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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상처받는 아이들 - 한 심리치료가의 고백 ㅣ 나남산문선 33
한영란 지음 / 나남출판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이게 고백의 전부 인가요?
최근, 책을 제때 못 읽었던 것이 화근이다. 공부한답시고 책을 무리하게 끊었던 것이 심적 환기를 막아버려 우울로 통해버렸다. 공부고 나발이고 이렇게까지 해서 얻는 게 무엇인지 회의까지 들기 시작했다. 거기다, 집에서 얻은 상처가 최근에야 제대로 곪아터지기 시작했으니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수험생의 밝은 면만을 그리고 있었던 것 같다. 부모 돈으로 공부하면 그만한 기대와 간섭이 따를 거란 걸 간과하고 있었다. 이 것도 부정적인 면은 피하고 싶어하는 일종의 방어기제 중 하나였을 테지만, 잘못된 선택인 듯 하다.
집에서 상처를 받는다니,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눈에 확 들어왔다. 그런데 내용은 다소 실망스럽다. 추상적이고도 난해한 인간 무의식의 저변에 깔려 있는 이야기들을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글로 바꿔놓(p.9)겠다는 걸 너무 쉽게 생각했나보다.
자기고백,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내용, 임상가로서의 사례라고 했는데 차라리 한 가지 테마로 밀도 있게 적었으면 좋았을 뻔 했다. 반쯤 하다가 만듯한 고백에는 공감해 줄 수 없다. 정신적 옷을 벗어 보인다는 것(p.9)을 지금에야 용기해어 벗어 본다고 했지만, 스카프만 벗어 놓은 것 같다. 정신보건 사회복지사로서의 임상케이스도 약간 의심이 간다. 스트레스 받고 살면 고혈압, 당뇨가 곧 생길 거라는 식의 말은 문제가 좀 있다. 그리고 케이스 자체에 대한 해석보다는 부적인 수식이 너무 많다. 편히 읽히고자 썼다지만, 너무 퍼져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의식세계에 어떤 허점이 있는지 잘 알면서도, 번번히 발을 빠트리는 나 먼저 자기고백이 필요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