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인문고전 독서는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겁니다. 힘들지 않다는 게 말이 되세요?

<여자라면 힐러리 처럼>에서 읽었다. 책으로 저자를 만나는 것도 좋지만, 직접 저자를 만나는 것이 훨씬 더 좋다고. 

독서는 저자를 만나서 저자를 읽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책은 저자의 사고의 부산물에 불과하다. 진정한 책은 저자 자신이다. (p.203)

저자를 직접 만나는 행위는 펄펄 끓는 물의 온도를 1도 더 올리는 일이다. 물이 아무리 무섭게 요동치면서 끓어도 100도에 머물러 있으면, 커피잔이나 데우는 물 밖에 되지 못한다. 그러나 101도가 되면 수십, 수백 톤의 쇳덩이를 움직이는 증기가 된다. 이 원리를 잘 알았던 이가 링컨이다. (중략) 그 결과 다른 독서광들이 저 혼자 펄펄 끓을 때, 링컨은 세상을 움직일 수 있었다. (p.204 )

전부터 저자 강연회를 가긴 했었지만, 더 자주 가게 되었다. 처음엔 싸인을 받아오거나 기념품을 받게 되어 좋았다. 그런데 계속 나가다보니 더 큰 재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혼자 중얼거리며 이해했던 내용이, 저자의 목소리를 통해 더욱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흑백과 칼라 사진을 번갈아 보는 듯 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내용과 저자가 강조하고 싶어 했던 내용이 달랐던 것도 흥미로웠다. 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독자의 질문을 통해 알게 되는 개인적인 이야기도 강연회의 숨겨진 재미였다.

어쨌든 강연회의 재미를 알게 해주신 분이 강연회를 한다니, 안 가볼 수 있나. 출간되기 전부터 카페 글을 통해 알고 있었던 <리딩으로 리드하라>도 충분히 좋은 책이었다. 칼바람이 불었지만, 정독도서관으로 향했다. 이지성씨 팬 카페를 가면 이지성씨의 동영상이 많이 있다. 간간히 봐온 터라 강연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처음 시작은 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이야기였다. 20살이었던 18년 전에 작가가 되도록 한 계기가 있었는데, 이유는 아주 불순했다고 한다. 당시 명랑시집이라는 책이 3천원이었는데, 백 만부가 팔렸다고 했다. 그걸 보면서 쉽게 3억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작가가 된 계기라고 한다. 지금 와서 보니 그렇게 책 내면 안 되는 것인데, 당시에는 몰랐다며, 그래서 13년 7개월을 무명작가로 80군데의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았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인문고전을 읽기 시작한 계기는 책(p.190)에도 나와 있는데, 20살 때 아버지가 대학생이 되었으니 이런 책도 읽으라며 <장자>와 <순수이성비판>을 추천했다고 한다. 장자의 호접몽을 읽고 교회에서 무거운 사다리를 어린친구들과 나르다가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한다. “사다리가 나인지, 내가 사다리인지.” 그 순간 뒤에 있던 친구들이 왕재수에게 보내는 야유를 보냈다고 한다. 그 때 우리나라의 고전독서에 대한 반감을 처음 알 수 있었다 했다.

고전독서의 2번째 계기(p.192)는 29살 때 였다. 무명작가로 손가락질만 받고 있을 때 처음으로 출판계약을 한다. 계약서까지 보여주며 ‘꿈은 이루어져’라며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는데, 막판에 뒤집어 졌단다. 그 때 느꼈던 좌절감은 ‘나한테 창의성이 부족하구나. 천재들의 두뇌로 바꾸자’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 때부터 미친 듯이 읽었다고 했다.

교사로써의 분당 서현초등학교에서 했던 인문고전 교육(p.86) 경험을 끌어다가 명문사립학교에 대한 경각을 일깨웠다. 작가님이, 책이 출간되기 전에 중앙일보에서 외국 교육과정에 조예가 있는 기자를 만났는데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기자는 책이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미국 명문사립학생들은 절반은 필사를 하고 절반은 자신이 창작하는 과제를 한다며 작가님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고 말해줬다 한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도 놀랐다.

이후엔 고전독서와 국력의 이해관계(p.47~53), 카를 비데 교육법을 실험 시행했던 하버드 교수들(p.62) 이야기를 해줬다. 통치권을 잡은 열강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그 나라의 교육과정에서 고전인문독서 프로그램을 빼는 것이라며, 일본-한국, 미국-일본의 예를 드는 데 참 슬픈 이야기이면서 머리 속은 정리가 잘 되었다.

마지막으로 독서법을 이야기하면서 서양철학은 잘 못 읽으면 정신병자가 되기도 한다며 우리나라의 행복한 독서를 권했다. 율곡 이이가 대장간을 차린 이야기를 하면서 애민을 설명했다. 고전을 읽고 깨달음으로 향하는 길은 열정과 사랑, 인류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이라  했다. 예로 논어에서 제자 번이 仁(인)이 무엇이냐고 공자에게 질문한다. 공자 왈 ‘仁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하셨다며 고전에서 사랑이 빠지면 절대 안된다고 했다. 사랑 없은 인문고전 독서는 미치광이를 만드는 일이라고 아주 크게 강조했다. 고전독서는 너무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엔 충격이고, 다음은 행복감, 그 다음은 나보다 약한 사람을 사랑하는 단계에 이른다며 열독하기를 권했다.

작가와의 질문시간에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고전독서법에 대한 더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정독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에 많은 작가를 초청해봤지만, 이렇게 열광적은 경우는 처음이었다며 놀라워했다.

이지성 작가의 꿈이야기는 4억의 빚이야기로 시작해, 대중의식에 혁명을 일으키는 작가가 되자는 이야기에서 정점을 찍었다. 1%가 잘못됐다면 99%를 깨우면 되지 않냐, 삼성을 이길 수 있을 까로 표현한 소명의식에 정말 놀랐다. 그동안 작가님이 보여 온 행보도 이해할 수 있었다. <꿈꾸는 다락방>을 비롯해 그간 나왔던 책이 좋아서 작가님을 주목은 했었는데 강연을 통해 더욱 믿음이 갔다.    

독자의 질문을 통해 개인적으로 얻은 귀한 2가지 교훈이 있다. 사교육에 종사한다는 이의 질문을 통해, 느꼈다. 내 주변엔 책 읽는 사람이 없다며 외로움만 성토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책을 읽고 내가 변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주변사람들이 책을 읽는 것이었다. 또 하나 지금 당장 고전을 읽어야 겠다는 결심이다. 푸르미 독서를 물어봤던 분을 통해 독서의 힘을 위해 일반 서적을 읽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거기 온 사람 중에 책을 천 권 읽으신 여성 분이 있었는데, 인문고전은 못 읽겠더라 했다. 인문고전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전통 고전 교육은 3세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인생을 바꾸고 삶을 혁명할 인문고전독서는 무척 힘들단다. 1kg 빼는 헬스도 힘든데, 삶을 바꾸는 독서가 쉬울 수 있냐며 독자들을 독려한 귀한 시간이었다. 작가님의 유머와 조리있는 말솜씨에 경탄한 시간이기도 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칼바람과 함께 머리 속이 명징해졌다. 지금 시작하리.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12-16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6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