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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의 휴식 - 마음의 평안과 자유를 얻은
이무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6년 5월
평점 :
심리학 책을 또 읽었다. 다 아는 내용이고 충분히 숙지하고 있음에도 심리학 분야엔 매번 손이 간다. 심리학을 읽는 일은 편하고 익숙하다. 이번에 잡은 책은 이무석교수의 책인데, 그의 다른 책들 <친밀감>, <자존감>과 맥락을 같이한다. 정신분석을 의뢰하러 온 인물이 있고, 그 인물의 치료과정을 따라가는 이야기다. 각각의 책 주제에 따라 중요 기제와 기본 심리상식을 중복되지 않게 잘 엮어놓으셨다. 이런 책을 보면 잘 썼다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 최근에 읽은 심리학 책 중에 가장 부드럽고 따뜻했다.
양육자와 아기가 맺는 애착관계는 아주 중요하다. 어릴 때 맺는 내적 대상관계가 무의식에 남아 인생전반을 무한 반복한다. 좋은 부모를 만나, 건강한 자존감을 유지할 수도 있지만 모든 부모가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아이는 크고 작은 상처를 받으며 성장하게 된다. 몸은 자라지만, 상처를 받은 아이는 자라지 못한다. 내면에 품고 산다. 이를 우리는 ‘마음속의 아이’라 한다. 모든 정신 질환적 증상은 어른이 나이에 맞지 않게 아이같이 느끼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마음 속에 성난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순간을 ‘자기발견’이라고 하는데, 이 때가 심리 치료효과가 나타나는 때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자기발견만으로 어떻게 심리적 치유가 일어나는지는 정신의학에서도 아직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단다. 인간의 정신은 신비하고 복잡하다고 이해하는 게 빠르겠다.
인생은 ‘나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중요하며, 나를 작게 만드는 사람에게 나를 판단할 전권을 주지 말라고 한다. 나는 우주에 하나밖에 없는 귀한 존재임을 인지시킨다. 또 한 가지 재주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한 가지 재주만큼, 다섯 가지 재주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그 만큼의 역할을 하며 자기 몫의 삶을 살라고 한다. 내가 귀한 건 이해하겠다만, 자기가 가진 몫만큼 살아야 한다는 말을 예전에는 참 싫어했었다. 그런데 요즘엔 진심으로 이해가 된다. 체념과는 다르다. 예전에 공지영의 소설 <즐거운 나의 집>에서 이 문장을 보고 난 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됐다.
" 위녕, 사는 게 어려운 일이다. 이걸 한 번 받아들이고 나면, 진심으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면, 사는 게 더 이상 어려워지지 않아." (p. 226)
그리고 다섯 가지 재주를 가졌든, 한 가지 재주 밖에 타고나지 못했든 ‘나는 나다움’으로써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다. 책에선 인생은 개별성(individuality) 때문에 값진 것이라고 짧게 언급한다.
아이는 자기 인생의 청사진을 가지고 태어난다며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 주란다. 그리고 지나치게 의식되고 반복되는 행동에는 반드시 마음 속 아이가 말 못하고 머뭇거리는 것이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이라고 했다. 밝힐 순 없지만, 내 마음 속 아이도 가끔 투정 하는 게 있긴 하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세상의 휴들에게’ 라며 건강한 인격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일러주는 페이지가 있다. 여기서 얻는 팁이 상당하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부모되기’에선 이런 내용이 있었다.
특히 퇴근 후 집에 돌아왔을 때의 5분이 아주 중요하다. 하루 종일 엄마의 사랑에 굶주린 아이는 엄마를 보자마자 안기고 싶어한다. 그런데 일하는 엄마들은 집에 도착했을 때 집안인일이 먼저 보인다. 그래서 아이를 안아 주거나 아이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 주기보다 집안일을 하기 위해 분주해진다. 그 때 아이는 심한 좌절감을 느낀다. 5분이면 된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먼저 아이와 충분히 스킨십을 하고 말도 걸어주어 엄마가 자신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아이는 짧지만, 이런 시간을 통해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게 된다. (p. 200)
이 사진을 보고 울컥 할 뻔했다.
‘인생의 선물, 배우자’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좋은 부모와 좋은 스승을 만나지 못해서 아직도 어린아이의 상태인 어른이라도 배우자를 잘 만나면 성숙해질 수 있으며 연구에 따르면 60퍼센트 정도가지 치유될 수 있다고 한다. ‘뉴 마더’(new mother)를 통해 ‘올드 마더(old mother)'에서 해방된 이야기를 더 첨부 시켜놓았다.
‘절대자 하나님과의 관계’에선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를 쓴 러셀과 저자의 스승, 김성희 교수의 큰 개 이야기가 교차된다. 예수의 오른 뺨을 돌려대라는 말의 의미는 어른스러운 삶을 살라는 뜻이었다는 깨달음을 전해주는 데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마지막에, 아기가 엄마의 얼굴을 보고 따라 웃듯 어른도 적당한 반사 대상(mirroring self object)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한다. 나는 어떤 거울일지, 어떤 거울들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