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민 교수의 뒤집는 힘 - 인생의 전환점에 선 30대 직장인을 위한 역발상 심리학
우종민 지음 / 리더스북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업무 중 한가한 시간이 생기면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과 수다를 떤다. 바빠서 뛰어 다녀야 하는 것 보다는 다행한 일이지만, 나는 이 시간이 싫다. 반은 직장 푸념이고, 반은 동료들에 대한 품평회와 뒷담화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남에게서 들은 이야기, 인터넷 소식과 지극히 일상이야기를 디테일 하게 늘여서 말할 땐, 같이 하향평준화 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누군가 밖으로 나를 불러낼 땐 컴플레인이지만 고마울 때가 많다. 어쩌다가 책에서 얻은 깨달음을 직접 듣기도 하는데, 그건 같이 이야기한 맴버가 누구냐에 따라 편차가 크다. 오늘 오전 같은 경우엔 얻는 게 없었다. 

집에 돌아와 이 이야기를 했더니, 직장사람들에 대해 기대하지 말라고 한다. 회사가 아니면 얼굴볼일 없는 사람들이 아니냐며, 왜 그 사람들이 너에게 고급정보를 나눠 줘야하냐고 반문했다.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더라도 앞에서는 칭찬하겠지만, 뒤에서는 배 아파한다며 시기심을 경계했다. 나는 아직도 신출내기였다. 무의식중에 상처 준 사람도 있음을 인정해야 했다. 현실에 안주하고, 가십거리나 즐기는 동료들을 한심하게 본 것은 사실이다. 외려 그 들의 눈에는 아부도 잘못하고 대화에 융화되지 못하는 내가 더 이상할 수 있었다. 힘듦을 털어놓으면 다른 프레임으로 뒤집어 설명해주는 이가 있어 참으로 감사한 저녁이 됐다.

우종민 교수의 <남자 심리학>을 재밌게 봐온 터라 이번에 나온 신간 <뒤집는 힘>도 기대했다. 다 읽고 보니 기대한 만큼 잘 정리 된 좋은 책이다. 직장인이 겪는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은 외부가 아니라 개인이 가진 ‘고정관념’이라며 이렇게 쓰고 있다.

[p.6] 직장인들이 겪는 고민이나 갈등은 대부분 자신이 가진 거대한 프레임 안에 갇혀 사안을 다른 시각에서 보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중략) 홀로 괴로워하다 진료실을 찾아오는 수많은 직장인은 대부분 매사에 ‘반드시~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당신을 안전하게 지켜준다. 변화에 대한 부담을 질 필요가 없으며 새로운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오랜 시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당신의 인생은 점점 더 재미없고 지루하며, 불만으로 가득 찰 것이다.

“그럴 수 있지 뭐~”를 달고 사는, 우유부단한 성격인데 내가 괴로워하는 부분에선 “~라면 ~해야지”라고 했던 것 같다. 특히 상사가 인간적이길 바란 부분과 아부에 대한 결벽증적태도는 각성할 필요가 많았다.

[p.7] 상사가 ‘인간적으로’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가? 상사와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인간적’인 관계가 아니라 ‘공적’인 관계다. 자기 계발을 통해 더 좋은 직장으로 옮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가? 물론 자기계발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를 충분히 즐길 줄 아는 일이 우선이므로 조급함을 버려라. 아부하는 인간들이 재수 없고 눈꼴셔서 견딜 수 없는가? 아부는 따지고 보면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부도 잘 하지 못한다.  

[p.86] 연애 시절을 떠올려보라. 마음도 없는 사람의 마음을 열려고 얼마나 파나게 노력하는가.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살피고,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보기 싫은 로맨스 영화도 볼 수 있고, 먹기 싫은 스파게티도 먹을 수 있다. ‘내가 실은 이런 음식을 싫어하지만’이라는 내색은 당연히 하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걸 딱 골랐니!”라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달고 산다. (중략) 반대로 주도권을 쥔 쪽에서는 어떨까. “이런 식으로 하면 내가 계속 만나줄 것 같니?”라는 사인을 수시로 보내며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자고 하며 단칼에 거절한다. 상사를 대할 때도 회사를 다닐 때도 마찬가지다. 회사생활에서 주도권은 내게 없다. 최대한 회사 분위기와 상사의 기분을 맞춰야 한다. 열심히 노력해서 그들의 마음을 얻어라. 그러면 회사생활이 훨씬 편해질 것이다.

1장은 뒤집는 힘, 역발상이 필요한 이유를 써놓았고, 순서대로 2장은 회사생활, 3장은 인간관계, 4장은 스스로를 뒤집어 보게 구성했다. 문체는 어렵지 않고, 문장 사이에 숨어있는 유머에 웃음도 터진다.

마지막 5장은 뒤집기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써놓았는데, 좋은 내용이 많았다. 첫째는 ‘적게 생각하고 많이 행동하라’고, 둘째는 ‘말버릇을 바꾸라’다. 이 책 말고 다른 책에서 깨달은 바가 있어 고운 말, 감사의 말 많이 하기를 실천하고 있는데 아주 좋은 것 같다. 처음엔 낯설어서 그렇지만 하고나면 기분이 정말 좋다.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p.284] 사람들은 말할 때 ‘별생각 없이’ 한다고 하지만 언어심리학에서는 이런 습관적인 말을 두고 심층심리에서 나오는 ‘심층언어’라고 한다. 언어학자 소쉬르에 따르면, 이런 심층언어를 자주 사용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실제로 그런 사람이 되고 만다고 한다. 뇌는 현실과 언어를 구별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입을 ‘짜증 나’를 반복하면, 그 소리가 귀를 통해 뇌로 전달되고, 뇌는 짜증이 나는 것인데 왜 멀쩡한 척하느냐면서 온몸에 불쾌한 스트레스 호르몬을 쫙 뿌린다. 그러니 원래 짜증 나지 않았던 신경도 뇌의 지령에 따라 짜증을 내야 한다. 말버릇은 그야말로 버릇으로 출발하지만 버릇이 거듭되면 마음과 몸에 굳어버린다.

셋째는 일이 아닌 다른 분야에 제대로 빠져보길 권한다. 즐겁게 할 수 있는 공부를 권하는데, 예를 들 것이 친구의 영어 공부였다. 영어를 잘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무조건 ‘물 좋은 곳-학원 선생님이나 수강생이 예쁘거나’을 찾아 공부했던 친구이야기에 많이 웃었다. 일과 관계없는 사람을 만나고, 운동을 해보길 권한다.

넷째는 억지로라도 웃을 것, 다섯째는 실천기능을 키우라고 한다.

[p.315] 엄동설한에 파란 잔디라니, 황당한 요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정주영 회장은 당황하지 않았다. “풀만 파랗게 나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정 회장은 새파랗게 싹이 오른 보리를 수십 트럭 옮겨와 묘지 옆에 심었다. (중략) 목표는 잔디를 심는 것이 아니다. 정확한 목표는 방문한 사령관에게 푸른 잔디밭이 ‘잠시 보이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문제 설정을 제대로 하면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온다. (중략) 이것은 억지로 공부한다고 해서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려는 자세가 있으면 혼자 힘으로도 얼마든지 습득할 있다. 반드시 해야겠다는 욕구가 잠재되어 있는 실행력을 끌어내는 것이다. 실천지능이 발달하면 어떤 상황에 처해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여섯째는 마중물을 부으라고 한다. 그 의미는 자신이 바라는 모습, 목표를 이룬 모습을 상상으로 불러 행복한 상태를 유지 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주변에 걸어놓는 것도 좋단다. 막 돌이 지난 아기 사진이나 애인 사진, 추억의 사진을 사무실 책상이나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사용하란다. 1분의 뇌 이완법을 알려주는데 흘려버리지 말고 1번이라도 실천해보라고 권한다.

[p.326]우선 눈을 감고 손을 툭툭 털고 어깨에 힘을 뺀다. 그런 다음 눈을 뜨고 심호흡을 하면서 앞에 있는 사물을 응시한다. 불빛을 봐도 좋다. 그런 다음 눈을 감으면 방금 전에 봤던 불빛의 형체가 남을 것이다. 불빛이 일정한 형태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모양이 달라져 보일 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냥 그 형체를 응시하라. 속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숫자를 세면서 규칙적으로 호흡을 한다. 절데 빨리 세서는 안 된다. 천천히 세면 1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6이나 7을 셀 때쯤에는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 상태에서 머리에 센서를 부착하고 뇌파를 찍으면 반수면 상태와 같은 파형이 나온다. 뇌가 깊은 휴식 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1분이 지나면 힘을 주고 주먹을 꽉 쥐었다가 펴면서 호흡을 크게 하라. 그리고 눈을 뜬다. 기분이 상쾌해지고 집중이 잘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저자가 근로자를 대상으로 임상심리 연구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다음 책도 기대된다. 다음번엔 팁을 얻어만 가는 게 아니라, 제안도 할 수 있는 내가 되길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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