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심리학 - 마음을 읽어내는 관계의 기술
이철우 지음 / 경향미디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심리학책을 자주 봤었다. 정확히는 대중적인 심리책을 많이 봐왔었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왠 만한 심리학책은 다 본 것 같다.나도 어찌 못하는 이드(id)가 에고(ego)의 문을 마구 두드릴 때, 심리 책은 기꺼이 문지기 역을 맞아주었다. 나체의 이드가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낯가림 심한 에고가 불안에 떨지 않도록 말이다. 

이철우의 전 작<심리학이 연애를 말하다>를 예전에 읽었었다. 그의 문체는 비유와 유머가 적었다. 촉촉함을 넘어 눅눅하기까지 한 ‘사랑’이란 주제를, 참으로 건조한 문체로 썼었다. 노학자의 정갈한 책상이 떠오를 만큼. 난 그게 신기했다. <사람풍경>의 김형경이나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의 김혜남 같은 격정적 감흥이 없는데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흥미롭게 읽게 만드는 힘이 신기했다.

이철우의 책이 또 나왔다. 인터넷으로 살까 말까를 많이 망설였다. 관계의 심리학이라니 이젠 웬만큼 알지 않은가 싶어, 잊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대형서점에 들렀고, 설렁설렁 넘겨보다가 이 문장에 동하고 말았다.

앨리노어는 어린 시절의 불행한 경험으로부터 3가지의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첫째, 나는 매력적이지 않다. 둘째, 나에 대한 누구의 애정도 지속되지 않는다. 셋째, 내가 가장 의지하는 사람들조차도 나를 실망시킬 수 있다. (p.244)

이렇게 냉랭하기 이를 때 없는 내용을 관계의 실체라고 말해주다니, 저자다웠다. 인간관계에선 절대 내편은 없으며 상황에 따라 협력과 배신을 일삼는다고 했던 지인 K씨가 떠올랐다. K씨는 이 사실을 고2때 깨달았다고 했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가 무척 혼란스러웠었다고도 했다. K씨는 30대 중반의 애 아빠이고, 그 이야기를 듣던 나는 20대 중반이었다. 난 그때도 인정하기 싫어 무지하게 혼란스럽던 중이었다. 짧은 한 줄에서 무지 했던 그 때가 떠올랐다.

책은 내가 그동안 읽어왔던 심리학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편하게 읽었다. 어느 심리학 책이라도 가치관에 대한 내용은 꼭 넣곤 하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가치관 정의는 좀 달랐다. 큰 틀에서 보며 같은 맥락이겠지만, 두루 뭉실하게 자기를 잘 찾아보라 했던 책들보다는 구체적이어서 좋았다.

‘중요한 타자가 내가 그렇게 했으면 하고 바라고 원하는 것을 자기 스스로의 행동 지침으로 삼는 것’이 가치라고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가야할 길, 그리고 참된 나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페르소나의 역할 밖에 못한다며 꼭 넘어서라고 한다. 지금의 나는 참된 나를 잘 찾은 것일까?

난 지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싶어 무지하게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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