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그만두는 법 - 우리들의 굴곡진 조직 인생과 실전 노동법
양지훈 지음 / 에이도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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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동료끼리 일체감을 느끼며 동류의식을 확인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뒷담화‘다. 그것이 ‘앞담화‘가 되지 못하고 ‘뒷담화‘가 되는 슬픈 이유는 그들이 약자의 지위에 있으며 어두운 밤 술자리에서만 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누기 때문이다. 대화는 보통 상사에 대한 주관적이고도 편견에 치우친 평가나 일과 관계없는 사생활에 대한 것들이다. 회사에서 마음에 꼭 맞는 동료와 구체적인 ‘뒷담화‘를 즐기기는 굉장히 어려운데 일단 그런 동료를 찾기가 쉽지 않고 섣부른 오늘의 ‘뒷담화‘가 내일의 ‘꼰지름‘을 통해 배신을 부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같은 편인 줄 알았는데 아닌 것이다. 실제로 회사에 우리 편, 내 편이 있는가. 먼저 승진하는 자가 자기 파벌을 만들어 수장이 될 수 있을 뿐이다 - P25

‘근로 계약의 체결‘절차는 바로 이러한 일의 속성, 일이 근로자에게 주는 다층적 의미의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 사회적 신분권을 획득하는 절차이기도 한 근로 계약을 단 한 번도 체결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지 못하는 것(실업)이나, 일방적으로 해지당하는 것(해고)은 근로자에게 월급을 받지 못한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삶의 가장 중요한 과정과 목적이 제거되거나 박탈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요컨대 일은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사회적 조건이고, 근로 계약이란 그 정체성을 구성하는 가장 필수적인 절차이다. 그러나 그렇게 채용되길 바랐었지만, 우리는 계약을 체결하는 순간 자유를 잃는 역설이 발생한다. - P39

좋은 학부에 이른 사법 시험 합격, 군법무관 복무 후 검사 임용까지, 어머니를 모시고 꿈에 그리던 검찰청에 입성했던 김 검사. 그는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던 전도유망한 법률가였다. 그런데 불과 1년 남짓한 검사 생활의 끝은 자살로 마감할 수 밖에 없었다. 남들이 보면 사소해 보이는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고인의 명예에 누를 끼치는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그는 어쩌면 남들이 보는 자신의 지위와 체면을 깊이 내면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살이라는 끔찍한 결론으르 내리기 직전에도 손에 쥔 것(검사직)을 결코 내던지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자신이 가진 것을 던지지 못해 결국 그 자신을 파괴했던 내면의 풍경은 김 검사만의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무수히 많은 ‘김 검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업무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나약하게 검사를 사직하는 것을 부모님을 비롯하여 친척, 친구들에게 당당하게 설명할 수 없었을 것이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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