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off였다. 친구와 식당에 앉아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케이블 TV를 보며 수저질을 했는데 왠 자막 글이 올라왔다. '노무현 전대통령 자살, 응급 이송중' 

처음엔 '케이블 채널에서 왜 저런 자막을 보내지?'라고 생각했다. 인지력 저하. 

식당이 술렁했다. 누군가의 리모컨 조절로 TV채널은 YTN으로 급하게 돌아갔다. 봉하마을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료영상을 보고, 그때서야 충격 받았다.  뇌물수사, 검찰 조사를 읊던 기자의 말에, 또렷히 들린 단어는 뇌출혈, 응급처치, 심폐소생술 따위였다. 영학하기 짝 없는 이놈의 직업병.

모병원에서 양산 부산대병원으로 이송 중이라는 말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떠올랐다. 급히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남은 밥을 입에 쑤셔놓고, 자리를 떴다. 바로 커피 마시러 갔다. 커피숍 중앙에 설치된 대형TV에서도 노무현 자살 뉴스가 나왔다.

카푸치노와 치즈케익을 한 입뜨며 대통령의 자살에 대해 이야기 했다. 개탄했다. 노무현 측근의 비리든, 뭐든 자살은 나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세상 더럽고 힘들어도 살아남는 게 정답이란 말도 주고 받았다. 죽은 놈만 억울한거라고 딱 잘라 말하던 친구와 함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TV로 눈을 돌릴 때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어쩔고, 어쩔고....마음이 아팠다. 

"아직 먹어보지도 못한 케익도 많은데 쉽게 세상 뜰 순 없다."를 외치고 마지막 부스러기 조각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한 방울 커피까지도 쪽쪽 빨아먹고, 살아갈 다음 날을 위해 각성했다.

잊고 있었던, 양산 부산대병원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마음이 아팠다.

 

ER:  Emergency Room; 응급실        CPR: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심폐소생술
DOA: Death On Arrival; 도착시 사망함;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에 이미 사망한 상태에 있는 경우
 

세상 참 좁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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