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툰 5 - 아빠 사랑해요 비빔툰 (문학과지성사) 9
홍승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홍승우의 ‘비빔툰’을 보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생 때 구독한 한겨레 신문 때문이었다. 그런데  1년 만에 구독해지를 해버렸다. 따라서 다운이가 기저귀 갈자마자 굳바이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남아있던 기억은 당시 같은 계열의 만화였던 이광수의 ‘광수생각’, 이우일의 ‘도날드 덕’보다 더 편했다는 정도일 뿐 크게 남지는 않았다. 광수생각은 약간 극단으로 치닫는 면이 있었고, 도날드 덕은 주변 책의 일러스트로 등장하는 편이 더 나았다. 비빔툰은 그보다는 말랑말랑하고 따스해 보인 것이 다였다.


비빔툰 5편을 챙겨볼 정도로, 오랫동안 눈여겨 본 계기는 이소라의 라디오 때문이었다. 당시 고정 개스트로 한창완(세종대 에니메이션학과 교수)씨가 나오셨는데, 그의 비빔툰 평론이 마음에 짠하게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내용이인데, 한창완씨의 목소리와 설명이 돋보인 방송이었다.


온갖 육아법을 섭렵한 활미는 다운이를 최신 육아법에 따라 조심스럽게 대한다.

꿀이나 바나나 이유식 등 엄선된 이유식으로만 챙겨준다. 병균이 옮을까봐 허락 없이 아기 만지는 사람도 경계한다.


어느 날, 불가피한 일이 있어 친정집에 다운이를 맞기고 외출을 나간다. 돌아온 활미는 다운이 입주위에 붙은 고춧가루를 보고 경악을 한다.


“누가 애기한데 고춧가루든 음식을 먹였어!”

“.......”

“아기들은 이런 거 먹지 못한단 말이야. 아직 약한 아기장에 누가 고춧가루 음식을 먹였어?”

“......”


화를 삭히던 활미 뒤로, 고개숙인 친정엄마가 클로즈업 된다.


‘다운이가 너무 귀여워서...... 그래서...... 뽀뽀해주고 싶었어.’


물론 이 내용은 비빔툰의 앞권에 실린 내용이다. 한창완씨의 그 만화평론으로 ‘비빔툰’의 진가를 알게 되었고, 그 후 쭉 챙겨봤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비빔툰 5편을 보고 느낀 것은, 표지에 보이는 ‘아빠 사랑해요’에 대한 연장생각이다. ‘아빠 사랑해요’라고 쓴 사람은 유치원에 들어간 다운이다. 하지만 내 눈에 보이는 것은 글 쓴 다운이보다 그 옆에서 구경하는 딸 겨운이다. ‘아빠가 사랑해요’가 보인다. 딸을 보는 아버지의 심정이랄까, 어른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딸의 행동특성이 잘 묘사됐다. 둘 다 똑같은 외모에 머리모양만 바꿨을 뿐인데, 겨운이가 더 귀엽게 그려졌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인 활미가 많은 시간을 겨운이와 지내다보니, 아빠가 보는 딸보다는 엄마와 뒹구는 딸이 더 많지만 정보통으로 투영된 작가가 아빠 쪽이다 보니 달라 보인다. 

 

겨운이 같은 딸이라면 참 이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나의 초보엄마 생활도 공상하게 한다. 그러나 큰 딸을 애처롭게 보고 계신 노련한 우리 어머니  먼저 이해 해드려야 할 것 같다.

 

다운이도 개구쟁이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운 아들로 나온다. 그런데 오빠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해서 그런지 겨운이가 좀 더 관심받는 중심적인 인물처럼 보인다. 다운이가 겨운이를 질투하는 모습은 잘 나오지 않는다. 딱 한편 회귀(p.153)라는 제목에 나오긴 하지만, 활미가 다운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같아 부정적이지 않다. 개인적으로 이런 센스있는 부모를 지향하는 고로, 정보통과 생활미가 보여준 부모상이 좋게보인다. 평범한 가족 구성원이긴 하지만 가족 범주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내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비빔툰이 더이상 큰 영향을 줄 것같지는 않지만 엄마의 역, 형제의 필요성, 딸의 가치 등을 다시 보게 했다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주인공 정보통과 생활미, 아들 다운이, 딸 겨운이가 만들어가는 에피소드를 보면서 작가는 모범아빠일 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는 아동심리학에 조예가 있는 사람일 듯하다. 아이들의 시각을 참 잘 포착하는 것 같다. 그가 그린 그림에, 언제나 공감을 가진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다 읽고 나면 더 읽고 싶어진다. 개인적으로 시사적인 만화보다 이런 만화를 더 좋아하는 면도 있지만, 계속 비빔툰을 연재해줬으면 좋겠다.


겨운이가 지금의 내 나이가 되어있을 쯤이면 그 가족들이 어떻게 되어 있을지 궁금하다. 나는 그 때쯤이면 둘 중 하나다. 새끼들에 시달려 문화생활과는 멀어지거나, 노처녀끼리 놀다가 피폐한 문화생활을 하거나.

 

ps. 결론은 '겨운이가 부럽다' 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