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CEO 뒤엔 명품비서가 있다
전성희 지음 / 홍익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자는 결혼하면 시장엔 가도 직장엔 갈 필요 없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내 손으로 벌어 보고,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는 여성들과 지내다보니 생각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육아를 핑계로 사회생활을 포기하는 여성을 볼 때 참 안타깝다. 사람마다 조건이 다르고 우선순위가 틀리니 전업주부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직장을 쉴 마음을 먹었을 때, 복귀할 가능성도 고민 좀 했으면 한다. 지리멸렬한 이직에 경력 관리를 소홀히 해놓고선 아줌마에겐 좋은 자리가 없다고 푸념하는 이를 볼 땐 화가 솟는다. 그대, 지금 푸념할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나.   

여기 비서와는 전혀 관련 없는 약대를 나오시고, 애 엄마인 상태에서 비서로 일을 시작한 인물이 있다. 이름은 미세스 심, 전성희씨다. 6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6시면 일을 시작하는 현직 대성그룹 수석 비서다.

그녀는 남편이 하와이에서 유학 중 일 때 보석공장에 다니며 뒷바라지를 한다. 귀국 후엔 교수 부인으로 우아하게 살 할 생각이었다. 허나 남편이 귀국해서 얻은 자리는 시간 강사 자리였다. 성희씨는 주부로 있을 계획을 수정하여 월급약사 자리를 구하기로 한다. 그 쯤, 당시 상무였던 남편친구(현 대성회장 김영대)가 그녀에게 비서일을 부탁한다. 그 시절엔 여직원들이 결혼과 동시에 퇴사를 하던 시절이었다. 자주 바뀌는 비서 때문에 불편이 컸다. 김상무은 아예 결혼한 사람을 비서로 쓸 생각을 한다. 그 것이 아줌마를 비서계의 대모로 바꾼 시작이었다.  

성희씨는 그 상무님과 30년 넘게 만나고 있다. 덕분에 비서와 상사의 관계를 뛰어넘은 깊은 신뢰관계를 갖고 있다. 상사가 남편 친구라는 것도 한 요인이 됐겠지만, 그보다 성희씨의 노력이 더 컸다. 업무시간 외에도 핸드폰을 켜놓고 상사의 전화를 기다리고, 사비로 꽃을 사오고, 차를 사온다. 자신이 모시는 상사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도움이 되고자하는 노력이 많이 보인다. 

부사장님은 내가 지금껏 만나 본 어떤 사람보다도 뜨거운 열정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인내하는 사람이었다. 인내는 만사를 해결할 수 있는 위대한 덕목임을 몸소 보여 준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비결을 비서와 함께 나누고 함께 성공하기를 주저 하지 않았다. (p. 281~ 282 )

공사를 넘어 사적인 일까지 도와주는 게 좋다고 설명하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면을 아직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특히 상사의 가족 일이라면 그만큼 더 신뢰한다는 의미라면서 신임 받는 계기로 생각하고, 그의 가족과 친해지라고 한다. 그러면 상사의 두터운 신뢰가 보답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이런 말은 좋은 상사를 잘 만나고, 비서일을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으면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상사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행운이 찾아오도록 스스로 가꿔 오기도 했다.  

첫 장에서 세상에 하찮은 일은 없으니 사소한 일도 정성을 다하라고 한다. 이 장엔 보통의 직장인에게도 적용되는 조언이 많다. 그 중 ‘100% 준비를 하고도 1%를 더하는 프로가 되라’, ‘업무를 장악하고 자신감을 챙겨라’, ‘커피 심부름조차 즐겨라’, ‘명랑과 친절이 행운을 부른다’는 페이지를 읽고 반성이 좀 되었다.

2장은 비서 업무에 특화된 조언인데 ‘굿 타이밍을 만들어라’는 말이 많이 와닿았다. 비서일을 오래하다보니 새삼스레 알게 되는 일이 여러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타이밍을 잘 맞추는 사람과 못 맞추는 사람이 구분된다는 것이다. 타이밍을 잘 맞추는 사람은 타이밍을 잘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비서에서 슬쩍 CEO의 기분을 떠보고,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으면 보고하러 오는 시간을 조금 늦춰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든다고 한다.

타이밍이 중요한 순간이 또 있다. 바로 감사의 말을 전할 때이다. 예를 들어, CEO에게 일에 대한 조언을 들을 때 머뭇거리지 말고 적절한 타이밍에 감사의 말을 하면 상대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며 감동을 줄 수 있다. 물론 나중에라도 CEO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면 된다. (중략) 그러나 즉석에서 말하는 것과 며칠 후에 말하는 것은 감동의 깊이가 다르다. 감사 편지나 이메일 등을 보낼 때도 이왕이면 빨리하는 것이 좋다. (중략) 타이밍은 좋은 때를 말한다. 그러나 행동하지 않는 타이밍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시간을 뿐이다. 이것을 붙잡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용기와 실천력이 필요하다. 행동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기회마저도 도망가기 마련이다. (p.160~161)

3장에선 유머, 칭찬, 의사소통의 중요성이 눈에 띄였고, 4장은 비서가 갖춰야할 성품이 씌여 있었는데, 자신감 부분에서 ‘능력이나 머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스스로 믿지 않았기 때문에 하는 일이 꼬인 것’이라 한 말이 마음 한 켠을 꼬집었다. 5장은 CEO와의 상호관계를 통해 저자 자신이 느낀 이야기를 하고 있다.

CEO를 최전선에서 만나는 비서가 쓴 책이라 뭔가 다른 이야기가 많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비서 에피소드가 추가됐을 뿐, 일반 처세술 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디가나 기본은 같은 것이다. 센 말로 명령어를 남발하는 체세책보다 부드럽다. 쉰 살 여비서의 여유인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저자가 다른 일을 했어도 대성했으리라 생각된다. 사회생활에서의 인정욕구와 책임이 강했다. 거기에 주변 사람들을 참 잘 만났다. 상사와 남편을 존경하는 눈빛이 많이 비치는데, 덕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 명랑한 마음과 사회생활하는 태도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교수 부인으로 편하게 지낼 수도 있었다. 그런데 낯선 비서일을 한다고 했을 때 즐거운 일만 있었겠는가. 인내와 배려의 시간을 통해 비서의 지혜를 얻은 저자에게 깊은 존경을 보낸다.

ps. 저자의 홈페이지    http://www.jhunsunghe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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