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앨런 베넷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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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원제는 [The Uncommon Reader]로, 'common'에는 영국에서 '왕족이 아닌, 평민의'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uncommon'은 그에 반대되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한편 'common reader'를 하나의 의미로 보면 학자나 비평가가 아닌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 사람을 뜻하기도 하니, 그 반대의 뜻으로 볼 수도 있다. 아니, 책에서도 말하듯 이제는 아무도 책을 읽지 않으니 '책을 읽는 사람'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다'고 지은이가 던지는 걱정과 충고인지도 모른다."(p143) 옮긴이의 말은 이렇게 끝맺음하고 있다. 책의 제목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이렇게 많은 생각할꺼리를 던져줄 수도 있다는 것이 그저 놀랍다. 시험대비용 영어공부를 제외하고는 외국어 공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게 가끔, 아니 자주 후회스럽다. 특히 이런 순간이다. 책의 번역이 나빴던 것은 전혀 아니다. 재미있게 읽혔고, 내용전달도 잘 되었으리라 짐작한다. 하지만 이 책을 내가 영어 원문으로 읽었더라면 글쓴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좀더 가까이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말"에 관한 문제만은 아니다. 원문으로 읽고 내용을 이해하고, 글쓴이가 던진 "농담"에 웃을 수 있을 정도로 다른 문화의 이해가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일테다.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라는 책을 읽었다. 전체분량이 130여쪽에 불과한 자그마한 소설책이다. 글쓴이는 "영국의 극작가이자 소설가, 익살스럽고 통렬한 문체와 이야기로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하나로 추앙받고 있다."(책앞날개)는앨런 베넷. 이야기는 비교적 간단하다. 영국 여왕이 우연한 기회에 이동도서관에 들르면서 독서에 빠져들게 된다는 내용. 현재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를 모델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지만 상당부분은 글쓴이가 창작한 동화같은 이야기. 책을 읽다가 궁금해서엘리자베스 2세에 대해 검색해보니, 1926년 생으로 현재 85정도의 나이이고, 52년에 왕위를 계승했으니 60년 가까이 영국의 왕위를 지키고 있는 인물이다. 글쓴이는 그 영국여왕에 대해 호감어린 태도로 그녀가 독서에 빠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을 동화같은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책의 삽화 탓일까 나이는 많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할머니 같은 여왕이랄까. 개인의 취향에 앞서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하는(!) 국왕이기에 그녀의 독서는 주변에 영향을 주고 때로는 "염려"를 가져오게 했을 뿐 아니라 더러는 충격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뒤늦게 발견한 책읽기에 재미에 빠져들게 된다. 스스로를 "만학도"라고 부르면서...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재미는 "어느날 문득 발견한 독서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또한 여왕은 어떤 책을 읽으면 그 책이 길잡이가 도어 다른 책으로 이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문들이 계속 열렸고, 바라는 만큼 책을 읽기에는 하루가 너무 짧았다."(p28) 와 같은 문장은 읽는 즐거움을 얼마나 잘 표현한 것인가.. 글에서 자주 발견하게 된다. 글쓴이의 독서에 대한 예찬을... 나 역시 독서의 즐거움을 약간은 알기에 이 책을 읽으며 곳곳에서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유쾌한 책이었다. 영국문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좀더 있었더라면 책 읽는 재미가 훨씬 더 컸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약간의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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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녀
손창섭 지음 / 예옥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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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를 초월한 막장 드라마를 보다?

 

  언젠가부터 "막장드라마"라는 말이 유행이다. 불륜을 초월한 패륜적인 요소는 물론이고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과도한 설정까지 저런 이야기가 현실 속에서 있을 수 있을까 싶은... 그런 "막장" 설정을 욕 하면서도 중독성(?)이 있어 보게 되는 그런 드라마. 드라마를 잘 챙겨보지 않는데, 책을 통해 막장을 접하게 될 줄이야...

 

  손창섭의 장편소설 [삼부녀]를 읽었다. 손창섭이란 이름을 들으며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잉여인간]이다. 고등학교 땐가 읽었던 것도 같은데 내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으면서도 "잉여인간"이란 제목 자체가 무척 선명하게 머리 속에 새겨져서 지워지지 않는 작품이었다. 음. 그 잉여인간을 썼던 손창섭의 작품이다. 사실 손창섭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읽게 되면서 그에 대해 좀더 알 수 있었다. 그는 1922년 평양 출생이란다. 앞서 말한 "잉여인간"으로 1959년 동인문학상을 받았고, "1960년대 초반부터 작품활동이 뜸해지다가 1973년 홀연히 일본으로 떠났다."(책 앞날개), "최근까지 아내와 함께 도쿄에서 거주해 오던 그는 2010년 6월 지병으로 타계하였다."(책앞날개)는 안타까운 이야기까지 알게 된 것도 물론 이 책을 통해서다. 그랬구나..

 

   널리 알려진 작가가 이렇게 종적을 감추고 묻혀서(?) 생을 마감했던 것, 청소년 필독 소설이라고 알아왔던 [잉여인간]을 썼던 사람이 이렇게 "막장드라마"적인 소설을 쓰기도 했었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놀랐던 두 가지다. 이 책은 그가 일본으로 떠나기 직전 한국에서 썼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1969년 12월 30일부터 1970년 6월 24일까지 모두 29회에 걸쳐"(p242) [주간여성]이라는 잡지에 연재했던 작품이다. 작품을 연재했던 주간여성이라는 잡지의 성격이 그러하듯 이야기는 "세태적 통속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p244).  지금으로부터 40년전에 씌여진 작품이 어떻게 이렇게 파격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까 싶을 정도로 혀를 끌끌 차게 하는 이야기라 읽는 내내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주인공은 40대 후반의 강인구.  여동생의 남편과 불륜행각을 일삼다가 발각이 난 뒤로도 죄의식이라고는 없는 아내와는 이혼한 상태. 보경, 보연 두 딸과 식모와 함께 나름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던 그였지만 아내가 다시 그들 앞에 나타나면서 그의 가정은 다시 한번 혼란스러워진다. 강인구 또한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여대생과 원조교제를 하게 되고, 이혼 후 다방을 차린 그의 전처는 남자 관계가 복잡하기는 변함이 없고. 친자식처럼 키웠지만 그의 딸이 아니었던 보경은 지금의 시각으로 봐도 놀라울 정도로 자유분방한 이성관을 가지고 있다. 그런 가족들을 보면서 혼란해하는 보연. 결국 두 딸은 각자의 길을 찾아 집을 떠나 버리고 강인구는 여대생 경희와 한 집에서 계약 교제를 벌이고, 거기다 친구가 죽으면서 부탁한 딸 경미까지 한 집에서 살면서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 헉....! 뭐 이런 막장들이 다 있냐 싶을 정도로 놀라운데 더군다나 이 글이 씌인 시점이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이라는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만약 이 글을 드라마로 만든다면 욕 많이 먹겠다 싶을만큼....

 

  40년 전의 글을 보면서 그 시대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쓰러진 친구에게 병문안을 가면서 강인구와 친구가 선물로 구입한 것은 "과일통조림과 계란"(p153) 몇 꾸러미였고 강인구와 친구가 일과 후 종종 들러 스트레스를 푸는  곳은 "색시"가 있는 "요정"이었다. "통행금지 시간"이 있는 시대였고, 강인구가 여대생과 원조교제를 하면서 지불하는 금액은 한 달에 "6만원"이었다.

 

   이 글을 발굴(?)해 내어 다시 펴낸 서울대학교 국문과 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인 방민호 교수는 책 말미에서 "'막장 드라마'의 이면"이라는 제목으로 이 글에 대해 분석하고 있는데. 글쎄다.. 이면까지는 잘 모르겠고, 내게는 그저 놀랍고도 파격적인 시대를 초월한 "막장 드라마"로 이 글이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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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의 역사 100년 고려사 5부작 100년 시리즈 1
이수광 지음 / 드림노블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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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의 역사 100년

 

   다른 분야의 책에 비해서 역사책을 즐겨 읽는 편인데, 내가 읽어온 역사책의 대부분은 우리 나라의 역사에 관한 것이고, 그 역사책들의 7,8할은 조선사에 관한 것이다. 유독 조선사에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시중에 나오는 대중적인 역사서의 대부분이 "조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국사를 배우면서도 "고려"라는 나라에 대한 밑그림을 제대로 그리지 못했던 것 같다. 조선과 비교해서도 결코 짧지 않은, 실로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많은 시대임에도 고려사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너무 적어서 늘 아쉬웠다.

 

  이번에 읽은 책은 [굴욕의 역사100년]. 그간 대중적인 역사서를 다수 펴낸 작가 이수광의 "고려사 5부작 100년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다. 특이하게도 고려의 역사 500년을 몽골 간섭기로부터 오히려 역으로 거슬러올라가면서 시리즈로 펴낼 모양이다. 고려사에 관한 대중적인 역사서를 기다려왔던 터라 우선 반갑다. 그러나 다소 아쉽다. 주제넘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시중에 나오는 역사서의 대부분이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에 의해 씌여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왕이면 역사를 전공한 사람들이 쓴, 내용적인 면에서도 좀더 충실하고, 그러면서도 흥미라는 요소도 놓치지 않는 그런 책을 자주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뭐, 어쨌든 각설하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고려의 역사는 23대 고종으로부터 31대 공민왕까지의 이야기로, 고려 후기 100년 정도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내 것, 우리 것이 타인의 것보다 자부심을 느낄만한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나만 바라는 것은 아니니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몽골 간섭기의 고려의 역사는 자부심을 느낄만하다기보다는 숨기고 싶은 치욕적인 역사라 읽으면서 자주 혀를 차게 됐다.

  아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에까지, 역사상 가장 넓은 제국을 이룩했다는 칭기스칸의 후예들이 고려의 역사에까지도 영향력을 미쳤다. 그리하여 "충"자가 시호로 들어가는 6명의 왕이 있었던 고려 후기, 고려가 몽골(원)의 부마국으로 전락했을 때의 이야기가 책에서 펼쳐진다. 부인에게 맞고 사는 왕, 고려의 왕이면서도 고려에 머물지 않았던 왕, "발피" 혹은 "망종"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웠던 왕. 아쉬운 순간순간이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예전에 "폭군"에 관한 책을 읽다가, "공민왕"을 폭군으로 분류하고 있는데서 의아해했던 기억이 난다. 교과서에서는 고려말기의 개혁군주로 배웠던 기억이 있는데 공민왕이 폭군이라니... 그 책의 글쓴이는 "광기의 유전"이라는 말을 했었던 것 같다. 고려 후기 왕실에 흐르는 광기가 공민왕에게도 유전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랑했던 왕비의 사망 이후 가려져있던 그 광기가 폭발적으로 드러난 것 같다는.....사실 그 때는 이해가 안 됐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그러니까 공민왕 선대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다 보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다.  

 

  팩션형 역사서를 자주 써온 글쓴이의 글이라 그런지 소설 같이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었다. 그간 잘 몰랐던 고려의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책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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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로마제국 쇠망사 청소년을 위한 동서양 고전 6
에드워드 기번 지음, 배은숙 옮김 / 두리미디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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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는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서양사 관련 개설서를 읽다보면 꼭 한번은 등장하는 에드워드 기번이라는 사람도 궁금했고, 그가 쓴 [로마제국 쇠망사]가 어떤 책이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책 [청소년을 위한 로마제국 쇠망사]는 18세기 영국의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이 쓴 [로마제국 쇠망사]를 원저로 해서, 배은숙 교수가 쓴 책이다. 그러니까 한 권의 책에서 두 가지 맛이 난달까... 처음 이 책을 손에 쥐었을 때는 단순히,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번역본이 아닐까 싶었다. (사실 그 편을 더 바랬던 것이 사실이다. ) 이 책의 시작부분 일러두기에는 "이 글은 E. Gibbon, The History of 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London : Oxford Unversity Press, 1903)를 편역하고 해설한 것입니다."라고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책은 오히려 편역자의 로마제국에 관한 글에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인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내가 바랬던,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원문 보다는 편저자인 배은숙 교수의 로마제국에 관한 강의가 더 큰 틀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이 책은 두리미디어의 "청소년을 위한" 동서양 고전 시리즈 중의 한 권이기도 하다. 앞서도 이 시리즈의 책을 몇 권 읽어봤는데, 쉬운 설명과 다양한 볼꺼리로 책장이 잘 넘어갈 뿐만 아니라 유익했다. 이 책 [청소년을 위한 로마제국 쇠망사] 역시도 그런 책이었다. 주제 하나하나 로마의 역사에 대한 강의를 듣듯 그렇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었다. 컬러판의 다양한 사진 자료는 물론이고 내용과 관련한 재미있는 삽화 또한 책읽기에 흥미를 붙이게 하는 요소이기도 했고..  

 

  이 책에 앞서 얼마전에 로마제국의 역사를 다룬 책을 읽었다. 비잔틴 제국에 관한 책을 읽은 적도 있다. 보통의 역사책들이 로마제국을 이야기할 때, 서로마제국이 멸망하는 476년까지만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서로마제국의 멸망 이후의 동로마제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상당부분을 할애해 설명하고 있다. "서로마제국의 몰락까지 400여년의 역사를 38개의 장에 걸쳐 쓰면서, 유스티니아누스 1세 황제 대부터 콘스탄티노플 함락까지 900여 년에 이르는 역사는 그보다 적은 33개의 장으로 마무리지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기번이 서로마 제국에 비해 비잔틴제국의 역사를 너무 소홀히 다루었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것입니다.( p13) 그렇구나. 그래도 비잔틴 제국의 역사를 로마제국의 역사에서 다루지 않는 책들보다는 상당한 양이 아닌가...

 

  이 책이 내가 읽었던 앞서의 로마의 역사를 다룬 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로마제국의 내리막길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는 것. 그리고 에드워드 기번과 그의 [로마제국 쇠망사]에 관한 여러가지 상식을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 번역본은 다음에 또 읽어볼 날이 있으리라.. [로마제국 쇠망사]의 입문서 내지는 안내서로서 읽기 좋을 책 [청소년을 위한 로마제국 쇠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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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와사 1 - 일본이 말하는 일본 제국사, 1926~1945 전전편戰前篇
한도 가즈토시 지음, 박현미 옮김 / 루비박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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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적어서, 가까이 있는 나라임에도 참 낯설게 느껴진다. "일본"에 대해서 배울 기회가 별로 없었다. 일본 문화가 그나마 이 정도로 개방된 것도 불과 십여년 안팎의 일이고, 일본의 역사는 임진왜란을 배우면서 잠시, 그리고 일본의 식민지를 겪어야 했던 36년간의 치욕적인 근대사를 배우면서 접한 것이 거의 전부다. 그래서인지 일본은 낯설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은 존재다. 

 

  일본이란 나라가 참 궁금했다. 우리 입장에서 본 일본의 역사가 아니라 일본인들은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참 궁금했다. 두 권짜리, 900여쪽을 훨씬 넘는 분량임에도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일본인이 쓴 일본 역사. "일본이 말하는 일본 제국사"가 부제인 [쇼와사 昭和史].  "'쇼와'란 일본 히로히토 천황 시대의 연호로서 쇼와사는 1926년부터 1989년까지의 역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단순히 시기를 구분 짓는 의미를 넘어 시대의 상징적`문화적인 코드까지 함축하고 있다." 고 한다. 이 시기는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식민지배를 당한 시대와도 일정부분이 겹치기 때문에 일본의 역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까지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선뜻 펴든 책이기도 하다.

 

    [쇼와사昭和史]를 쓴 이는, 한도 가즈토시. "작가이자 수필가, 역사소설가. [쇼와사] 출간 후 일본에서 크게 유명세를 탔으며, 일본 근현대사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양식있는 지성, 영향력있는 논객으로 유명하다."(책앞날개)는... 1930년생인 글쓴이는 자신의 삶의 궤적과도 상당부분 일치하는 쇼와사를 자신의 경험을 적절히 섞어가며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전체 두 권으로, 1권에서는 1926년부터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선언까지, 2권에서는 1945년 이후 1989년까지의 일본의 역사를, 정치사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학교에서 쇼와사를 거의 배우지 못했습니다."(1권 p447)는 편집자의 설득으로 쇼와사 강의를 위한 교습소를 열어 진행한 수업의 내용을 책으로 묶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1권,2권 각각 15개의 강의로 구성되어 있으며, 2권에서는 1989년까지의 쇼와사 전부가 아니라, 1973년정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권 전전편은, 사실 읽기가 어려워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일본근현대사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어서이리라. 1권에서는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주로 일본의 대내외적인 전쟁과 관련한 것들이었다. 그러다보니 내겐 낯선 인명과 지명, 사건의 연속이라 낯설기도 하고 너무 지엽적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본인이라면 자국의 역사니까 이 정도면 입문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외국인 독자를 상대로 기획된 책이 아니니까 말이다. "지은이 한도 가즈토시는 일본의 영향력 있는 논객이자 작가로서 보수와 진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일본인이 일반적으로 가진 역사의식을 솔직하게 객관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도 본래의 의미를 해치지 않기 위해 다소 우리의 시각이나 의식과 다르더라도 가능한 한 원문에 가깝게 번역했다. 오히려 일본인의 역사의식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는 일러두기 그대로이다.   이 책을 펼쳐들면서 나는, 일본의 역사도 궁금했지만 일본의 지식인이 당시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식민지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을까가 무척 궁금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야속하다 싶을만치 한반도에 대한 식민지배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2권 전후편은 1권에 비해서 쉽게 잘 읽혀나갔다. 1권에서처럼 전쟁이나 내겐 낯선 일본 정치인들의 인명이 많이 나열되어 있지 않기도 했고, 일기나 신문, 자서전 등 다양한 사료를 통해 일본의 전후 역사를 생생하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후 폐허가 된 일본. GHQ 점령하의 일본인들이 겪었던 패배감. 그렇지만 한국전쟁이라는 "신풍神風"을 통해 경제적으로 기사회생하게 되는 이야기며 눈부신 경제성장에 관한 이야기까지..

 

  일본은 이런 시대를 살아왔구나. 배경지식의 부족으로 이 책의 전부를 내 것으로 소화시키진 못했지만, 가까운 나라 일본의 근현대사를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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