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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힘 P -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11가지 비밀
전우영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왠만한 책 광고엔 잘 흔들리지 않는데, 심리 책 부분에선 흔들린다. 읽고 싶다와 읽을 필요 없다는 생각이 서로 충돌을 하는데, 대부분은 결국 읽는다. 만화책 읽는 것보다 심리학책이 더 편하다. 덕분에 정신분석, 심리학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이젠 지식욕보다 새로운 해석과 글 형식을 음미하는 쪽이다. 그래서 화제인물들을 내세워 심리의 썰을 푸는 <심리학의 힘 P>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고전 심리에 요즘 이슈와 유명인의 일화를 섞어 놓았는데, 이 덕분에 이해가 쉽다. 교수로 일한다는 전우영씨의 수업을 들어 보고 싶을 정도다. 잘 정돈되고 요즘 트렌드 이야기로 재미있는 수업일 것 같다.
책은 크게 11장으로 구성됐다. 1장의 ‘성공’에서는 사회적 촉진과 억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같은 일인데 누구는 남들이 자신을 지켜보면 더 기량을 발휘하고, 누구는 더 실수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쉬운 과제는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혼자 하는 것 보다 빨리한다. 그러나 업무가 복잡해지면 그 반대다. 왜 그럴까. 타인의 존재는 각성을 부른다. 각성은 주의 폭을 좁히면서 한 눈 팔지 않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하게 만든다. 학습으로 익숙해진 반응이나 쉬운 과제는 이 덕에 더 빨리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생소하거나 어려운 과제는 앞만 보면 안 된다. 주위를 둘러보며 다양한 정보에 주의를 기우려야 하는데, 이 때의 각성은 오히려 수행력을 떨어뜨린다. 타인의 존재는 타인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업무수행과 동시에 타인의 경계까지 필요하다.
여기서 수행 성공의 해결점이 보인다.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를 쉽게 바꾸면 된다. 과도학습 한다는 뜻인데, “성실하게 연습하면 무대에서도 두렵지 않다. 연습 안하면 사람이 위축된다.”는 보아의 말에 감탄이 절로 난다. 보아는 지독한 연습벌레다.
2장은 ‘욕망’에 대한 부분이다. 동일시에 대한 내용인데, 이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거대 모델료를 지불하면서도, 유명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쓰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순간 수영실력과는 아무 상관없는, 시합 중 쓰고 나온 헤드폰이 불티나게 팔린 일화를 예로 들면서 동일시의 효과를 설명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유니폼을 입는 것도 여기에 포함되는 이야기다.
3장은 동일시에서 좀 더 나아가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 부분은 4장의 ‘범죄’ 와도 연결된다. 자녀-부모간의 동일시와 양육의 질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극한 대비로 보여준다.
5장은 파블로의 개 이야기를 하면서 ‘고전적 조건형성의 힘’을 설명한다. 나는 왜 다 알고 있는 심리학책을 또 읽을까. <심리학의 힘 P>의 내용대로라면 나는 파블로프의 개다. 직장생활로 힘들 때 마다 심리학책을 읽고 위안을 받았었다. 그로 인해 심리학책을 펴는 순간 마음이 편하다. 책과 평안이 연합된 것이다. 침 흘리는 개나 책 읽는 나나 차이가 없다.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고전적 조건형성은 일상생활에서 넓게 발견된다. 동안을 가진 이는 어린이의 마음을 가졌을 것이라고 섣불리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6장은 상관없는 줄 알면서도 ‘미신’을 따르는 심리를 이야기 한다. 미신 즉, 징크스도 원인과 결과사이의 무작위적인 조합을 기억 할 수 있어야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사건과 관련된 자신의 행동에 더 주의가 쏠리기 때문에 미신이 생긴다며 부드럽게 이해시킨다. 미신이 긴장감을 해소시킨다는 측면에선 꽤 유용하다고 하는데, 저자의 균형잡힌 시각이 인상적이다.
7장의 ‘사랑’은 애착의 힘을 설명하는데, 존 레넌의 <LOVE>를 들어보고 싶게 한다. 8장은 ‘발달’부분인데 자기중심적 사고와 피아제의 이론을 써 놓았다. 대학생 때 배운 인지발달 이론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9장은 ‘스트레스와 해석’이다. 강력한 스트레스와 엔돌핀은 짝궁처럼 붙어 다니는데, 이는 험한 환경에 적응한 몸의 자연적 반응이라는 걸 알려준다. 10장은 ‘휴식’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쓰려져야 산다’는 것이다. 힘들면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쉬어 가자는 결론을 얻었다.
11장의 ‘고백’은 글쓰기의 유용함으로 마무리 짓는다. 머릿속을 맴도는 부정적 사건을 글로 쓰면, 머리는 더 이상 그 사건을 떠올리지 않는다. 글쓰기를 통해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로 만들어 자신에게 설명하고 의미를 부여해 뇌에 통합시켜 놓기 때문이다. 진행 중인 사건보다 완료된 사건에는 관심이 현저히 떨어지는 게 바로 이 예다. 최근에 읽은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에서도 본 내용이라 이해가 쉬웠다. 괴로운 경험을 자신만이 보는 노트에 기록하기만 해도 마음은 가벼워진다. 중요한 것은 남이 보든 말든 ‘내가 쓴다’는 것에 있다.
내가 리뷰를 쓰는 여러 목적 중 하나도 이 것이다. 읽은 책을 리뷰로 써 놓지 않으면 책 조각들이 머릿 속을 둥둥 떠다닌다. 글을 쉽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글 한 편 쓰는 데 많은 시간이 든다. 긴 시간을 들여 <심리학의 힘 P>리뷰를 마무리 한다.
리뷰를 쓰게 한 것은 글쓰기의 힘과 잘 쓴 글이 주는 독서의 즐거움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