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순회를 하다보면 소식만 알던 친구들 결혼사진을 종종 보게 된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친구들까지 다양한데, 특징적인 공통점이 있었다. 예비 신랑나이가 많을수록 일찍 시집가는 건 상식이다. 특징적인 것은 어떤 동창이든 거주지가 서울과 가까울수록 결혼 시기가 늦었다. 상경한 친구들은 자의식이 높은데다, 경제독립도 마쳤다. 덕분에 사색과 외로움을 즐기는 쪽이고, 서울서 가족과 사는 친구들은 결혼으로 맺는 새 가족은 굳이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혼자일 때 더 잘 사는 사람도 있다. 나 또한 결혼이 필수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평생 혼자 살 생각이 아니라면 잘 준비하라고 말하고 싶다. 결혼에 여자 나이의 많고 적음은 상관이 없었다. 잘 결혼하려는 노력과 관심이 있어야 잘했다. 직장사람들이 그 살아있는 교본들이었다. 

늦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연애보다 연예인에 관심이 많았던 A선생님은 안타까운 케이스다. 동료들에게 결혼 준비 과정과 남편 이야기를 하셨는데, 아무도 그녀 앞에서 말하지 않지만 잘못 갔다. 병원은 좁은 곳이라 1명에게 이야기했어도 돌고 도는 근무 특성상 개인적인 이야기도 전체로 퍼진다. 병동 전직원이 남편이 어떤 사람이라는 걸 아는데, 최근에 참석한 B선생님 결혼식에 그 분이 왔다. 같이 뷔페식을 먹는데 끔직했다. 언어습관에 문제가 많으신 분이었다. 유머라고 날리는 멘트는 혼자 중얼거리는 수준이고, 죄다 부정적이었다. A선생님의 당황한 모습과 수습처리를 보며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병원생활을 오래했고, 존경받는 선생님들은 ‘아이이야기는 해도 남편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부님에 대한 것은 어떤 성격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전혀 모른다. 자신의 직장에 배우자 이미지를 남기지 않는 게 자신과 상대에 대한 예의라는 걸 깨달았다.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의 큰 동기중 하나가 타인에게 이해-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남편 이야기는 '나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이런 남자와 이런 교류를 한다.'를 말하는 것이다. 남편이야기지만 궁극적으로는 타인에게 자신을 이해시키게 된다. 이는 타인의 인정충족과 동시에, 남편에게서 얻을 수 없던 이해를 회사동료들에게서 얻는 이점이 있다. 본인 스스로 완숙했거나, 인정받음이 충만하면 굳이 남편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문화가 틀릴 수 밖에 없어 오랜 시간이 필요한 시가댁이야기는 잘해도, 잘 만난 남편이야기는 하지 않는 이유를 그 때 깨달았다. 

때가 때이니만큼 지인들의 결혼사진을 작년보다 더 많이 볼 것이다. 나는 어떤 결혼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어떤 결혼 기념 행사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보다 앞서, 직장에선 남편이야기는 하지 말아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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