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에 살고 죽고 - 20년차 번역가의 솔직발랄한 이야기
권남희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임신 휴가를 앞둔 직장동료와 이야기 하던 중 “시집가면 일 그만두고 싶다.”라고 했더니, “딴 사람은 그만 둬도, 너는 끝까지 남을 것 같은데!”라는 말을 들었다. 그냥 고개를 끄덕여도 상관없을 대화에 발끈하는 모습이 우스웠다. 묻지도 않았는데, 시어머니가 애는 키워 줄 거라는 이야기까지 덧붙이시더라. 유치해 질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사실 결혼해도 직업을 포기할 생각 없다. 다양한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기제를 보는 것도 재미있고, 책값을 충당할 수 있는 내 직업을 사랑한다. 거기다 일하면서 얻은 통찰로 글도 쓰고 싶기 때문에 중도에 그만 둘 수 없다. 

그래서 전문 분야를 소개하거나, 연륜으로 쓴 직업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카테고리가 진로설계나 자기계발 분야로 치우친 경향이 있어 많이 읽진 않지만, 잘 다듬어진 책은 소설 못지않게 재미있다. [번역에 살고 죽고]는 이런 면에서 구미에 잘 맞았다. 일본어 전문 권남희씨의 번역경력 20년을 아우르는 에세이다. 이야기가 아주 쉽고, 소소하면서 유쾌한 글이 많다. 역자를 꿈꾸는 이는 한 번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번역가가 이렇게 박봉일 줄 몰랐다. 유명 번역가이지만 집에 틀어박혀 하루 쉬는 것도 아까워하는 모습을 보니 걱정되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런 노력 덕분에 좋은 해외작가들을 만날 수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본인의 이혼에 대해 변명을 달지 않는 것도 좋았고, 딸 정하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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