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 부키 전문직 리포트 5
김영찬 외 22인 지음 / 부키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동물과 함께한 사람들


수의사는 국가에서 인정하는 전문 의료인입니다. (p.275)

수의사면허도 나라에서 관리하고, 전문인인 것은 알지만 의료인이란 말은 어폐가 있다. 의료인이란 이 5명,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조산사뿐이다. 책 순서대로 봐서 이 문장을 마지막에 읽었는데, 첫 장에서 이 문장 발견했으면 안살 뻔 했다. 막장에 신뢰를 잃긴 했지만, 수의사를 생각하고 있는 고등학생 또는 학부생들에겐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또 동물을 기르고 있어, 동물병원에 갈 일이 있는 분께도 괜찮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수의사들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은 동물병원에서 앉아 다친 강아지를 청진하는 정도이다. 이것은 반려동물(=애완동물)을 대상으로 한 수의의 한 일부였다.


대학 동물병원에서 환축을 치료하기도 하고, 축산농장에서 고민하기도 한다. 공직으로  가축방역을 담당하기도 하고, 공항에서 밀반입되는 육류 혹은 동물에 대한 검역도 한다. 제약회사에서도 수의사가 필요했으며, 동물원에서도 수의사들이 필요했다. 수의사의 영역이 이리도 넓고 광대한 줄 몰랐다. 포유류를 비롯 어류까지 사람 외 동물은 전부 다 다루고, 산업동물의 이익 창출, 공중위생에서도 꼭 필요하다보니 넓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서 발견한 점이 있는데, 소를 보는 수의사는 돼지를 잘 못보고, 닭을 보는 수의사는 개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수의사이므로 동물은 전부를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 곤란할 듯 하다.


이 책보면서 좀 웃었다. 유쾌히 웃었던 것은 사람이라면 상상도 못할 원시적 개복 수술이야기부터 다. 궁리 끝에 각종 병원균이나 여러 가지 오염 물질이 적을 것으로 생각되는 한라산 중턱으로 환마를 끌고 올라갔다.(p.91) 개한테 물리고도 늘 상 있는 일이라 별것 아닌 듯 말하는 내용과 ‘아나콘다에게 물리고 악어한테 혼난 적도 있다’에선 안 웃을 수가 없었다. 순하고 착한 동물이 아니라 언제든지 야생 본능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하는 것이다. 아찔한 순간을 몇 번 경험한 후에야 나는 비로소 ‘조심’이라는 단어를 되새기게 되었다. (p.54)


놀라서 헛웃음이 나왔던 것도 있다. 위 인용구의 그 ‘조심’이란 범위, 동물과 사람의 거리에 대한 것이다. 동물이기에 쉽게 다뤄지는 이야기에서 상당히 놀랐다. 환축을 잘못알고 수술했던 이야기나, 경제성에 따라 바로 도살되는 부분, 약제개발도 경제논리에 의해 미뤄지는  부분에서 발견했다. 제일 놀란 내용은 ‘진료는 됐고요, 안락사만 시켜 주세요.(p.41)’한 개 주인의 말이다.


개 팔자가 상팔자, 배부른 돼지가 누가 편다 했던가? 편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불편키 전에 안락사를 권해버리니 ‘편하다’하는 게 아닌가 싶다. 주인에게 힘들어하는 애완동물을 보게 하는 것도 힘든 일임은 잘 알고 있지만, 권하는 수의사도 힘들 것 같다. 주인 의사에 따라 정해지는 적극적 치료에 대해선 나도 뭐라 할말이 없다. 말 못하는 짐승과 그 말을 다 전해주지 못하는 수의사이기에 안타까울 뿐이다.


사람으로 태어난 것에 감사하다.


국제적 이슈를 터트린 황우석 박사가 수의학과 교수다. 그도 이 시간에 누군가를 위해 동물을 만지고 있을 것이다. 수의사들, 오늘도 자신의 일을 묵묵히 지켜나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ps.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집고 가야, 제대로된 별점을 줄 것 같아 집고 간다.

 

수의사는 국가에서 인정하는 전문 의료인입니다. (p.275)

Q&A 형식의 뒷 부분 내용에 좀 잘못된 것이 있는데, 편집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나 보다. 이 때문에 Q&A 필자가  정리해서 보낸 게 아니라, 편집상에서 정리된 인상을 받았다. 전편보다는 구술정리한 내용이 적었지만, 정리에는 그래도 좀더 신중해야 할 듯하다. '의료인'은 국가시험 합격 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부터 면허를 받는 것이고, '수의사'는 농림부 장관이 시행하는 국가시험에 합격해 농림부 장관의 면허를 받는 것이다.

 

부록 편에서 취재보다는 인터넷 펌질로 편집한 인상을 받았다. 수의과 대학 10개교의 소개까지는 좋았지만, 굳이 넣지 않아도 될 듯한 동아리 소개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꼭 수의를 배울 사람으로만 독자층을 기획자체에서 미리 한정한것 같아 아쉽다. 단순히 직업소개서 정도로 기획했다면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전 편보다 진지한 내용이 많아져 단순히 직업소개서로 보기엔 아깝단 생각이 든다. (수의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가, 책 읽었다고 혼자 다 아는 척 하는 지도 모르겠다.)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아, 좋은 책으로 추천할 만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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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G 2006-04-15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의사는 국가에서 인정하는 전문 의료인입니다. (p.275)

수의사 전문 의료인 맞습니다. 다만 국가에서 인정하는이라는 말이 좀 걸리네요..

우리나라 법에는 의료인이라는 정의에 수의사는 나와 있지 않거든요.

하지만 수의사는 세계에서 인정하는 전문 의료인입니다. 라고 하면 맞을지도..

수의사라는 직업을 선진국에서는 Doctor of Veterinary Medicine 으로 사람 의사나 다름없이 인정하거든요.

수의사도 의학을 공부하고 사람이외의 동물에 대한 의료행위를 하잖아요.

이 한줄에 대해 길게 써놓으셨길래 책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