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하는 글쓰기 - 발설하라, 꿈틀대는 내면을, 가감 없이
박미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2009년 새해다. 새해라서 달라지는 점은 없다. 자기개발 따위, 재수정한건 없고 막연했던 작년 목표를 올해 다이어리에도 다시 옮겨 놓은 게 다다. 늘 가는 서점, 더 둘러 볼 것도 없었지만 도서상품권도 생긴 김에 새 출발 기분 내느라 갔다. 주말 서점엔 사람이 많았다. 거기다 동행했던 이의 눈치를 보느라 매대 앞에 진득히 있지 못했다. 새해를 빌미로, 열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어느 경제 경영서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다 <치유하는 글쓰기>를 덜렁 들고 와버렸다.

‘치유’라.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 붙들게 된 화두 중 하나다. 내겐 ‘공감’, ‘경청’, ‘심리’와 연결되는 단어다. 심리-에세이류는 꽤나 읽어 이젠 이력이 붙어버렸다. <치유하는 글쓰기>를 읽으면서 내가 전부터 알고 있던 내용을 재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너절한 내 리뷰에 대해서도 좀 너그러워졌다.

모든 인간은 필연적으로 상처를 받는다. 그 상처를 인정하고 극복하면서 어른이 되어 가는데, 상처보기가 쉽지 않다. 상처 돌봄 중 하나가 글쓰기다. 치유하는 글쓰기 교사로 참여한 저자가 쓴 이 책은 제목이 곧 내용이다. 상처가 많다고 생각하고 글쓰기를 즐겨한다면 유용하게 읽을 부분이 많다.    

<비블리오테라피>의 저자 조셉 골드는 인간은 자기 경험의 한계나 자신의 스토리,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 어려운데, 그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는 것이 바로 타인의 스토리라고 말한다(p. 92) 

맨 마지막 쳅터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는 잘 살기 위해서 글을 쓴다. 삶이 우선이지 글이 우선이 아니라는 말이다. 자신의 문제를 치유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가운데 글쓰기는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 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되기도 한다. ‘글쓰기’는 인간관계를 회피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중략) 상처의 완벽한 치유와 어떤 공격에도 끄덕없는 강력한 내공을 꿈꾸며 혼자 글을 써봤자 현실 속에서 얼마나 무기력한지 금방 깨닫게 된다. 글의 치유력이 놀랍다고 해도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략) 주재료는 삶이고 보조 재료가 글쓰기다. (중략) 그 모든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주체는 글을 쓰는 당신 자신이다. (p.272)

책을 읽다가 어릴 때 겪은 처연한 사건 하나가 떠올랐다.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한 사건이다. 지금에 와서 털어놓는다고 달라질 건 없지만 털어놓기엔 듣는 사람을 불편하게 할 것 같아 두렵다. 그리고 기억 차체가 왜곡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진실을 알진 못할지라도 평생 묻어두고 가야는 할 것 같다. 그래서 더 갑갑하다. 세상은 아무리 말하라고 하지만, 말하지 말아야하는 일도 있다는 걸 다시 새긴다.

<<오타>>

p. 101 진실‘은’ 것은 의견을 말한--->진실‘된’ 것은 or 진실‘인’ 것은
p. 188 나와 갈등을 겪고 있는 다양한 상대가 될 수도 ‘한’다 --->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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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2 0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과양 2009-01-12 16:52   좋아요 0 | URL
네^^ 작년과 별반 차이 없이 잘지내고 있습니다. 속삭이신 님도 잘 지내셨나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