿠와.닉 루바쉬킨.카렌 E. 허지그 엮음, 김명철 옮김 / 청년의사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의사란 직업은 여전히 많은 청소년들에게 동경의 대상임이 분명하다.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오는 근사한 현대판 왕자님은 십중팔구 흰 가운과 청진기를 몸에 두르고 있다. 신데렐라에게 유리구두가 있듯이 의사의 흰 가운은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해리포터의 마법의 지팡이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p. 270) 이 점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그래서 혹독한 수련도 참아내고 의대를 졸업하고 전문의 과정을 밟는 것일 게다. 사실 우리네 의대는 미국 의대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차용했다. 미국은 8년제인데, 한국은 6년제라고 하려거든 인터넷 검색을 한 번쯤 해보길 권한다. 


이 책에 나온 메디컬스쿨 지원과 커리큘럼과정을 요약하면 대충 이렇다. 메디컬스쿨에 진학하기 위해 특별히 어떤 전공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문학, 공학, 경영학 등 어떤 전공자라도 메디컬스쿨에 지원할 수는 있으나, 과학적 소양이 있는 학생들이 유리하긴 유리하단다. 지망생들은 일반대학에 들어가 ‘프리메드(예과)’ 과정을 듣는다. 생물학, 일반화학, 물리학, 생화학, 그 밖의 필수 예비과목의 혹독한 상대평가를 거치면서 진로를 바꾸는 학생도 많단다. 계속 메디컬스쿨에 지원을 하면 MCAT(Medical College Admissions Test)란 시험을 치른다. 기초 필수과목을 이수하고 MCAT를 치르고 나면, 지원자는 흔히 대학 3학년 여름방학 때 AMCAS(American College Application Service) 지원 양식에 따라 메디컬 스쿨에 지원하게 된다. 지원자들이 처음 메디컬스쿨에 지원할 때부터 최종 결과를 얻기까지는 최소 2년이 소요된다. 입학 후 과정은 우리나라 의대 본과와 똑같다. 무조건적인 암기와 처절한 시험 계획이 쭈욱 쏟아져 나온다.


임상수련 전과정을 끝마친 학생들은 ‘국립의학평가위원회’의 3단계 테스트중 첫 번째 테스트를 치른다. 1단계에서 합격하지 못하면 임상수련 과정(메디컬스쿨 3~4학년과정)에 들어 갈수 없다. 낙제생 비율이 전체 응시자의 5~8%로 정해져 강제탈락도 시킨단다. 4학년이 되면 학생들은 다시 2단계 시험을 치르고, 졸업을 하게 된다. 3단계 시험은 메디컬스쿨을 졸업하고 인턴 1년차에 치르며 3단계를 무사히 마쳐야 의사면허를 취득한 것이 된다.


무척이나 복잡한 것 같지만, 한마디로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책은 메디컬스쿨 커리큐럼에 초점을 두고 쓰여진 책은 아니다. 혹독한 커리큐럼 속에서 고민하고 방황하고, 자신을 담금질하는 의대생들의 의대단상을 적은 책이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의과대에서 약간 겉도는 소수자의 글이다. 열린 듯이 보이는 의과대학, 의료시장도 사실은 백인상류층이 윗 층을 견고히 유지하고 있단다. 그래서 이렇게 의대에 다양한 인종들이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인종 차별금지 법안이 통과 된지 10년이 지난 후 겨우라고 한다.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의대들은 비교적 보수적이고, 고전적 환경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미국의대의 차별적인 경직성을 몰랐을 것이다. 여전히 인종차별은 존재하고, 소수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다. 그래도 우리나라보다는 열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가벼운 질환이 아니고서는 의대자체를 가지 못하지 않는가.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증상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진료현장이 아닌 기초의학분야에서 의사로 일하고 싶어도 임상실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입학이 자체가 안된다는 말을 들었다.

이 미국 의대생들은 별의별 자신의 신분을 다 밝혀버린다. 우리나라 같으면 절대 밝히지 못한 내용들이 쏟아져서 좀 놀랐다. 인도의학 아유르베다에 심취한 사람도 있고, 알콜중독자도 있고, 뚜렛장애도 있고, 강박증도 있고, 레즈비언, 보트 피플 등등 숨어있던 의대의 많은 소수들이 그들의 환자를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었다.



 **참고로 이 책에 한국교포 2세 여성분이 2분이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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