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남자와 결혼해도 부자가 될 수 있다
이정일 지음 / 휴먼비즈니스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이번 달이 지나면, 나와 함께 연애 논쟁을 펼치던 친구 한 명이 시집을 간다. 나와 그녀는 나이는 동갑이었지만, 연애경력에 있어선 동갑이 아니었다. 그러니 연애 논쟁은 대부분 나의 굴복으로 끝이 났었다. 나를 설복시키던 그녀가 이번에는 결혼 논쟁에서 선점하려는지, 먼저 시집을 간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다는 그 자체가 부러운데, 가끔 예비 신랑과의 애정행각을 대놓고 보여주기도 해 배알까지 뒤틀리게 한다. 가끔은 자신의 연애 경험과 자기 계발서에서 얻은 재테크 지식으로 예비 신랑을 평하는데, 들을 때 마다 심란하다. 돈 없으면 시집 장가 따위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돈이 결혼의 행복을 보장해주진 않지만, 없으면 행복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었다. 결혼 따윈 요원한 가난한 처자의 자기위로 차원에서.

가난한 남자와 결혼해도 부자가 될 수 있다니, 이렇게 시원한 명제가 어디 있나. 하지만 책 제목만 그럴 뿐 가난한 남자에 대한 절대구제 같은 내용은 없다. 가난한 남자보다는 부자이진 안더라도 꿈이 건실한 남편을 조력하는 법이 책의 내용이다. 읽다보니, 부자 아내를 다룬다는 느낌보다, 남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다루는 인상이다. 부자인 남편과 사는 아내들의 성향을 다뤘다.

“우리는 배우자가 주장을 굽히면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는 정말 잘못했기 때문에 항복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어느 한쪽이 현명했기에 배려했다는 것을 알게 되죠.”
(p. 136)


책에서 인상 깊은 대목은 “남자는 자신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는 여자를 책임질 수는 있어도, 정작 사랑할 수는 없다”는 구절에서였다. 자기 계발서라면 한 귀퉁이에 꼭 다룬 내용이지만 다시 보니 새로웠다. 책에서도 부자 남편을 위해 희생하라는 내용은 없다. 남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역할을 맡게 됐을 때 그것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도록 말한다. 그래야 남편의 부에 대해 당당히 내 몫임을 주장할 수 있다고 한다. 나도 내 몫 주장은 잘한다. 단지 그 몫이 몹쓸 정도로 작다 뿐. 이에 대해 책에 이런 글이 씌어 있다.

“열심히 살았지만 잘 안 됐어”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렇게 살았기에 그나마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부자들은 그보다 더 열심히 살았고 돈의 힘을 인정한 만큼 부자가 된 것이다. (p. 208)

책에선 가정의 안락함이라던가, 안정 따위를 생각보다는 강조하지 않는다. 그런데 부자아내들처럼 행동하면 안정을 찾을 수 밖에 없다. 남편을 이해하고 아내는 자신의 주체성을 잃지 않고, 위기가 처하더라도 인식의 힘을 믿는다면 말이다. 책에서 경계하는 것은 정체다. 눈물이 좀 나더라도 종자돈을 모으고, 재테크에 관심을 두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한다.

부자가 된다는 것은 은행 잔고가 많은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것을 갖고도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즐겁게 돈을 쓰는 법을 알아야 부자가 되는 과정을 즐길 수 있고, 부자가 되고 나서도 불행하지 않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참고, 사고 싶은 것을 충동적으로 구입하지 않고 아껴서 모은 돈을 자신이 즐거워하는 일에 마음껏 쓰자. (p.246)

자신이 즐거워하는 일에 마음껏 쓰기 위해 오늘부터 늘어진 씀씀이를 아껴 볼 필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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