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아빠가 키워라 - KBS 이충헌 기자의 '아빠가 이끄는 아들 성장의 비밀'
이충헌 지음 / 글담출판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서점에 갔다가 베스트셀러에 꽂혀 있길래 집어 왔다. 책을 다 읽고 얻은 결론은 “지나치게 쉽게 썼다”다. 저자 이충헌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KBS 의학 전문 기자이다. ‘양육 르포’라는 띠지까지 달았는데, 기대 이하다. 9시 뉴스의 건강코너에 나오는 30초 건강상식 전달에 그친다.도 책값에 비하면 아주 적다. 중복되는 내용이 많고, 수식어만 찼다. 아빠가 키우라는 주장을 체험과 묶어서 더 정리하던가, 전문의와 기자의 타이틀을 활용해 과학적인 근거를 좀 더 많이 썼으면 좋았을 것이다. 책에 아들은 아빠와 격한 놀이를 즐길 줄 아는 유일한 양육자라고 했는데, 그 놀이 방법을 더 많이 소개했어도 괜찮았을 거다. 덕분에 내가 봐왔던 정신과 전문의 책들 중 하위 2위에 올렸다. 개인적으로 연세대의대 소아정신과 신의진씨도 쉽게 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책속에 간헐적으로 가슴을 울리는 내용이 있어 읽을 만 했다. 애 엄마들이라고 모두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수준의 책이 애 엄마들을 상대로 팔리는 걸 느낄 때 속상하다. <아들은 아빠가 키워라>가 베스트 셀러 코너에 있어서 그냥 집어왔는데 리뷰를 쓰니 내 선택을 더욱 질책하게 된다.
 
저자의 의도인지 출판사의 간섭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맘에 안드는 점이 더 있다. 책 중간에 중요한 내용임을 강조하는 줄이 쳐져있다. 이건 독자를 우롱하는 수준이다. 책은 독자가 이해하고 해석해야한다. 친절이 과했다.

전문의로써 기대한 과학적 근거와 풍부한 세례가 부족해 실망이고, 기자로써 써 놓아야할 객관적 사실이 똑같은 내용의 반복과 낮장 채우는데 그쳐 안타깝다. 책 제목이 내용의 다다. 06년에 정신과 전문의 김병후의 <아버지를 위한 변명>을 읽었다. 아버지의 양육참여 내용을 그때 처음 알았는데 크게 놀라고, 감명을 받았었다. 이 때문에, 더욱 시시하게 느껴진 듯 하다. 그래도 얻은 내용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내가 내 아이의 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부모의 관심과 열정이 중요함을 또 한번 느꼈다. 

성장하면서 오른쪽 뇌는 양쪽 뇌를 연결하는 ‘뇌량’을 통해 왼쪽 뇌와의 연결을 시도한다. 아들은 딸보다 왼쪽 뇌가 늦게 성숙하기 때문에 이 연결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오른쪽 뇌에서 건너온 신경 가지들은 플러그를 꽂을 장소를 찾지 못하고 오른쪽 뇌로 다시 되돌아가 그곳에서 다른 뇌세포와 연결을 시도한다. 그래서 아들은 오른쪽 뇌의 신경연결이 더 조밀하다. 오른쪽 뇌는 공간을 지각하고 도형을 그리고 조형물을 쌓는 데 중요한 역할은 한다. p. 116

아들은 말하기보다는 몸으로 표현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아직 충분하게 성숙되지 않은 전전두엽 때문이다. 사춘기 이후 전전두엽이 완전히 발달하면 아들의 언어 능력도 딸만큼 충분히 발달한다. (중략) 뇌는 적당한 때가 되어야 외부 자극을 받아들일 수 있다. (중략) 아들과 많이 놀아 주면서 언어 자극을 늘리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다. p. 117

엄마가 아기에게 음식을 먹이는 시간과 애착 강도는 별 연관이 없었다. 아기가 음식에 의해 애착을 형성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말하기, 만지기, 놀아 주기 같은 사회적 자극이 음식만큼이나 애착 형성에 중요하다. 이는 아빠도 엄마와 똑같이 아기와 의미 있는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다. p.162

미국의 교육학자 카즈덴은 2~3세 유아들을 3그룹으로 나눠 언어 능력을 측정했다. 한 그룹은 아이에게 일반적으로 말을 걸고, 또 한 그룹은 아이의 말에 호응을 잘 해주고, 나머지 한 그룹은 책을 많이 읽어 주는 등 적절한 언어로 아이에게 자극을 줄 것을 요구했다. 그 결과 책을 많이 읽어 준 그룹의 아이들이 가장 언어 발달이 좋았다. 언어 능력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어휘에 많은 노출돼야 하는 것이다. 아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 이것, 저것 등 지시 대명사를 많이 사용하는 부모들이 있다. 예를 들어 “저기 구석에 잇는 것 좀 가져와.”라는 식이이다. 이런 대화 방식은 아들의 언어 발달을 막는다. 부모는 풍부한 어휘를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저것 좀 가져와.” 대신 “노랗고 빨간 낙엽 사이에 있는 하얀 공 좀 가져다줄래?”와 같이 다양하고 명확한 단어를 사용해 아들이 자연스럽게 어휘를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p. 274

아이는 아빠를 보면서 성장한다. 아빠의 행동은 그대로 아이에게 반영되어 인성과 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중략) 멋진 생일 선물을 사주거나 놀이동산에 데리고 가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일상생활에서 아이와 나누는 교감이 훨씬 중요하다.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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