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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다 -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진짜 내 인생'을 사는 15인의 인생 전환
김희경 지음 / 푸른숲 / 2010년 9월
평점 :
밤 근무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고연봉의 안정적인 전문직임에도 홀대받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G5에 드는 나라라도 이 일을 택한 이는 밤 근무를 해야 한다. 그래서 취업이민도 쉽고, 더 많은 연봉과 환대를 받는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밤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습관적으로 사직을 생각했었다. 퇴근길, 한 해 선배에게 ‘때려 칠 까요?’라고 물었는데, ‘현실적으로 생각하라.’라는 퉁만 먹었다. 이 문제를 오래 붙들었다. 간호사는 모르겠고, 여자가 일을 그만 두면 안 되는 백 가지 이유는 알게 됐다. 그리고 현재,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간호’니까 간호사를 하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 날이 후 계획한 직급까지 오른 뒤에는 뭐하고 사나가 궁금해졌다. 퇴직 후 제 2의 직업으로 간호를 할 생각은 없다. 되도록 다른 분야로 가고 싶은데 아직 먼일이라 천천히 둘러보고 있는 중이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인생 전환을 꾀했다는 <내 인생이다>를 만난 건 어제였다.
전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김희경씨의 인터뷰 모음집이다. 39, 34, 46, 43, 48, 38, 40, 34, 46, 32, 49, 39, 35, 36, 48세에 삶을 전환을 한 이들이 나온다. 어린 시절의 선명했던 꿈을 쫒은 이도 있었고, 전 직장에서 취미로 곁다리를 놓다가 새 다리를 건넌 이도 있었다. 전환을 준비하는 법, 전환 시점에 대해 좋은 글이 많아 노트에 따로 기입해 두었다. 쌓아놓은 직위와, 현재의 안락함을 포기한 다는 게 어디 쉬울 일이냐 마는 그들은 갔다. 책을 읽고, 나의 계획은 낭만만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책 속의 이직 시점이 생각보다 빨라서 놀랐다. 나의 인생전환은 50대 중반 이후 즉, 정년퇴임 또는 그에 임박한 때다.
책을 덮으니 전환시점에 가족의 반대 또는 응원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돈이나 명예보다 가족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열 다섯의 인터뷰이 중에 여성이 여섯이고, 그 중 아이까지 있는 분은 한 분이다. 전직 간호사였던 소설가, 정유정씨다. 소설가라서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 가장 좋았던 구절은 이 것이다.
내가 제대로 살고 있나 생각하기 시작할 때부터 별로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것이 마음에 탁탁 걸렸다. 부끄럽게도 나는 어릴 때부터 별다른 꿈이 없었다. (중략) 기억도 나지 않는 직업을 아무렇게나 써내는 나와 달리 나중에 뭐가 될 테야 하고 거침없이 말하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중략) 하기 싫은 건 알겠는데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는 몰랐다. (중략) 조언 중 가장 답답하고 신경질 나는 말은 ‘네 마음이 원하는 대로 하라’따위였다. 누가 그걸 모르나? (중략) 오죽하면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머슬로가 이렇게 말했겠는가.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그것은 보기 드물고 얻기 힘든 심리학적 성과다.” p. 95
지금 일을 묵묵히 사랑하는 게 최선임을 알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