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기억하는 세계 100대 제왕 역사가 기억하는 시리즈
통지아위 지음, 정우석 옮김 / 꾸벅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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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가 기억하는 세계 100대 제왕.
오랜 역사. 수많은 나라들. 인류사에 존재했던 많은 왕조 중에서 100명의 뛰어난 왕을 추려내기란 쉽지 않을 터. 관점과 가치관에 따라서 중요한 인물로 선정하는데에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 골라낸 100명의 왕들은, 글을 쓴 "통지아위"라는 인물의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인물일테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펼치자마자 아쉽다는 생각이 든 이유는 "통지아위"라는 저자에 대한 소개가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보통 책앞날개에는 글쓴이에 관한 대략의 정보가 나와있기 마련인데, 이 책 앞날개에는 옮긴이에 대한 설명 뿐 원저자에 대한 소개가 없다.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이라도 알아야 글쓴이가 왜 이런 사람들을 대표적인 제왕으로 추려낸 것인지 짐작이라도 해 볼 수 있을텐데 말이다. 아쉽다. 글쓴이가 책을 쓰게 된 동기 따위를 담은 머리말도 이 책엔 없다. 그래서 그 아쉬움이 더 컸다.

 

  책은 머리말 없이 차례 다음 바로 본문으로 이어진다. 일일이 세어보진 않았는데 글쓴이가 추려낸 100대 세계 제왕에 관해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전체 분량은 314쪽. 분량이 버거운 책은 아니다. 컬러판으로 수록된 다양한 사진자료가 큼직큼직하게 실려있어서 내용의 이해를 돕고 있는 깔끔하게 만들어진 책이기도 하고. 책의 제목 때문에 이 책에 실린 인물들이 왕조국가의 "왕"이었던 사람들에 대한 열전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왕이 아니었던 한니발이나 교황 우르바노 2세, 교항 인노첸시오 3세 등이 실려 있는 점은 의외였다. 글쓴이는 글자 그대로의 "왕"이었던 인물이라기보다는 한니발과 같이 뛰어난 군사전문가나 유럽 중세의 역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 교황 역시도 "왕"으로 꼽을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위대한 역사가로 불리우는 사마천 역시도 공자나 진승의 전기를 "열전"이 아니라 제후들의 전기인 "세가"에다 수록했다고 한다. 무엇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역사를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것이겠지.

 

  이 책은 사전 같은 책이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해나가기는 다소 어려웠다. 앞 뒤 인물이 연결성을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만 시간 순으로 중요한 인물들을 주르륵 나열해놓은 식이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기도 어려운게 오스만 투르크를 세운 "오스만 1세"(1258~1326)와 헝가리와 폴란드의 국왕이었던 루이 1세(1326~1382) 사이에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였던 람세스2세(BC1314~1224)가 실려있는 점이다. 이런 부분은 출판사측의 실수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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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건축 서양 건축 함께 읽기 - 임석재 교수의 대중을 위한 건축 강의
임석재 지음 / 안그라픽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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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는만큼 보인다?

보는만큼 안다? 글쎄다. 어느 쪽일까? 아는만큼 보이는 걸까 보는만큼 아는 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고민했다. 임석재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의 책 [우리 건축 서양 건축 함께 읽기]를 읽었다. "이 책은 1999년에 [우리 옛 건축과 서양 건축의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책을 새롭게 내놓은 것이다."(p8)고 한다. 10여년전의 책을 개정해서 다시 낼 정도라면 전작의 인기가 대단했던 모양이다.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인다."던가. 평소 "역사"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은 내가, "건축"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을 굳이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이 책에서도 "역사"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은 촛점이 빗나간 욕심 때문이다. 예전에 뭣도 모르고 답사라고 다니던 때 내겐 어렵게만 느껴지는 우리 건축물 각 부분의 이름이나 의미, 그리고 낡은 건축물이 주는 역사적인 혹은 미적인 의미를 전혀 몰랐고, 몰랐기 때문에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저 선배들이 그렇다면 '그렇구나'하고 넘어갔을 뿐 고민도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나마 보고 돌아다닌 덕분에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도 빛바랜 사진처럼 남아있는 내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있는 인상깊은 건물들이 있다. 그 추억에다 지식을 곁들일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펴들었던 책이다.

 

 전체분량 500쪽에 가까운 책이지만 컬러판의 사진이 많이 실려있어서인지 생각보다는 책장이 훨씬 잘 넘어가는 책이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그 성격이 드러나지만 우리 건축물과 서양의 건축물을 비교하고 있는 책이다. 1:1의 대등한 비교라기보다는 내가 봤을 때 글쓴이는 우리 건축물에 대한 설명을 기본으로 하고 그와 아울러 비교해볼만한 서양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설명을 곁들이고 있는 듯하다. 비율로 따지자면 우리 건축물 : 서양건축물 = 7 :3 정도랄까.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진다. 1부 건물구성요소, 2부 건축의 구성원리, 3부 건물의 감상법.

 

   초두효과인지 모르겠지만 책의 첫 부분인 1부 건물구성요소 부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답사라는 명목으로 많은 옛 건물들을 보고 다녔으면서도 사실 나는 무엇을 "아름답다."고 하는건지 그 의미조차 몰랐던 건물들이 많다. 이 책의 1부 건물구성요소 부분에서는 주로 절과 서원 등의 건물을 중심으로 지붕과 처마, 기둥과 담 등 건축물의 부분부분을 "보는" 법을 찬찬히 설명해주고 있어 내겐 많은 도움이 됐다.

  생활하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한옥, 그러나 글쓴이는 한옥을 불편하다고 생각하면서 우리가 놓쳐버린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옛 건물들이 가지는 자연과의 조화, 신경쓰지 않은 듯하지만 사실은 많은 생각을 담고 있는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예전엔 무심코 보아넘겼던 것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한번도 관련지어 생각해보지 못한 서양건축물과의 비교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많은 사진이 실려있지만 글쓴이가 보고 생각한 바를 그대로 느끼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내가 그 현장에서 글쓴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옥산서원, 병산서원, 개심사. 글쓴이가 서서 바라본 그 각도, 글쓴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그 느낌을 가질 수 있는 현장에서 이 글을 읽으면 더 와닿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으니, 이젠 보는만큼 알 수 있도록 글쓴이가 말하는 건축물들이 있는 곳을 차례차례 답사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쓴이의 이런 말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어느 한쪽에서 다른 쪽에 영향을 끼쳤다는 일방통행식 시각을 버려야 할 때이다. 결국은 동서양 모두 사람 사는 문제와 자연을 바라보는 문제에 대해 동일한 고민을 해왔다고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양쪽 문화 속에 숨어 있는 지혜를 골고루 다 볼 수 있다. 세계는 점점 동양이나 서양 어느 한쪽 문명권의 문화만 가지고서는 불완전한 채로 남을 수밖에 없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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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백제 - 700년의 역사, 잃어버린 왕국!
대백제 다큐멘터리 제작팀 엮음 / 차림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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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어느 역사교수님이 말씀하셨다. 고대사는, 누구 말이 더 그럴 듯하냐를 두고 겨루는 내기 같은 것일 수도 있다고. 그리고 얼마전에 읽은 역사책에서는, 구소련에는 이런 냉소적인 농담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는 걸 보며 공감한 적이 있다. "과거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미래보다 과거가 더 예측하기 어렵다."라는. 역사라는 주제에 크게 관심이 없었을 때 나는,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이야기는 모두 "사실"인 줄 알았다. 당연히 그럴 꺼라고 믿었기 때문에 의심해봐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역사는 "암기과목"이므로 교과서에 나오는 "사실"을 달달 외우면 된다고 생각했고, 많이 기억할수록 역사공부를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역사책에 관심을 두고 적으나마 지금껏 꾸준히 역사책을 읽어오면서 그런 생각이 정말 잘못된 것이라는 걸 요즘에야 깨닫는다. 역사는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거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미래보다 과거가 더 예측하기 어렵다."는 구소련의 농담은, 내겐 결코 농담이 아닌, 다양한 역사관을 보여주는 진실을 담고 있는 말로, 머리속에 남아있는 것이다.

 

  [대백제]라는 제목이 붙은 책 한 권을 읽었다. "대백제 다큐멘터리 제작팀 지음"이라는 지은이 소개와 "SBS, 대전방송 역사 스페셜 다큐멘터리! 잃어버린 왕국, 대백제"라는 소개문구를 보건데 책 출판 이전에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모양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보다는 다큐멘터리로 봤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책의 성격은 제목에서 이미 잘 드러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그냥 백제가 아니라 대백제다. 백제라는 고대 국가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이 담긴 책 제목이고 내용 또한 대부분 그러한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니까 광활한 영토를 누비고 다녔던 씩씩한 고구려와 최종 승자이자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신라 사이에 끼여, 결국엔 일찌감치 멸망해버린 작은 나라 백제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철저히 부숴버리겠다는 의도가 드러는 그런 책이랄까. 방송에서 사용된 듯한 동영상 자료를 캡춰한 사진들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백제문화에 대해 "최고", "최첨단", "최강의 하이테크 국가", "최대"의 표현을 쓰고 있는 이 책은, 사실 깊이감은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천황가나 일본문화의 상당부분이 백제에서 유래했다는 주장, 그리고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백제문화에 대한 "찬양"은 결코 균형잡힌 역사관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글쎄다. "민족이나 국경의 개념을 고대에 그대로 투입시키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일본의 역사이고 백제의 역사다."(p43) 그런 생각의 차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사진자료로 볼꺼리는 풍성했고,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역사적인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크게 평가하고 싶은 책이다. 그러나 백제의 역사에 대한 깊이있는 공부를 기대했던 탓일까 높은 점수를 주지는 못할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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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의 식탁을 탐하다
박은주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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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는 주제의 책이다. 에세이를 곁들인 요리책은 가끔 봐왔지만 이 책은 그런 책과는 또다른  성격의 책이다. 한 분야의 대가를 이룬 이의 삶을 이야기하는 책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삶을, 그들이 즐겼던 음식과 연결짓고 있기도 하고, 그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기도 하고, 요리와 관련된 용어를 설명하기도 하는. 이런 표현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음식으로 비유해보자면 "짬뽕"맛이 나는 책이랄까.

 

 글쓴이는 박은주. 기자다. 신문사의 "엔터테인먼트 부장"으로 "잠자리에 누워 다음날 점심,저녁 메뉴짜기, 요리책 보기만 하기, 요리 먹으며 감동하거나 욕하기 등이 취미 중 하나"(책앞날개)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는. 글은 무겁지 않다. 가볍게 읽을만하다. 글쓴이 역시도 재미있고 가볍게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 것 같다. "이 책이 독자의 다음 끼니에서 약간의 화젯거리가 될 수 있다면, 꽤나 큰 영광이겠다."(p9)는 머리말의 마지막 문장을 보자면...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13명의 대가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그런데 이야기의 초점이 되는 것은 13명의 대가의 삶과 함께 한 "요리"다. 글쓴이는 꽤 여러 분야의 글을 참고해서 이 책을 썼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상의 인터뷰 형식인 탓에, "그 혹은 그녀가 직접 하지 않은 말도 들어갔다."(p9) "당신이 먹은 음식을 말해보라,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주겠다."는,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어보았지만 남들은 이미 다 아는, 브리야 사바랭이란 사람의 유명한 말이 있단다. 그렇구나.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그런 관련성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즐겨먹는 음식과 그 사람의 생의 관련성을.

 

  13명의 대가들 중 동양인은 소동파와 호치민 둘 뿐이고 나머지는 서양인들이다. 호치민과 쌀은 그나마 익숙한데, 소동파의 동파육은 내겐 낯선 음식이고, 그 외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서양인 대가들의 음식들도 대부분 내겐 낯선 음식들이라 책을 읽으며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듯한 즐거움이 있었다. 글쓴이는 대가들이 즐겼던 음식을 소울 푸드(soul food)란 용어를 사용해 설명하고 있다. soul food라.. 발자크에게는 커피가, 로시니에게는 송로버섯이, 엘비스 프레슬리에게는 정크푸드가, 마르셀 프루스트에게는 마들렌이, 헤밍웨이에게는 모히토가 소울푸드였다. "외로웠던"이라고 일반화해도 될지 모르겠다만, 영혼이 외로웠던 예술가들, 그들의 지친 영혼을 위로했던 소울푸드에 대한 이야기는, 가볍고 경쾌하게 쓰인 글 속에서도 왠지 모를 짠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소울푸드란, 뭔가 거창한 게 아니라, 어쩌면 자기의 가장 비참한 인생이 아름답게 녹아 있는 그런 음식들인지도 몰라요. 가난한 소년의 기억은 가수왕이 된 나에게는 영원히 아프고 영원히 그리운 기억이었는지도 몰라요."(p185)라는 앨비스 프레슬리의 말은, 그리고 그 말과 나란히 실려있는 "청년 시절, 엘비스 프레슬리가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는 모습(1958)"이란 제목이 붙은 사진과 함께라서 더욱  그랬다.

 

   기자가 쓴 글이라 그런지 인물이나 음식 이외에도 문학과 예술,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재미난 이야기꺼리가 함께 녹아들어 있어, 읽으면서 "포만감"이 들었던 책이다. 책을 덮으며 생각해 본다. 나의 소울푸드는 무엇일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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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알려주는 문화유적 안내판 - 고궁, 박물관, 왕릉까지 한 권으로 완전정복
구완회 지음 / 낭만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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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가 알려주는 문화유적 안내판.

주변에 있는 꼬마들을 보면 가끔 자신의 "아빠"에 대해 과장해서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아빠는 말야..."하고 늘어놓는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그 아이의 아빠는 슈퍼맨이다. 꼬마가 바라는 거의 모든 것을 다 해 줄 수 있는, 자상하고 친절할 뿐만 아니라 능력있고, 아는 것 많고, 할 줄 아는 것 역시 많은 그런 다재다능함을 갖춘 사람. 실제로 그러기 힘들텐데 말이다. 아이들의 바람이겠지. 우리 아빠가 그랬으면 좋겠다는... 아닌가? 아이들 눈에는 아빠가 정말 그렇게 보이는 걸까.   [아빠가 알려주는 문화유적 안내판]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그런 슈퍼맨 같은 아빠들의 모습이 먼저 떠올랐다. 초점이 조금 어긋나는 것 같지만 숙제를 대신 해주기도 한다는 다소 극성맞은 엄마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아이의 방학 숙제를 심지어는 전문업체에 맡겨서라도 완성도 있는 과제물을 제출한다는 이야기까지 듣고서는 놀랐던 기억도 난다.  난 사실,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는 것에 반대한다. 자기 일은 스스로 하도록 해야지 부모가 평생 따라다니며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우선 점수 좀 잘 받아보겠다고 아이에게서 스스로의 삶을 살아나갈 싹을 잘라버리는 일인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아.. 이야기가 너무 딴데로 흘렀구나. 이 책이 그렇게 극성스런 부모를 대상으로 한 책이 아닌데 말이다. 아이들의 숙제를 대신(!) 해주는 따위의 일은 강력히 반대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부모의 모습에는 적극 찬성한다.  [아빠가 알려주는 문화유적 안내판]은 그런 면에서 참 바람직한 부모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와 함께 고궁, 박물관, 왕릉을 거닐며 역사이야기, 사람이야기, 인생이야기를 재미있게 해 줄 수 있다면 아빠가 얼마나 멋있어 보이겠냐는 말이다. 글쓴이는 구완희.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대안학교 등에서 아이들에게 역사와 여행을 가르쳤"던, "지금은 그 둘을 연결하는 행복한 작업을 하고 있다."(책앞날개)는 사람.

 

  이 책은 주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역사 기행이다. "아빠가 먼저 읽고, 아이와 함께 문화유적을 돌아보며 역사를 재미있게 이야기해주는 책!"이라는 설명이 이 책의 성격을 가장 잘 대변해주고 있는 표현일 것이다. 책의 구성은 각각의 유적에 대해 "알고 가면 좋은 이야기"를 통해 개괄적인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고, 그 다음으로 답사장소를 둘러볼 수 있는 "추천코스"를 지도와 함께 간략히, 그 다음엔 본격적으로 관람에 대한 정보와 그 곳에 가면 볼 수 있는 "안내판"을 그대로 옮겨싣고, 안내판의 내용 중 어려운 부분을 아빠가 해설해줄 수 있게 쉽게 풀이하고 있는 식이다. 물론 유적지에 대한 사진도 컬러판으로 제공하고 있고. 아빠가 미리 공부하고 아이와 함께 유적지에 가서 이렇게 설명해 준다면, 아이는 아빠를 앞으로도 계속 슈퍼맨으로 여기지 않을까 싶다.

 

   역사를 전공한 글쓴이의 글이라 그런지 깊이있으면서도 쉬운 설명이 마음에 들었다. 역사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잘 몰랐던 옛 건축물과 관련한 상세한 설명도 도움이 됐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이야기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p213)와 같이 글쓴이가 역사해석의 방법론을 알려주는 것도 무척 좋았다. 역사는 한 가지의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 책의 장점을 말했으니 이번엔 단점도 얘기해보련다. 단점이라기보다는 아쉬운 점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역사기행이다보니 책에서 다루어지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조선시대에만 한정되어 있다는 것. 다음에는 다른 지역의 문화유적 안내판에 대한 책도 써줬으면 좋겠다. 그러나 글쓴이가 친근하고 쉬운 설명을 위해 일부러 그렇게 쓴 것이겠지만, "ㅋㅋ"나 "ㅎㅎ" 혹은 "(?)"와 같은 인터넷 용어의 남발은 보기에 다소 거북했다. 132쪽의 셋째줄, "성종의 형님인 원산대군"은 "월산대군"으로 수정해야 할 것 같고, 176쪽의 셋째줄 '상복위'는 '상위복'으로, 304쪽 선릉 안내판의 둘째줄에 나오는 "정종"은 문맥상 "성종"이 맞는 것 같다.

 

  다음에 부모가 되었을 때의 내 모습이 이 책을 쓴 이와 비슷했으면 좋겠다. 함께 역사 공부하는 부모를 위한 안내서. [아빠가 알려주는 문화유적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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