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같이 사는 세상

 

시골의사님의 책을 다시 찾아 읽었다. 처음 그 글을 접했을 때의 충격과 눈물에 비하면, 오늘은 편하게 읽었다. 그 때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터져버린 눈물샘을 막느라 눈 시린 모니터 화면이 그렇게 시린 줄도 모르고 읽었다.


서재를 빌어, 시골의사님의 글을 가져왔었다. 그 분의 글이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 일이었지만, 가벼운 서재주인에 의해 자칫 무게를 잃게 한 것은 아닌지 내심 죄송스러웠다. 3월의 마지막 날, 드디어 나왔노라고 조심스레 말하셨을 때 바로 주문신청을 했다. 그런데 책임감이라고 하기엔 뭐한 책임감이, 책에 대한 리뷰가 10편이 넘으면 그 때 써드려야겠다고 결심케 만들었다. 그래서 오늘 드디어 한 짐 놓는 기분으로 리뷰를 올린다. 그리고 기다리느라 책을 여러 번 더 읽었는데 외울 정도가 되다보니, 정작 책 내용에 대한 생각은 많이 휘발되어버렸음을 밝힌다.


시골의사님의 글을 블로그를 통해 접했을 때, 눈물 흘렸던 내용을 기억한다. 반코마이신에 대한 내용에서도 울었고, 진화씨에 대한 이야기에선 통곡을 했었다. 개죽음에 대한 이야기에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훈훈한 것도 있었고, 안타까운 내용도 있었지만 가장 충격적으로 읽은 내용은 dementia(치매)에 대한 이야기다. 너무 충격적이라 그 내용을 점심시간에 친구들에게 말해주었다. 당시 heart-lung part(심폐부분)는 시험 때문에 달달 외우 있던 때였고, 막 burn(화상)개론에 들어가던 중이었다. 숟가락을 놓던 친구들에게 진짜냐는 질문을 받았었는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었다.


글 속에서 나도 같은 현장에 있고 싶다는 생각과 끝까지 저런 마음을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것이 초각을 다루는 응급한 것이든, 웃음을 나누는 가벼운 것이든 말이다. 원래 잘 쓰시는 분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환자에게 멱살 잡혔던 이야기도, 수술복을 다 적시는 이야기도, 실례를 범했던 고백도 모두 와 닿는다. 나는 얼마나 저렇게 느끼고 이해하고 쓸 수 있을 까 싶다.


책에는 의업을 하게 되어 남들보다는 갑절의 생의 저면을 보게 된다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고 했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그의 선견이 더욱 고민도록 하지 않았나 싶은데, 그래서 알려주고 싶었단다. 결국 우리는 같이 사는 사람들이고, 작은 인연도 소중한  연이었던 것을 말을 해주고 싶었단다. 그 전에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신다고 하셨을 때, 글에 비해 촌스러운 제목이 아닌가했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결코 촌스럽지 않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의학용어가 좀 많이 사용된 점이다. 나야 문제가 없었지만 다른 분들께는 조금 이해가 필요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좀더 높은 순위의 베스트셀러였을 텐데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면에선 이정도의 적당한 의료용어는 더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은 원하면 얼마든지 의료용어 정도는 쉽게 접근 할 수 있으며, 용어설명 때문에 이야기의 긴장감이 흐려지는 것은 더 아쉽기 때문이다. 그의 많은 이웃들은 이해를 잘하셨는지 덧글이 아주 많다. 초창기 시골의사님의 글에 달린 덧글은 좀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생각할 거리도 던지는 글들이 많아졌다. 이것도 인연이고 블로그 문화의 발전이 아닐까 한다. 가끔 시골의사님의 글에 내 덧글을 달고 오기도 한다.


오늘 블로그에는 ‘세상이 미쳤다’란 글이 올라와 있었다.

 

ps. 시골의사님의 사진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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