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공연<다크서클> 보고 온지 2주일이 다 되어간다. 느긋하게 후기를 써 볼까 했더니, 계획과는 달리 느긋한 시간이 없었다. 교육과 회식에 따라 다녔더니 시간이 화살처럼 날아가 버렸다. 다행히 오늘은 휴일이고, 아무 약속도 잡지 않은 날이다.

9월 15일, 친구와 신촌역에서 만나 공연을 보기로 약속했다. 7시 40분 허둥홀 앞에서 줄을 서서 10분 정도 더 기다리다가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관객들이 객석에 앉으니, 스피커에서 신나는 음악과 소개 방송이 나왔다. 그 소개로 바람잡이 한 분이 인사를 하고 나왔는데, 한 덩치 하는 친구였다. 개그라는 것이 독한 장르인 것을 알지만, 큰 덩치에 비속어와 위협적인 말투로 분위기를 띄우려 하니 괜히 주눅이 들었다. 공연 동참을 강요하는 인상을 주고 퇴장을 해 그에 대한 인상이 안 좋았는데, 공연을 마칠 때는 귀여운 인상으로 바뀌어 있었다. 본 공연에서는 선배들에 비해 홍금보라고 놀림 당하고, 관객에게 고무줄로 맞기까지 했던 것이다.

1부는 짧게 구성된 상황 극이었다. 허둥 구단의 허둥환을 비롯해 7명의 개그맨들이 엉뚱한 상황에서 오는 부조리와 소통부재를 소재로 웃겼다. 피부미남에서 스님들의 대화에까지 다양한 상황을 연기했다. 1부는 내용보다는 애드리브가 강했다. 이 애드리브가 원래 계산된 연기인지, 아닌지가 헛갈릴 정도였다. 짧은 상황 극에선 신인들이 많이 나왔고 뒤로 갈 수록 안정적인 연기자들이 나와 야유와 호응을 유도하며 관객들을 움직였다. 1부 마지막에 영화 <JSA>를 패러디한 극을 보여주는데, 여기서도 애드리브가 많았다. 초코파이를 나눠먹는 장면에서 인상이 많이 구겨졌는데, 거기서 나오는 내 조소엔 사디즘이 섞여 있었다.

2부는 영화 <친구>를 패러디한 것이었는데 이것도 볼만하다. 장동건 역을 맡은 배우와, 유호성 역을 맡은 배우가 가장 인상이 남는다. 허둥환은 이역 저역을 오가며 눈동자를 굴리기고 다리를 떠는데, 눈알은 쏟아 질 것 같고 다리는 전기에 감전된 듯이 흔들어서 그 모습을 보면 웃지 않을 수가 없다.

<다크 서클>을 통해 개그 공연이라는 걸 처음 봤다. 무척 즐겁고 유쾌한 공연이었지만, 그 날 느낀 것은 부러움보다 안타까움 쪽이다. 개그무대는 정극에 비해서 관객의 호응에 의존하고 분위기가 좌우되기 때문에 관객 눈치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가장 빠르게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야 하고, 연기와 개그의 중간에서 균형을 잡기가 힘들지 않을까 싶다. 독하게 멘트 하고, 못 웃기면 못 웃기는 대로 웃기면 웃기는 대로 우수운 꼴 많이 보여줬던 <다크 서클>연기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ps. 공연 중간에 만난 지 200일이 되어가는 커플의 프로포즈가 있었다. 결혼식까지 약속한 커플이었는데 자기들의 프로포즈에 증인이 되어줘서 고맙다며 장미 꽃 한 송이씩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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