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이 두렵다
제프리 존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0년 9월
평점 :
품절


나는 한국이 두렵다.


제프리 존스를 본 것은 2년 전 어느 뉴스 인터뷰를 통해서였다. 그의 능숙한 한국어 구사능력을 보고, 상당히 놀랐워했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의 성격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말했었고, 한국 경제의 잠재력을 높이 샀다. 한국 사람들이 영어에 좀더 능숙하고, 여성인력을 잘 이용하면 세계의 중심국가로 발전할 것이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그 뉴스를 보면서 내가 생각한 것은 자기 나라아니라고, 빈말하는 성의없는 미국인일 뿐이었다. 거기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의 회장으로 나온 그는, 미국을 위해 일하는 장사꾼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우연히 이 책을 들게 되었다. 책 두께가 얇아서 선택한 것인데, 책 내용은 결코 얇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그의 편견을 깨끗이 날려버릴 만큼 괜찮은 책이었다. 같은 변호사인데도 로버트 할리의 책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할리는 가정부 하니는 왕비라예’를 읽은 적이 있다.)


로버트 할 리가 부산사투리를 쓰면서, 외국인이기에 인정되는 어눌함을 무기로 오락프로에 나왔다면, 제프리는 표준어를 쓰면서, 외국인이기에 가질 수 있는 냉철한 시선으로 정치경제적인 분야의 전문가로서 활동을 했다. 사실 그는 법률 전문가인데, 주한 상공회의소 일을 맡게 되어 경제전문가처럼 알려졌다고 한다.


제프리는 선교사로 처음 한국 땅을 밟았을 때부터 한국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의 성품을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情이라는 문화와 뭔가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밀감을 좋아했다. 미국에선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은 상대에게 약점을 털어놓는 것으로 생각하여, 절대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대화의 주제가 날씨나 스포츠정도로 국한되고, 친밀한 관계도 계산에 의해 설정된다고 한다.


제프리가 한국인의 정서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 나는 마음이 심란해졌다. 최근에 한 친구와 단 둘이 페스트 푸드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내가 꺼낸 말에 화답하는 그녀의 태도에서, 난 그녀의 친한 친구가 아니라 적당히 이용하기 쉬워서 만나고 있는 친구였다는 인상을 받았다. 상대에게 뭔가를 얻어 낼 수 있어야 친구로 대하는 그녀의 태도를 보고 난 그녀에게 질렸다. 그리고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경계를 두지 않고 대하는 내가 무례한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보게끔 했다.


한국인은 자신의 허물을 서로에게 고백하면서, 더욱 우정이 견고해진다는 말에 나는 그런 친구인지, 내게 제대로 된 한국인 친구가 있는지 돌아보게 했다.


한국인의 가장 좋은 성격으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점을 꼽았다. 영어로 진행되는 인터넷세계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 것은 이런 한국인의 이런 습성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런 습성은 다가올 미래에 한국이 선진국으로 발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2000년 발행된 책인데 오늘 2005년에, 이 책을 보고 놀랐다. 작년 2004년, KBS 일요스페셜에서 같은 내용의 방송을 봤었기 때문이다. 이미 다른 전문가들은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그의 선견지명에 감탄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참 좋았다. 벤처를 거품많은 허풍기업으로 보고 있던 내게 그런 것이 아님을 알게 해주었고, 인터넷 발전으로 인해 같이 성장하게 될 다른 산업에 대한 이야기도 괜찮았다. 그리고 자신을 포함한 미국인이 가진 애국심에 놀라게 해주었고, 한국인이 충분한 능력을 가졌음에도 막상 테이블에서는 소심해 지는 인정하기 싫은 지적으로 날 찔리게 했다.


그가 하는 일은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과 한국정부의 충돌을 서로 조율하는 역이다. 그러다보니,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외국회사에게 이익을 부당하게 빼앗기는 장면도 많이 보게 된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분통이 터졌다. 그리고 절대적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외국기업에 욕이 나왔었지만, 내가 경제를 알아야하겠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나는 한국이 두렵다’를 읽으면서, 나의 '사회경제적 무지 상태'를 두려워해야 함을 알았다.


저자는 한국을 아주 사랑한다고 말했다. 나중에 한국이 잘 살게 되거든, 그 때 자신이 조금의 힘이라도 되고자 노력했음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나도 내 조국을 사랑하고, 내 조국에 조금의 힘이라도 될 수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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