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읽고


이 소설이 갓 출간되었을 때, 영화도 곧 개봉된다는 광고가 붙어 있었다. 영화보다는 책으로 보려고 맘먹고 있었기에 영화 예고편도 되도록 보지 않으려했다. 그런데 TV방송은 날 가만히 두지 않고, 기여이 영상을 보여줬다. 비 오는 계절에 죽었던 아내가 돌아오고, 애닮은 동거를 하게 된다는 것을 근사하게 광고했었다. 수채화 같은 영상이 예고로 전개되었다. 그래서 영화도 잘 만들어졌겠거니 했다. 그런데 오늘 원작을 다 읽고 보니, 영화도 덜 만들어 졌을 듯하다.


영화에서는 그럴듯한 반전비밀이 숨어있는 것처럼 말하던데 책에선 추론해결보다, 지문이해가 얻는 점이 많다. 인과관계에 너무 치우치지 않는다면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광고로 기대치만 높이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약간의 불안장애를 가진 남편 닷쿤과 6살 아들 유지, 그리고 아카이브 별(사후세계)에서 돌아온 엄마 미오가 같이 생활하고, 추억하고, 사랑한다. 아내가 떠날까봐 전전긍긍하는 닷쿤과 유지도 귀엽고, 다시 사랑의 설렘을 경험하는 닷쿤의 모습도 좋다. 미오의 기억회복을 위해 중간중간 회상하는 장면이 많다.


미오와 다쿠미(닷쿤)는 고교 때부터 서로를 알았지만 아주 늦된 연예를 한다. 서로의 감정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삐쩍마른 몸에 짧은 머리, 안경으로 가려졌던 여고생 미오와 적잖은 괴짜 고교생 다쿠미는 대학생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런데 긴 머리와 콘텍트 렌즈로 바뀐 미오를 보는 순간 다쿠미가 하는 말이 있다. 이 내용에서 두 문장이 와 닿았다.

너는 어딘지 몹시 여자다웠다. 커피스푼의 요정이 아니라 따스한 피부와 좋은 향기를 풍기는 한창 나이의 여성이었다.

나는 남자애들에게는 전혀 관심 없어. 그러니까 나를 가만 놔둬!

그런 얘기는 한마디로 내비치지 않았다.

나를 봐줘. 그리고 좋아해줘.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타고난 성품이 몹시 단순해서 어떤 일이나 눈앞에 보이는 대로만 이해하는 사람인지라 네가 내뿜는 사인을 있는 그대로 순순히 받아들였다.

잘 알았어. 너를 좋아할게 (p.129)


마지막시간에, 미오와 닷쿤이 서로에게 하는 질문과 대답들도 남는다.

“당신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었어.”(p.304)


“나는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었어요?”

“행복하지. 벌써 충분할 만큼. 당신이 나 같은 사람과 결혼해준 것만으로도 벌써 넘칠 만큼 행복했어.” (p.305)


그리고 작가가 하는 말이 있다.

‘흡혈귀가 아니라 흡루귀(吸淚鬼)의 소설을 써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 별것 아닌 소설도 잘 훌쩍이는 눈물 많은 사람인데, 지금 아주 건조하다. 책의 배경은 비가 촉촉이 내리는 연두 숲의 모습인데, 현실의 배경은 황사가 까끌히 몰아치는 4월이기 때문일까? (책 읽고 울사람은 없을 듯하다. )


미오는 비의 계절이 끝나면 아카이브 별로 돌아간다고 한다. 나도 짧은 리뷰를 끝내고 나면 고시 행성으로 돌아가야한다.


ps. 일본에서도 인터넷 소설이 뜨고 있는 줄 몰랐다. 작가가 인터넷 소설로 연재하던 것이 이렇게 뜬 거란다. 그래서 그런지, 문장이 굉장히 짤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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