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구판절판


결혼, 직장, 종교, 건강, 사회의 민주화 정도 등이 행복과 연관이 있다고 심리학 연구들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런 외부적 요인들은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들 중 단 10%에 불과하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소냐 류보머스키의 주장이다.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의 50%는 흥미롭게도 '유전적인 성격'이라는 것이다. 특히 유전적으로, 외향적이고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행복하다'고 한다
(중략)그러나 이 모두가 갖춰진다고 반드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는 게 재미있어야 한다. 사는 게 즐겁고 유쾌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재미있고 즐겁게 사는 '능력'이 행복을 결정하는 나머지 40%가 된다.-20쪽

내 삶이 행복하려면 반복되는 정서적 경험이 풍요로워야 한다. 우리가 음악회나 미술관을 찾는 이유는 그곳의 리추얼을 통해 생산되는 정서적 경험을 원하기 때문이다. 잘 차려입은 아내의 팔짱을 끼고 음악회장의 문을 열 때 경험되는 정서는 아주 특별하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낯선 곳의 낯선 문화에서 느끼는 독특한 정서적 경험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정서적 경험이 꼭 일상을 벗어나야만 가능한 것은 절대 아니다. 내 일상에서 즐거운 리추얼을 다양하게 개발하면 된다. -30쪽

'자기계발'과 관련된 후회는 남녀 간에 그리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인간관계'와 관련한 후회에서는 남녀 간에 아주 결정적인 차이가 나타난다. 남자들은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를 훨씬 더 많이 하는 반면, 여자들은 이미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를 훨씬 더 많이 한다는 것이다. (중략) 그래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스트레스 상황에 훨씬 더 잘 적응하고, 남자들보다 훨씬 더 오래 사는 것이다. -41쪽

리추얼은 일상에서 반복되는 일정한 행동패턴을 의미한다. 형태상으로는 습관과 리추얼은 같은 현상이다. 그러나 이 둘 사이에는 아주 중요한 심리적 차이가 존재한다. 습관에는 '의미부여'의 과장이 생략되어 있다. 습관은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반복되는 행동패턴을 의미한다. 반만 리추얼에는 반복되는 행동패턴과 더불어 일정한 정서적 반응과 의미부여의 과정이 동반된다. '사랑 받는다는 느낌','가슴 설레는 느낌'등등. 내 아침식사 장면에서는 아내가 따뜻한 빵을 내 앞에 두며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맛있게 먹으라고 한다. 이때, 뭔가 가슴 뿌듯한 느낌이 동반되면 그 행동은 '리추얼'이다. 그러나 그런 행동이 있었음에도 이후 전혀 기억에 없다면, 그것은 단지 습관일 따름이다. 사랑이 식으면 그렇게 된다. -28쪽

아기가 자라나게 되면, 어머니 이외의 사람들과 또 다른 정서공유의 소통 경험을 하게 된다. '놀이'다. 놀이는 어머니의 가슴에서 경험했던 의사소통의 원형이 확대되는 과정이다. 놀이에 참여하는 이들은 동일한 성질의 정서적 경험을 하게 된다. '재미'다. 놀이에서 경험되는 '재미'라고 하는 심리적 경험은 어머니의 가슴에서 경험되었던 상호주관성이 확대된 형태이다. 결국 나와 같은 철없는 중년들의 '김혜수의 가슴'에 열광은 소통 부재의 불안과 재미없는 삶으로부터 도피하려는 퇴행적 현상인 것이다.-60쪽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기억력 소퇴의 반대급부로 얻어지는 지혜는 '선택의 범위를 줄이는 능력'이다. 젊을 때는 모든 것이 풍부하고 선택의 변위가 넓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게 되면, 선택의 범위가 넓다고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불필요한 것은 아예 기억에서 지워버린다.-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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