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을 떠나는 친구에게

태양의 여행자 - 손미나의 도쿄 에세이
손미나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2월

안녕? 며칠 뒤면 일본여행을 떠나다니, 정말 부럽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오길 바래. 난 아는 이 없는 서울 땅에서 네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다가 삐쩍 말라갈지도 모르겠다만... (다이어트는 아직도 멀기만 하구나.ㅋㅋ)

처음 네가 일본여행을 오사카로 간다고 했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어. 그런데 점점 출국날짜가 다가오니 걱정이 되더라고. 알다시피 난 비행기 한번 안 타 본 사람이거든. 너의 즐거운  여행길에 나는 어떻게 도와 줄 수 있을지 난감했어. 그래서 나름 검색까지 해봤는데 더 난해해졌어. 오사카는 동경보다 여행 책도 적더구나. 그러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어. <태양의 여행자>라고 손미나씨가 동경 여행을 하면서 쓴 신간이야. 예전에 그녀가 쓴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읽고 꽤 감동을 받았었지. 타지여행의 청량감도 있었지만, 그녀가 보여준 꿈에 대한 용기와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나 멋있어. 비록 오사카 책은 아니지만 같은 일본이니까 비교하면서 보면 나쁘진 않을 거고, 그녀처럼 용기 있는 일을 할 테니 응원도 할 겸 책 선물로 염두 해뒀어.

책 선물을 하기 전에 내가 지키는 원칙이 하나 있는데, 그건 그 책을 먼저 읽어야 한다는  거야. 선물로 주기는 하는데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주는 건 받는 사람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해. 상대의 최소 취향도 배려하지도 않고 전하는 선물만큼 난감한 게 없지 않니. 특히나 책은 더 그렇지. 그래서 내가 주는 책 선물은 많은 시간과 상대에 대한 생각이 들어가. 뭐 거창하게 표현했지만 그래서 시간이 좀 걸렸다는 이야기야.

그런데 내가 이 책을 너에게 전하게 될지는 의문이다. 책은 여행안내보다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 많은데 이 건 네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서 말이야. 넌 인복 많은 사람이 잖아.

그 만남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좋은 인연으로 만든 두 사람의 노력에도 감사해. 일본 속담에 ‘이치고이치에’라는 것이 있어. ‘일생에 한 번뿐인 만남’이라는 뜻인데 모든 사람은 한번의 만남으로 헤어질 수 있으니 아무리 사소한 인연이라도 나중에 후회 없도록 소중히 대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여. (중략) 두 사람이 아주 작은, 그냥 스쳐 지나갔을 수 있는 인연을 평생의 우정으로 만들어놓은 거야. (p.262)

이 것 말고도 재미있고 유쾌한 에피소드들이 많아. 아마 네가 가게 될 여행처럼. 많은 여행 책들을 읽어 본 것은 아니지만 여타의 책들보다 저자의 인간미가 많이 드러나. 일본국민들은 속내를 감춘다고 하지만, 그녀의 책에선 모두 아픈 속살도 보여주거든. 이 책을 전하진 않을 거니까 책 이야기만 더 잔득 하는 구나.<태양의 여행자>말고 다른 책을 선물 할 계획인데, 혹 읽어보고 싶다면 빌려줄게. 참고로 <태양의 여행자>에 레이드 카페 이야기 나온다.ㅋㅋ

이 편지는 네가 무사히 한국으로 귀국하면 받게 될 것 같아. 미리 쓰는 편지라고나 할까. 그동안 편지를 받기만 했지만, 받는 순간은 정말 좋았어. 너한테도 그 좋은 기분이 전해질까. 이런 거 말고 좀더 멋진 편지를 써줘야 하는데 써본 적도 없고 문장력도 없어서 여기서 마칠 께. 무사히 여행 잘 다녀오고, 유쾌한 추억들 많이 만들고 오길.

2008년 2월 어느 날에
모과양 보냄

ps. 쓴소리 좀 하겠다. <스페인 너는 자유다>에 첫 자락에 나오는 일본인 부부와 <태양의 여행자>에 끝 자락에 나오는 일본인 부부는 동일 인물인 것 같은데... 이름이 다르게 나온다.

이건 뭐지?

손미나씨의 이번 출간의도가 의심이 갔다. <스페인 너는 자유다>가 베스트셀러로써 보여줬던 미덕들이 <태양의 여행자>에는 없다. 마지막 페이지에 나오는 일본관광 여행사 홍보물은 또 뭔가. 그 많은 일본 여행책 중에 ‘손미나’라는 브렌드를 선택한 것엔 나름의 이유가 있었는데, 저자는 여행작가 신고에만 신경 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