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가치가 격돌한 거지요. ‘약속을 지킬 것이냐 전쟁을 포기할 것이냐’였습니다. 그때 방청운은 포로가 된 군사들을 모두 죽이기로 결정합니다. 약속을 어기고 전쟁을 계속한다는 결정을 한 것이지요. 말하지면 전쟁과 승리가 목적이라면 그 것이 다른 가치보다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당연히 조이호는 길길이 날뛰면서 방청운이 그러지 못하도록 합니다. 방청운은 조이호를 기둥에 묶어놓고 포로가 된 병사들을 모두 죽입니다. 저는 방청운에 가깝습니다. 목적 지향적이지요. 그런데 제가 아끼는 후배들 가운데는 조이호에 가까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것도 나름대로 가치롭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러면 처음 생각했던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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