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사춘기 - 인생 9단 엄마의 눈물이 주르르, 웃음이 푸하하 전방위 수다
김희경 지음 / 마고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며칠 전, 윤용인씨의 <심리학남자를 노크하다>를 봤었다. 책 내용 중에 제주도의 촌부가 인터넷으로 글을 올리다가 이번에 책을 냈다는 내용이 있었다. 평범한 주부가 책을 냈다는 데에 호기심이 동하여 <엄마는 사춘기>를 찾아보았다.  

감정기복이 심하지만 씩씩한 시골 촌부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웃었다. 노루를 보러 간일, 남편과의 연애이야기, 로또이야기, 백만인의 조 오빠 이야기는 훈훈했다. 노총각 진규 씨 이야기를 할 때는 너무나 휴먼적이라 뜨겁기 까지 했다. 그러나 손녀와 딸아이가 걱정되어 제주공항에서 악 쓴 일, 남편과 갈라서겠다고 싸운 일, 죽이고 싶을 정도로 개가 미워진 이야기까지 다 공감할 수는 없었다. 글 말미에 웃음코드를 남겨두고 썼는데, 저자의 밝음과 긍정성이 보여 좋았다. 중년을 넘긴 아줌마의 부끄럼 없는 활보에 많이 웃었다. 그리고 작은 것에 속상해하는 모습에서 인생을 관망하는 나이가 되도 소심함은 똑같았다.

책을 다 읽고 보니, 사람 사는 게 참 우습다. 어느 순간에도 유머는 잃지 말아야겠다는 늙은이 같은 생각도 든다. 나도 삶을 좀 더 겸허히 받아들일 때가 되면, 이런 수필을 써 내려 갈 수 있을까? 지금도 쓸 수는 있겠다만, 아직 많이 부족하고 삶에 치러야 할 비용이 많이 남았다.

가끔 궁금하다. 나는 누구와 백년해로하여 살며, 나의 새끼들은 어떤 상대를 만나 어찌 살고, 그 들의 자식들은 또 어떻게 살까 궁금타. 이럴 땐 자고 일어나면 60년 쯤 미래로 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질 못하니 먼저 산 이 들의 글을 보면서 내 미래를 가늠해 보는 것이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과 한 세상을 살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그러나 가슴이 쿵쾅거리는 연애 시절의 열병은 기억 너머의 한 조각 무지갯빛 구름만으론 버틸 수 없다. 때로는 웬수처럼, 때로는 전사처럼 싸우고 쟁취해야만 내 것인 내 가정을 만들어갈 수 있다.(중략)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며느리로서 딸로서의 역할을 다하려면 강하고 지혜로운 여자가 되어야 한다. 애타게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살더라도 이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간장이 끊어지는 아픔도, 심장이 터질 듯한 고통도 인내하고 견뎌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살다 보면 어느새 흰머리가 나풀거리고 그 때쯤이면 이 세상도 한 번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당신을 만나 행복했었노라고 그렇게 읊조리면서, 오늘의 나처럼 향기로운 차 한모금마시며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겠지.(p.94)

ps. 저자의 머리말에 수필선생으로 부터, 글의 호흡이 너무 길며 고상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내용이 있었다. 수필집에서 고상을 따져서는 진정성과 재미가 떨어지니 반색할 내용이었으나, 글의 호흡이 길긴 했다. 조금만 손 봐주었다면 훨씬 빛났을 텐데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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