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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ㅣ 카르페디엠 1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윤정주 그림 / 양철북 / 2008년 3월
평점 :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나도..
예전에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어"라는, 이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제목만은 선명하게 기억나는 드라마가 있었다.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다? 것보다 나는 사실 선생님처럼 살기 싫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도무지 말이 통하질 않아. 외계인 같은(?) 그 녀석들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사회생활을 가르치는 걸 보면 선생님들이 대단하게도 여겨지지만, 어떻게 하루종일 저 답답한(?) 아이들하고 같이 지낼 수가 있겠나 싶었다. 중고등학교 선생님들 역시 힘들어보기이기는 마찬가지. 좀 컸다고 말 안 듣는 건 기본이요, 버릇없고 제 멋대로인 녀석들. 게다가 하루종일 분필가루에 먼지 날리는 교실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는 것 힘들어보였다. 특히 고등학교 때는, 대한민국 인문계 고등학교만의 특성일런지도 모르겠다만, "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보다는 "선생님, 집에 다녀 오겠습니다."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장시간의 학교 생활. 아침 7시부터 저녁11시까지, 물론 교대 근무이긴 하셨지만 0교시 수업은 물론이고, 보충수업에, 야간자율학습 감독까지 학교에서 일한다기보다는 "산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선생님들 보면서, 안 돼 보였었다. 학생으로 학교에서 생활한 것만도 차고 넘칠 지경인데, 직업으로 학교에서 평생을 생활한다는 것. 정말 너무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꼈다. 학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보람과 재미를 알기 때문에...
이 책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는 "하이타니 겐지로"라는 일본인 작가의 책이다. 작가이기에 앞서 "17년 동안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쳤고, 아이들의 글을 엮어 [선생님, 내 부하가 되라]라는 책을 펴냈다."(책앞날개)는 교사였다. "형의 죽음과 교육 현실에 대한 고민으로 교사생활을 그만두고 오키나와로 떠"났다가 "여행에서 돌아온 하이타니 겐지로는 1974년,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를 발표"(책앞날개)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벌써 펴낸지 40년 가까이나 되는 글임에도 그 시간적 격차를 별로 느낄 수 없는 책이이었다.
이야기는 H공업지대 안에 있는 쓰레기 처리장과 이웃하고 있는 히메마쓰 초등학교에서 펼쳐진다. 고다니 선생님과 아다치 선생님 그리고 처리장에서 일하는 부모를 둔 가난한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고다니 선생님은 스물두살의 신참 여교사, 아다치 선생님은 (이야기 내에서 나이가 정확히 나와있지 않지만) 중년의 남자 선생님. 표지에 그려진 아이는 말도 없고, 공부에도 큰 흥미는 없지만 파리 기르기를 좋아하는 데쓰조라는 녀석이다.
새내기 교사인 고다니 선생이 환경적으로 불우한 이 학교의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만들어내는 갖가지 이야기들이 이 책의 뼈대가 된다. 처음에는 더러운(!) 파리를 애완동물처럼 기르는 데쓰조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오히려 그 파리 사육을 통해 데쓰조와 가까워지게 되고, 데쓰조가 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비록 한 달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미나코라는 장애아와 고다니 선생 반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게 되면서 도움을 주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방법과 함께 생활하는 방법을 스스로 깨닫기도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볼 수 있고, 데쓰조의 할아버지를 통해 언급되는 조선인 김용생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일본 지식인의 일제 식민시기에 대한 반성이 표현되어 있기도 하다.
'효과가 있으면 하고 효과가 없으면 안 한다'는 생각을 합리주의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이 것을 인간의 생활 방식에 적용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인생입니다. 그 인생을 이 아이들 나름대로 기쁜 마음으로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목표도 여기에 있습니다.'(P192)라고 아다치 선생의 입을 빌려 나온 어느 수녀의 말은, "학교"라는 공간과 선생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말이었다.
"가르친다는 것은 두 번 배우는 것이다." 요즘 내가 몸으로 느끼고 있는 말이다. 예전엔 선생의 역할이 일방적인 "가르침"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오히려 아이들을 통해 선생이 더 많이 배운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를 읽고 난 어느 교육대학교의 여학생은 "나는 이 책이 싫습니다. 이 책을 쓴 작가가 밉습니다."(p7)고 감상평을썼다고 한다. 고다니 선생같은, 아다치 선생 같은 그런 선생이 된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일테다. "지금까지 수백만 명이 넘는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일본 문학계에 숱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주범으로, 수많은 모방작과 비판작을 낳게 한 문제작"(p8)이라는 더할나위 없는 찬사를 받고 있는 이 책을 통해 나 역시, 나 자신을 한번더 돌아보게 된다. 학교와 학생과 선생. 그 이야기의 끝이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라는 말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