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직 상담을 해주게 됐다. 실력과 인간성을 두루 가진 동료라 오래 함께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내 욕심. 떠날 마음이 생기고 기회도 된다면 마음 가는 대로 해야 되지 않느냐고 말해주었다. 나도 제 2의 직업에 대한 고민은 계속 진행 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리하여 우린 11월 25일 삼성역 크링에서 다시 만났다. <내 인생이다>의 저자를 만나 우리의 고민을 덜어보고자 했다.  

   

도착한 크링은 독특한 외관과 전시 공간을 보여주었는데, 금호그룹이 문화 사회공헌 사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작가를 만난 곳은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홀에서 였다. 사진의 왼쪽은 저자이신 김희경 작가, 오른쪽은 책속에 인터뷰이로 등장했던 최혜정씨다.
 

 김희경씨는 18년동안 동아일보에서 일하다가 더 이상 기자생활을 하기 싫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보다 먼저 인생의 항로를 바꾼 사람들을 만나고자 했고, 그 내용을 엮은 책이 <내 인생이다>이다. 책을 읽고 가서, 같은 내용의 반복이 될 수도 있었지만, 저자가 뭘 말하고 싶어 했는지 가까이서 알게 되어 더 유익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었는데, 첫째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인터뷰이들은 ‘점프를 하는 대신에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도 괜찮다’, ‘배워서 걷는 게 아니라, 걸아가면서 배우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책 속에도 나오는 데 프랑스 경영대학에서 제 2의 직업을 찾아 성공했던 이들의 공통점은 ‘먼저 뛰어들어 경험하고 수정해 나아간다’는 특징이 있었다고 한다. 계획표대로 된 이는 많지 않다고 했다. 공통점 두 번째는 뜨니까 바꾼 것이 아니고, 먼저 자신 마음먹은 대로 따라갔다는 것이 있었다. 공통점 세 번째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저지르니까 주변상황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졌다고 한다. 책 속의 예로, 보트를 만드니 보트를 타는 문화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들었다. 음반가계에서 심리상담가로 변화한 이에겐 대학 1학기 등록금 밖에 없었는데, 그 해 장학제도가 생겨서 학비와 생계까지 해결되던 일도 추가로 더 들려줬다. 이 부분을 듣는데  더 이상 돈이 핑계가 될 수 없음을 느꼈다. 마지막 공통점은 단 한번 바꿨다고 해서 완성되기를 기대하지 않더라고 했다.

어떻게 길을 바꿀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 주었다. 1인 기업가로 변신한 이에게선 ‘하프타임’을 가지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작가 옆에 앉은 최혜정씨에겐 ‘약국찾기’를 제안 받았다고 한다. 저자 자신의 조언은 꿈과 판타지를 구분하고, 자기가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연계된 것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중년이지만, 뭐든 하면 될 거다’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란다. 하면 된다가 아니라 하면 안 되는 것도 있음을 인정하라고 했다. 그 예로 자신의 요리사 판타지를 들었다.

이직을 하고 나니 친구들이 두 가지 말을 하더란다. ‘난 하고 싶은 게 없는데, 넌 찾아서 부럽다’와 ‘돈 때문에’가 그 것이다. 이에 대해 하고 싶은 걸 자기 안에서 발견 못하면 소용없다며, 그것을 찾는 방법을 소개했다. 누구를 제일 질투하는지 써볼 것, 죽음을 상담자로 삼을 것, 작은 빛이지만 계속 마음에 있는 것이라 했다. 돈에 대한 것은 인터뷰이들도 걱정이 계속 되고 있는 부분이지만, 노후에 대한 과장된 걱정을 하지 않더라고 했다. 그리고 돈과 생계가 걱정이라면 직업을 바꾸는 것을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저자의 이야기가 끝나고 최혜정 부장님의 이야기가 이어졌는데, 너무 흥미로웠다. 성공한 카피라이더로 사시다가 마흔 여섯에 이직을 결심하고 세이브 칠드런에 가게 되었는데, 이야기 하나하나가 재미있으신 분이셨다. 카피라이더로 사는 동안 직업이 안 맞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마흔 다섯에 그만 둬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을 내려 놓으셨단다. 그 와중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계속 생각했는데, ‘자유와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고 한다. 자신은 호기심이 많고, 남의 시선에 별로 신경쓰지 않으며, 촌스럽고 단순한 사람이라고 했다. 계획을 세우지 않으며(계획하고 한 것이나, 없이 한 것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며), Exciting과 Fun한 일이 아니라 자신이 가치있다고 여기는 일을 열심히 한다고 했다.

여러 에피소드를 곁들이며 자신의 성격을 담담하고 명쾌하게 들려주었는데, 듣는 내내 편안하고 좋았다. ‘흰머리와 함께 얻는 지혜를 기대 된다’. ‘그때가 언제인지 때가 되면 안다. 결정했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면 옳은 결정이며 겁이 나지 않으면 때가 된 것이다.’, ‘이게 너니?’등의 생각할 과제도 내주었다.
 
독자 질문도 받았는데,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기억 남는 것은 ‘나는’이다. 이기적인 나가 아니라 주체로써의 나를 말하는 것이었는데, ‘나’라는 표현이 어찌그리 아름다운지 울컥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같이 간 동료가 질문 2가지를 했는데, 긍정적인 체험이 되었나 보다. 오늘 이직을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내 인생이다>를 읽으면서 느낀 것은 제 2의 인생을 찾는 방법도, 결국은 나를 인정하고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었다. 독자와의 만남을 통해 더욱 가까워졌는데, 김희경씨의 다른 이야기도 더 듣고 싶어졌다. 그녀의 정리되고 조근조근했던 목소리도 또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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