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기요시코 카르페디엠 11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오유리 옮김 / 양철북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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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을 가지고 있는 기요시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기요시는 말더듬이 시작된 그 날 일을  인지하고 있다. 텅 빈 방 안에 혼자 있었다. (중략) 시골 할아버지 댁이었다. 소년은 한 방씩 문을 열어젖히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안녕! 안녕! 안녕! 깜짝 놀래 주려고 방으로 뛰어들어갈 때마다 큰소리를 지르며 들어갔는데, 방마다 전부 텅 비어 있었던 기억이 난다. (p.23)


그 것이 말더듬의 결정적인 원인인지, 방어기제(rationalization or projection)인지는 잘 모르겠다. 기요시는 그 것에 대해 물어봤던 의사에게도, 부모에도 말해하지 않는다. 이유가 된 사건 즉, 사전 설명도 없이 자신을 떨어뜨려 놓은 일에 대해 섭하게 말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난, 기요시가 그것을 그냥 그대로 수용했다고는 생각 못하겠다. 기요시는 말더듬 때문에 언어도 새로 조합해 골라 쓰고, 불만이 있어도 참아버리기 때문이다. (기요시는 나중에 말더듬는 것에 대해, 남들과 다르게 말하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


말을 더듬게 되면 답답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늘 불편한 상황에 노출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자, 모이신 분께 자기소개를 하세요.” (중략) 소년은 고개를 떨구었다. 심호흡, 심호흡, 심호흡..... 숨을 들이 쉬어도 가슴까지 전달되지 않는다. 목구멍이 갑자기 오그라들었다. 혀가 딱딱하게 굳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p.30)


말 한번 하는 것에도 기요시는 생각을 더 하게 된다. 차라리 말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데, 내 경험상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만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기에 내심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 것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전치(displacement)된다. 그 것을 알기에 첫 편부터 공감이 갔다. 그리고 연이은 전학은 첫 대면의 불편과 함께 낯선 곳으로 계속 진행된다. 


이 소설을 단순히 성장소설의 감상정도로만 써서는 안 될 것 같다. 저자는 주인공 기요시가 자신의 실제 어린시절 모습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전학생이 겪는 소외감과 주변인들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내용이 잘 나와 있다. 말더듬 교정 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가토에 대한 이야기, 옷짱에 대한 이야기는 학교 외 적인 곳에서 겪는 것이지만, 나머지 이야기는 학교에서 충분히 겪을 이야기다. 북풍 푸우타도, 게루마와 교차점의 오노에 대한 이야기는 전학가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래서 전학을 계획하고 있는 부모님이나, 아이에게는 추천이다. 모든 상황이 맞다곤 하진 못하겠지만 뭐랄까, 아주 미세한 털이 목에 걸린 것처럼 컥컥거리게 한다. 


아이의 전학이란 것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 굉장한 스트레스이다. 더구나 기요시 같이 수줍음이 많다면 더 하다. 어른이라면 원치않게 직장을 옮겨야 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늘 자기소개를 해야 하고, 기껏 친해지기 시작하면 완전 새로운 곳에서 이방인대접을 받고 다시 시작해야 된다. 기요시는 중학교 야구부에서, 이 모습을 전학생 오노에게서 재발견한다. “난 말이야, 전학 가기로 결정이 되고 나서 만화를 무진장 많이 읽었다. 전학생이 주인공인 만화 말이야, 반 친구들이 하나씩 가르쳐 주는 대로 다 읽었어. 멋지더라, 전부 영웅 같더라고. 그것 참 괜찮은 거구나 싶어서 속으론 전학 가길 꽤나 기다렸는데..... 완전히 다른 거였어.” (p.219)


저자이자 주인공이 작문실력이 뛰어나서 더 잘 포착한 것 같다. 전학생이 되는 자신의 위치와 말더듬는 자신의 불편을 말이다. 기요시와 기요시의 어머니는 첫 편에서 표준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끝으로 갈수록 지방 사투리를 사용한다. 풍자류 소설빼고, 사투리가 편하고 좋아지기는 처음이다. 

 

나도 사는 지역에 따라 변했다. 기요시처럼 초등학생시절 6년 중 5번을 전학으로 보냈다. 거기다, 중ㆍ고교는 전학없이 진학해서 기요시처럼 공유할 추억이 있는 급우들을 신기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전학에 관해서만 너무 열변한 것 같은데, 이 책이 꼭 그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진행 순서가 전학간 순서일 뿐, 가족애도 볼 수 있고 선생의 배려라든가 친구의 이해같은 어릴 때 느끼지 못하면 평생 아까워 할 것들을 다시 보게한다. 난 지금 무척 아깝다.

 

마지막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기요시의 도쿄 소재의 대학진학이다.


“어디까지요?”

역무원이 신경질적으로 대답을 재촉했다. 소년은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했다. 늘 늘어가는 데 실패했던 줄넘기 돌리기 안으로 단번에 큰 맘먹고 뛰어들어갈 때처럼, 숨과 소리를 함께 토해냈다.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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