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nerist 2005-07-28  

수험생 모과양님.
처음 페이퍼를 주욱. 읽어보다 작년 생각이 나 몇 자 적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딱 여섯달 전 즈음이네요. 대학원 잠정적으로 진학을 접고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던게. 그저 많은 욕심 안 내고, 밥벌이 삼아 과외를 다니고 남는 시간에 정해진만큼 공부를 하고 그걸 마치면 서재질을 하고 책을 읽다가 그게 지칠 때면 친구들을 가끔 봤더랬죠. 운좋게도 올해 초 모처 공채에 어이어이 붙어서 그 생활을 좀 일찍 접었습니다. 돌아보면 그때 참 집 안팎으로 더러운 일을 많이 겪었지 싶은데... 이를테면 아버지께 너같은 놈하고 못사니 꺼져버리란 말을 아침 밥상에서 접시가 날아다니는 스펙터클과 함께 들었음 말 다 했죠. ㅋㅋㅋ... 근데 그게 마냐님 말씀대로 여섯달만 지나면 다 추억이더군요. 가끔 그때가, 수험생 매너가 그립기까지 한 걸 보니깐요. 힘든 일 많으시겠지만 여기저기 휘둘리지 마시길. 집중하시는 일 외에는 조금 무신경해지시는 것도 나쁘지 않더군요. 그저, 하루하루 정해진 만큼 공부를, 준비를 하고 지쳤으면 가끔씩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시켜주고. 그냥 이게 내 일이니. 하고 무덤덤하게, 하지만 꾸준하게 밀어내다 보면 좋은 일 있을거에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나오는 십여년 전 영화 보면 이런 말이 나오덥디다. 대통령을 죽이려 하던 암살미수범이 빌딩에서 떨궈지려는 걸 클린트 할배가 구해줘요. 그 암살미수범이 묻죠. "너 나같은 놈도 구해주고 싶어?" 할배 왈: "Frankly speaking, I don't. But it's my job" 그냥 그게 일이려니. 팔자이려니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묵묵히 할 거 하다 보면 어느새 무언가 달라져 있지 싶네요. 힘내시길. 그러니 조금 더 밝아지셔도 된다는. =)
 
 
모과양 2005-07-28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수험생짓 하기가 싫어졌어요. ^^ 물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시작했던 일이지만, 끓어오르는 놀자 기질이 가만 놓아두질 않더군요. 여차여차해서 목표했던 시험까지는 봤는데, 중간에 사라졌던 목표 나부랭이는 시험 종료 벨이 울릴 때까지 돌아와 주질 않았어요. 이젠 심심한 일상에 가끔씩 기억나는 사건 정도로만 되버렸네요.

수험생이란 신분이 참 어중간하더군요. 짐작하시다시피 주변 간호과 친구들은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다 됐거든요.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혼자 튀어 나갔었는지, 그래서 더 괴로웠고 그래서 늘 우울했어요. 매너님 말대로 이젠 좀 밝아져야 겠어요.

실제는, 페이퍼에 쓴 글처럼 우울한 상태로 확 꺼지는 성격은 아니예요. 글을 쓰다보니,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제 안의 껌둥이들이 왈칵왈칵 쏟아져 나와버렸네요. 특히 이놈의 알라딘에서는 더 해요!

편해서 그런 걸까요? 아무거나 주억거려도 실제보단 선하게 봐주시니까... 이유는 아직 잘 몰라요. 아마 매너님처럼 따뜻하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서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