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현경의 가족관찰기
선현경 지음 / 뜨인돌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별난 가족의 재미난 이야기


월간 잡지〈PAPER〉 에서, 가족 관찰기가 첫 연재되기 시작할 때 그녀의 그림을 접하고 이런 생각을 했다.

‘이런 그림으로도 원고료를 받는 군.’


그 연재만화에 별 재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PAPER〉 의 기사는 챙겨 읽어도 그녀의 만화는 읽지 않았다. 그 때는, 그녀의 그림이 가소로워 보였고 만화 내용도 공감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 보니 그녀의 그림은 꾸밈이 없었고, 이해불가였던 내용도 옆에 따라 나오는 글을 보면서 앞뒤 이해가 됐다.

 

〈PAPER〉에서 볼 때는 일러스트 이우일의 아내라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남편의 빡빡 민머리와 원색적인 컬러를 보고 빨리 알아차려야 했었는데, 최근에 알게 됐다. 그것도 ‘선현경의 가족관찰기’라는 책이 첫 출간되었을 때, 리뷰를 재미있게 쓴 서재인에 의해서다. 역시 좋은 리뷰와 높은 평점에 맞게, 재미있는 책이었다.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개미나 나팔꽃 관찰기록지 작성은 시시해 진 것 같다. 내가 초등학교 때는 방학 과제물로 항상 끼어 있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될지 인터넷으로 쉽게 알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으로도 예측할 수 없는 생생한 무언가의 관찰기록 소재가 있으니, 바로 ‘사람 일’에 대한 소재다. 결혼과 출산, 육아는 정말 절박한 '사람 일'이다.  


아이의 지적-정서적 성장에 따라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참 잘 포착했다. 가위질 없이 그대로 그림에 녹여내는 것이 진짜 ‘관찰기’ 같다. 사람을 이렇게 표현해서 그렇지만, 파브르가 곤충에 대한 애정으로 ‘곤충기’를 썼던 것처럼, ‘가족 관찰기'도 가족에 대한 사랑과 자식으로 향하는 모성의 호기심이 뚝뚝 묻어난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딸 은서가 쏟아내는 말이다. 작가가 그림에 맞게 각색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딸아이 은서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것 들은 명쾌, 상쾌, 유쾌하다.


기억 남는 모녀의 대화 중 일부다. (p.132) 달과 별이 그려진 하늘에 딸이 손짓을 해댄다.


엄마 작가 曰: 또 달따서 호주머니에 넣었어?

딸 은서 曰: 아니, 밤! 내일 아침에 꺼내서 나 혼자 ‘깜깜한 밤’놀이 할 거야.


은서가 내 나이쯤 되면, 어렸을 때 자신이 했던 행동들을 이렇게 차곡히 남겨주신 부모님께 어떤 마음이 들지 궁금하다. ‘나도 어릴 때 저렇게 했겠지.’ 하는 공감대와 24시간 붙어사는 만화가 가족의 신선함, 장난끼 가득한 남편과 고집 센 딸의 다툼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약간 걱정되었던 것은, 은서가 현재의 남다른 가족 모델을 그대로 소꿉놀이에 적용시켜 혼란을 겪은 것뿐이다. 이 점을 포함해 나머지 문제들도 작가와 그 가족들이 잘 해쳐 나가리라 생각된다.


나도 이런 관찰기 하나 쓰고 싶을 정도로 셈난다. 책에서 비벼대는 작가의 덜렁거림조차도 사랑스럽다. 그래서 다들 때가 되면 결혼하는 것이지 싶다. 있는 모습 그대로, 그 가족은 행복했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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