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팀 버튼 지음, 윤태영 옮김 / 새터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팀 버튼의 머리 속이 궁금하다.


팀 버튼 감독의 첫 영화를 ‘가위손(Edward Scissorhands)’으로 보았다. 조니 뎁이 맡은 가위손 캐릭터에 흠뻑 빠져있을 때, 팀 버튼은 세상에서 가장 여린 사람이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Nightmare Before Christmas)'의 잭이 엉뚱한 사고를 치고 다녔을 때는, 세상에 둘도 없는 장난꾸러기였다.


‘팀 버튼 감독 풍이다’라고 하면 간단히 해결될 듯 한 그의 영화적 세계는 다음과 같다. 햇빛보다는 네온사인에 눈이 부시고, 따뜻할 때도 있지만 소름이 쏟을 듯이 축축하고 차갑다. 차가움을 지나쳐 얼려버릴 듯한 괴상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웃기다. ‘화성침공(Mars Attack)’의 올드 팝송 음파장(音波長)처럼 황당하고, '유령수업(Beetlejuice)'의 위노라 라이더처럼 깜찍하다.

  

컴컴하고 우울한 이야기가 주된 팀 버튼 영화는, 무서운 것을 싫어할 어린 나에게 이상하리 만치 애정이 갔다. 특히 ‘배트맨(Batman)’의 악인들이 아무 근거 없이 총질하는 막무가내가 아니라 나름의 상처를 간직하고 인간적 면을 일부러 숨기는 악인임을 알았을 때는 주인공보다 더 좋아해줬다.


영화관련 TV프로에서 본 바에 의하면 감독은 공포영화와 B급 SF영화를 탐닉했고, 어린 날을 우울하게 보냈다고 했다. 팀 버튼 속에 살아있는 그 우울한 소년은 책에서도 모습을 드러난다.


태생적인 실수로 태어나 부모에게도 버림 받는 이야기, 또래에게 놀림 받는 이야기는 뭔가가 걸리적 거린다. 사랑받을수록 더욱 상처받는 이야기도 나오며, 사랑받기를 갈구하지만 더욱 멀어지는 이야기도 나온다. 자신이 이해하는 방식과 세상이 이해하는 방식이 충돌할 때는 엽기적 결론이 난다. 유독(有毒)소년 로이가 오존층에 구멍 내는 이야기에만 웃었을 뿐, 이 책은 가볍게 웃어넘길 책이 못된다. 혹시 팀 버튼이 학대받고 성장한 것이 아닐까하는 우려까지 될 정도다.


그의 머리 속에는 뭐가 들어있는 지 궁금하다. 그 속을 들여다보기엔 내 머리먼저 지끈거릴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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