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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심리학 - 천 가지 표정 뒤에 숨은 만 가지 본심 읽기
송형석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연말이 되다보니, 여기저기 약속을 만들고 다닌다. 어제는 올해 알게 된 지인과 영화를 보고 왔다. 같이 저녁을 하고 커피도 마셨는데, 앉아있는 내내 불편 했다. 선배랍시고 해주는 제안은 하나도 와 닿지 않았고, 어떤 주제든 부정적으로 돌아오는 반응에 허무감만 느꼈다. 우리가 알고 지낸 기간이 짧았던 만큼, 깊이가 얄팍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래도 갑갑했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그 이유를 생각해봤다. 이유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가장 닮고 싶지 않은 모습으로 살고 있었다. 사람마다 지양하는 바가 다르고 삶의 모습이 다양할 수 밖에 없지만 싫은 순간엔 어쩔 수 없는 거다. 스스로는 어떻게 평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참 못난 사람이었다. 그래도 동정하거나, 적의를 품지는 않았다. 인생은 다양한 빛깔이구나 싶어 이후엔 외려 담담했다. 이렇게 평안을 찾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많은 부대낌과 심리서적들이 고마웠다. 싫은 사람과 오래 만나는 건 좋지 않다. 그러나 아주 가끔은 괜찮을 것 같다. 더 이상 슬프지 않을 것이다.
<위험한 심리학>은 정신과 전문의가 쓴 이상심리 책이다. 에필로그에서 참고서적 안보고 자기 머리 속 이해력으로만 두 달여 만에 썼다고 하는데, 그만큼 아주 쉽다. 예시문과 저자의 경험, 유행어와 삽화 때문에 읽기가 부담스럽지 않다. 그리고 제목에서 유추되는 느낌과는 전혀 별개다. 책은 심리학을 알면 위험한 힘을 가질 수 있다거나, 위험한 정신이상자 이야기가 아니다. 정신이상자 내용도 있지만 아주 단편적이고, 주 내용은 일상에서 부딪히는 주변인들에 대한 성향파악에 초점 두고 있다. 그래서 가볍게 읽어야 한다. 자세하고 체계적으로 대해 알고자 한다면 좀 힘 빠지는 책이다.
크게 두 파트인데 첫째 파트는 심리를 읽는 기술에 대해 썼고 둘째 파트는 이상성격과 그에 따른 대체방안이다. 개인적으로 둘째 파트보다는 첫째 파트가 재미있었는데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한 인상파악이 흥미로웠다. 선입견을 세워놓고 순간순간 드러나는 모순부분에 집중하라는 내용, 대화에서 자주 반복하는 말에 주목하라는 내용이 신선했다. 말투의 중요성과 대화의 방어 법을 눈치 채도록 알려주는 내용도 괜찮았다. 책은 나만의 질문을 만들어 놓으라고 하고, 사람은 원하는 것만 보기 때문에 본능에 쉽게 결론 내지 말고 경험과 이성적 판단을 갈고 닦으라고 해놓았다. 상대의 어법을 잘 관찰하다 보면 그 사람의 인격, 스타일, 성숙도, 언변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중요성도 다시 인지시킨다.
둘째 파트는 크게 3장으로 나뉜다. 타인의 관심에 목마른 사람, 관심 없는 사람, 타인에게 자신을 보여주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눠 써 놓았다. 관심에 목마른 사람으로는 자기애, 경계성 인격장애, 반사회성, 연극성, 산만한 사람이 포함되고,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은 편집성, 분열형, 분열성 인격 장애자가 들어간다. 타인에게 자신을 못 보여주는 이는 강박성, 회피성, 의존성, 수동공격성, 방어적 인격자 장애자들이다. 결론은 이런 이상 인격자들을 만나면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게 책의 처방이다. 그래도 접해야 한다면 각 인격 장애자들마다 대처법을 알려 주는데 어찌 보면 좀 식상하다. 이대로 한다면야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라고 칭찬 받을 것이다.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내가 봐도 내가 참 재미난 사람이라는 것이다. 가끔 4차원이라는 소리를 듣는데, 난 내가 진짜 4차원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일종의 꾸밈 성격인데, 지극히 심심한 성격의 보완책이자 장난끼의 변형이다. 날 재미있게 봐주는 사람들을 위해, 소재를 준비해 두고 기회가 될 때 살짝살짝 보여준다. 그 중에선 웃긴 가족이야기도 있지만, 책에서 얻은 웃긴 글 토막이 많다. 안부에서 겉도는 얇은 대화보다 좀 웃긴 여자가 되어 서로 웃겨주면 좋지 않은가. 일상적 질문에도 독특하게 대답하려고 노력해 왔는데, 지금은 외려 독특하게 대답하는 게 너무 자연스러워 상대를 봐가며 부드럽게 대답하려고 말을 고른다. 그런데 책에서 나의 이런 성향을 콕 찔러줘 신기하면서도 안심됐다.
책 말미에 한 사람을 파악하려면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여기서 아마추어와 프로 패셔널의 차이를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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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는 자신이 어느 정도 맞췄다는 것에 기뻐하지만, 프로라는 사람들은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을 항상 생각한다. 겸손함 없이 함부로 인간에 대해 잣대를 들이대어서는 곤란하다. (p. 2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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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내가 심리학 책을 본다. 아무리 가벼운 심리학 책도 얻어 갈게 한 두가지는 꼭 있다.
저자 송형석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drm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