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구J가 우리집에 놀러를 왔다. 싱크대 안을 보다가 나프탈렌 처럼 생긴 배수구 소독제를 보고 대뜸, "좋아보이는데, 이거 나 하나만 줄수 없니?"라고 했다. 속으로 깜짝 놀랐다.
'J는 어떻게 저런 물건을 자기 달라고 말 할 수 있지? 저렇게 가볍게... '
소독제는 몇 백 원하는 값싼 주방 소모품이었다. 하지만 정해진 기한에 맞춰 쓸려고 남겨둔 마지막 소독제였다. 주고나면 곧 다시 사야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거절 못했다. J의 부탁에 활짝 웃으면서 내어주었다. 그리고 소독제가 떨어질거봐 불안해서 쇼핑몰에 접속했다. 배송료에 맞추려 사지 않아도 되는 물건들까지 결제 하고서야 마음이 슬픈걸 알았다.
난 왜 부탁도, 거절도 제대로 못하나. 부탁을 제대로 못해 신랑같이 가까운 사람에게는 늘 명령조다. 거절도 못해 끙끙대다가, 화가 폭발해서야 말한다.
한참을 서성대다가 알았다. 부탁했다가 거절당할까봐 무서워한다는 것을.....용기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