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모과양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 다녀와서

제목:  화요일에 얻은 깨달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하 <모리>)을 읽은 건 중학생 때였다. 베스트셀러여서 무슨 내용인지 호기심을 갖기도 전에 출간되자마자 봤었다. 지금은 정확한 인과관계도 가물가물한데, <모리>를 읽고 오랫동안 흐뭇해했다. 그 느낌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읽은 지 13년이나 지났지만, 고려대 4. 18 기념관까지 기꺼이 <모리>의 저자 미치 엘봄을 만나러 갔다.

강연의 시작은 저자가 모리교수를 만나는 것에서 부터였다. 사회학 수업이었는데 첫 수업에  7명이 교실에 앉아있었다고 한다. 수강취소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저자는 교실을 빠져 나가려 했다. 그때 모리교수님이 출석부를 불렀다며 ‘알파벳 A로 시작하는 이름의 비애’를 아냐며 강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졸업식 날 모리교수와 저자는 계속 연락을 주고 받겠다는 약속을 하지만 지켜지지 못한다. 16년 동안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는다. 까마득히 잊은 것이다. 그건 자신이 나빴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에 바쁘다보니 그리된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TV로 루게릭에 걸린 모리교수님을 보게 된다. 죄책감이 든 저자는 안부전화를 하게 된다. 그 통화를 시작으로 교수님을 다시 만나고, 삶의 태도를 다시 배운다. 그 때가 교수님의 연세가 78세였다.

처음 만났을 때, 잘나가던 스포츠 기자였던 저자는 자신이 얼마나 성공했는지 알려주고 싶었지만 모리교수는 무슨 일을 하냐고 묻지 않았다고 한다. ‘행복하니?’, ‘삶의 동반자를 찾았니?’, ‘사회에 공헌하고 있니?’ ‘삶의 의미가 있니?’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 후 매주 화요일에 만나 결혼, 돈, 아이들, 선물 등을 주제로 수업처럼 대화를 했는데 그것이 <모리>의 내용이란다. 그중 몇몇 에피소드를 강연에서 들려주었다.

누가 모리를 찾아오는가를 관찰한 적이 있는데, 모리교수를 기쁘게 해주려고 아이들 사진이나 유머를 준비해서 방문했다고 한다. 그런데 방문을 열 때와는 달리, 나올 때는 모두 울면서 나왔다고 한다. 자기들 문제 때문에 아픈 사람 앞에서 우는 것이다. 병문안을 받아야 하는 교수님이 위로를 하게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의아해하던 저자가 모리에게 질문을 한다. 그때 선생님은 “받는 것은 나를 죽는 느낌만 가지게 한다. 그런데 주는 것은 나를 살아있게 만든다.”고 말했다.

전쟁 관련된 TV를 보던 중 모리교수가 우신다. 왜 우시냐고 질문하는 저자에게 “죽음을 받아들이면 누구의 고통도 똑같이 느끼게 된다. 사람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모리교수의 이야기라며 이 이야기를 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시간을 사용하면, 돌아갈 때 100% 사라지는 게 아니다. 마음에 영원히 남는다. 그들은 귀신을 믿는 게 아니라 우리의 목소리를 계속 듣는다. 이 땅에 있는 동안 같이 말을 해야 한다. 나를 기억하길 바란다면.”

7명으로 시작한 모리 교수의 수업은 몸이 힘든 와중에도 제자에게 지혜를 나눠준 덕분에 타국의 먼 학생들도 그를 기억하게 만들게 되었으니 이 말은 생생하게 증명된 말이다.

자신의 생각을 나눠주고, 이야기하라는 말이 참 많이 와 닿는다. 인간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해서였는지, 직장동료들과의 거리측정을 잘하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연히 직장 생활은 지겹고, 재미없었다. 그 때 같은 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챙겨주던 장난기 가득한 유부남 당직의가 있었다. 기저귀 값은 벌어가는 생활인이자, 미국 의사시험을 준비하던 엘리트였다. 지금은 만나지 못하지만 그 분이 장난치면서 해줬던 자기 이야기, 살면서 깨달은 철학 이야기가 가끔 떠오른다. 서로 떨어져도 목소리로 살아있다니, 새로운 발견이다. 어제 미치 엘봄의 강연을 듣고 새삼 ‘생각 나눠주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말하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다”라는 일본속담도 떠올랐다.

저자는 젊은 학생들을 보면서 “마음가는 대로 하라”고 했다. 결코 잘못된 길을 알려주지는 않을 거라면서. 
 
ps 1. 강연이 영어로 진행 되어, 동시통역사가 있었다. 마지막 독자와 저자가 질문하는 시간엔 통역사 없이 진행됐는데,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지독히 부끄러웠다.

ps 2. 처음 <모리>은 저자가 모리교수님의 병원비 마련하기 위해 쓴 책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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