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마고우 오성과 한음 - 빛나는 우정과 넘치는 해학으로 역사가 되다
이한 지음 / 청아출판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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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첫머리 제목이 "그들은 정말 죽마고우였을까?"다. "3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린 것으로 기억한다."(p6)며 글쓴이가 회상하고 있는 이야기는 오성과 한음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하지만 그 "3학년"이 초등학교인지 중학교인지는 모르겠으되 글쓴이와 나는 같은 교과서로 공부한 세대는 아닌 모양이다. 내 기억에 오성과 한음의 이야기를 교과서에서 배운 적은 없다. "어른들에게 전해 들었던, 아니면 책이나 인형극, 혹은 만화책에서 봤던"(p12) 적은 있었던 것 같지만...

 

  그러니까 이 책의 기획의도는 흔히들 알고 있는 그 오성과 한음의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었고 실존 인물인 오성과 한음, 그러니까 이항복과 이덕형의 실제 이야기를 들려주겠노라는 것이 되겠다. 글쓴이는 "이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넘치는 보석의 바다' 역사에서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를 찾고 있다, 무엇보다도 보는 이로 하여금 재미있고 쉽게 역사에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책 앞날개)라고 하는.. 그런 글쓴이가 쓴 책이라 그런지 일단 그래. 재미있다! 뭐 굳이 그런 의도를 가진 글쓴이가 아니더라도(글쓴이에 대한 폄하는 절대 아니다!) 조선시대의 사대부라면 떠올려지는 그런 고지식하고 근엄함의 소유자가 아닌 재치있고 해학이 넘치는 인물 "이항복"이라는 재미있는 이야기꺼리를 제공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니 재미가 없을래야 없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흔히들 알고 있는 어린 시절의 그 죽마고우로써의 오성과 한음의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항복과 이덕형은 어른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만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우정과 끈끈한 인간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후세에 그런 이야기가 확대재생산된 모양. 마치 조지 워싱턴의 정직함을 상징하는, 그의 아버지가 아끼던 나무와 관련한 그 일화가 실제로는 없었던 일인 것처럼... 이항복과 이덕형은 선조와 광해군 대의 정치인으로, 임진왜란과 광해군 대의 혼란한 정국에서 국정을 운영했던 인물. 글쓴이는 이 책에서 일반에 알려진 "민담"도 소개하고 있지만, 것보다는 실록 등의 역사서에 드러나는 두 인물의 실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더 힘을 쓰고 있다.

 

   이덕형이 앞서 말했던 "조선 사대부의 전형"이라면 이항복은 재치와 해학이 넘쳤던 인물.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이덕형도 이항복도 무척 "매력적인 인물"이라는 것. 특히 이항복의 그 유머러스함은 '조선시대 사대부 중에도 이런 인물이 있었구나' 싶은 "새로운 발견"이랄까....... "이렇게 잘 싸우는데, 이리도 용맹한데! 만약 동인에게 우리나라 동해안을 지키게 하고 서인에게 서해안을 지키게 한다면 왜적이 단 한 발자국이라도 이 땅에 디딜 수 있겠습니까?"(p111) 그가 던지는 시의적절한 농담은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인간관계도 두루 넓었고 특별히 적대적인 인물도 없었던 사람. "잠깐 웃어봤자 괴로운 현실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마찬가지로 화내고 슬퍼해 봐야 해결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차라리 웃으면 조금 덜 슬퍼하고, 덜 화내고, 덜 괴로워할 수 있다. 여기에 오성이 한 농담의 묘미가 있다."(p159)

 

  이덕형과 이항복이라는 두 흥미로운 인물 뿐만 아니라 선조와 광해군대의 조선의 역사까지 알 수 있어 좋았던 책. [죽마고우, 오성과 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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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사나이거든 풋뽈을 차라 - 스포츠민족주의와 식민지 근대, 개정판
천정환 지음 / 푸른역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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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가 되어야 했던 조선의 역사. "식민지"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어둡고 답답해서 비분강개해야할 것 같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지.. 이 시대를 다룬 책들을 보면 오히려 재미있다!! 수동적이고 비참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뭔가 꿈틀대는 듯한 역동성이 느껴지기도 하고, 활기차 보이기도 하니 말이다. 물론 일본이 주장하는 식민지근대화론에 찬성하는 쪽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악랄하면 악랄해질수록 그에 대한 반동으로 형성되는 식민지인들의 저항이 "살아있음"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면, 그 시대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자의 철없는 감상으로 치부되려나...!

 

   재미있는 제목의 책을 한 권 읽었다. [조선의 사나이거든 풋뽈을 차라]!!  "'사나이거든 풋뽈을 차라'는 [개벽](1920년 11월호)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p141) 글쓴이는 그 앞에다 "조선"이란 말을 덧붙였다. 제목부터 재미와 호기심을  던져주고 있는 이 책의 글쓴이는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국 근대 소설 독자와 소설 수용양상에 관한 연구>(2002)로 박사학위를 받았다"(책앞날개)는 "천정환". 그리고 이 책은 "[끝나지 않는 신드롬 : 친일과 반일을 넘어선 식민지 시대 다시 읽기](2005)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전체 다섯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는 "1926년"과 "1936년"이라는 매우 격동적인 두 해를 중심으로 식민지 시대의 문화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은 근대의 "체육"과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체육" 뿐만 아니라 그를 중심으로 한 문화사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지금의 맞춤법으로 보자면 다소 우스광스럽기까지 한 당시 자료들을 적절히 섞어가며 글쓴이가 풀어놓는 이야기보따리는 무척 흥미롭다.

 

   이 책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1936년의 손기정 신드롬"이다! 손기정(1위)과 남승룡(3위) 선수가 이루낸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의 쾌거는 일본의 자랑꺼리였다. 아니다. 조선의 자랑꺼리였다!  "오오, 나는 외치고 싶다! 마이크를 쥐어잡고 / 전세계의 인류를 향해서 외치고 싶다! / "인제도 인제도 너희들은, 우리를 약한 족속이라 부를테냐??"(p72) 심훈이 쓴 시다. 손기정과 남승룡 뿐만 아니라 이 시대 조선인들은, 식민지배하의 울분을 스포츠로 토해내기라도 하듯 놀라운 성과들을 거둔다. 그리고 "국민"들은 열광한다. "국가는 스포츠를 통해 백성을 "국민"으로 만들기를 원했고, 백성들은 스포츠라는 재미있고 새로운 의례 혹은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국가라는 틀 속으로 자신을 가두었다."(p99)  2002년의 여름이 보여준 그 열광의 도가니를 떠올리니 동의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말이다.

 

   서양인에 대한 열등감을 해소하는 수단으로서 일본 역시 스포츠에 열광했으나 식민지 조선에서는 더욱 큰 의미를 가졌던 스포츠. 손기정의 마라톤 승리. 그리고 일장기 말소 사건. 1926년 마지막 왕이었던 순종의 죽음이 초래한 조선사회의 소용돌이까지... 결코 침울하지 않았던 식민지시대 조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솜씨에 단숨에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글쓴이가 인용하고 있는 다양한 사진자료와 문학작품, 신문 등의 자료는 책을 읽는데 재미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시대상을 알 수 있는 유익한 자료이기도 했다.

 

    식민지 하의 스포츠 역사가 궁금하거든 이 책을 읽어라!! [조선의 사나이거든 풋뽈을 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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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사 이야기 교과서 쏙 한국사 들여다보기 1
이소정 지음, 원성현 그림, 이영식 감수 / 리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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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이란 게 별 것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그 이름이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중고등학교 때 역사를 배우면서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를 배웠다. 고구려, 백제, 신라, 그리고 통일신라. 그 시대를 배우면서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라는 이름에 포함되지 않는, 가야와 발해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배웠고, 소홀히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 [가야사 이야기]는 어린이 책이지만, "어른"인 나도 배울 것이 많겠다는 생각에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기도 하다.

 

  표지가 동화책의 그것과 같은 "양장본"이고 주독자층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것 같지만,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훑어보아도 괜찮을 것 같다. 전체 분량은 70쪽 남짓. "5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가야", "가야인의 삶", "가야 문화의 우수성", "가야의 인물"등 전체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양한 삽화와 만화, 사진 등의 볼꺼리가 가야의 역사를 서술하는 글과 함께 실려 있다.

 

   우리의 역사이지만, 당대인들이 남긴 기록이 적은 탓에 가야의 역사를 다른 "삼국"의 역사와 같이 자세히 복원해내기는 힘든 듯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가야의 역사를 비교적 소상히 그려내고 있다. 가야의 여러 나라들이 중국의 선진문물을 차지하기 위해서 서로 싸웠다는 "포상팔국의 난"은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어본 이야기이다. 가야인들이 "성형수술"을 했다는 것이나 안전한 해상활동을 위해 "문신"을 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이 책 4장 "가야의 인물"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은 모두 넷인데, "김무력" "문무왕" "김유신" "우륵"이 그들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문무왕과 김유신은 가야의 인물이 아니라 신라의 인물이고, 김무력과 우륵 두 인물만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가야인이라 그 부를만하다. 가야에도 분명 많은 사람들이 살았을텐데, 역사에 남겨진 선명한 이름이 적다는 사실은 많이 아쉽다. 520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을 영위했던 가야이건만 소위 말하는 "중앙집권"국가로 통합되지 못하고 지역적으로 분열했던 탓에 남겨진 기록이 적어 그런 모양이다.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가야의 역사를 흥미로운 볼꺼리들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가야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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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인의 나라 3
신봉승 지음 / 선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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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권, 전체 1300여쪽에 달하는 분량에 펼쳐들기가 겁이 났던 책이다. 하지만 "신봉승"이라는 글쓴이의 이름은 그간 역사서적을 통해서도 자주 접해왔던터라, 역사공부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시작할 수 있었다. "이동인은 30세의 아까운 나이로 헐벗고 가난한 조국 조선의 근대화를 위해 불꽃처럼 살다가 사라진 선각이지만, 이 땅의 교과서에는 단 한줄도 나오지 않는다. 이 점에 대해 나는 역사학자들의 무책임을 수없이 질타해왔다. 이동인이 없었다면 김옥균, 박영효, 홍영식, 서광범, 서재필 등 개화파의 젊은이가 탄생될 수 없다."(머리말 중) 음... "이동인"이라는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은 있는데, 역사교과서에서 비중있게 다루었던 인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느 강의에선가 스쳐지나가는 이름으로 듣고 말아버렸던가...

 

    역사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염려스러운 부분은 어디까지가 사실인가를 판단할 식견이 아직 내게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소설의 주인공 "이동인"에 대해서는 "개화승"이었다는 정보 정도만 알고 있었던터라 글쓴이가 하고 있는 이야기 어디까지를 역사적인 사실로 봐야할 것인가 고민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한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이야기책이라고 해야할까나....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백과사전을 통해 "이동인"이라는 이름을 찾아봤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그의 거의 모든 이야기들이 백과사전에 기록된 "사실"에 가깝다. 한편의 역사서라고 해도 될만큼 "사실에 충실한" 소설책이었다면 이 책에 대한 소개가 될런지...

 

   이야기는 1866년,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를 공격한 "병인양요"로부터 시작된다. 물밀듯이 밀고 들어오는 제국주의 열강들의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조선의 안타까운 사정을 눈으로 확인한 어린 승려 이동인. 개화 1세대인 유홍기를 만나면서 그는, 서양 제국주의와 세계사의 큰 흐름을 이해하게 되고, 조선의 "자주개화"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다. 그러나 결국 그는 행방조차 묘연한 채로 실종되어 버리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맺는다. 책에서는 이동인과 유대치(유홍기) 등의 개화1세대와 유대치의 사랑방에서 신학문을 공부하던 김옥균, 박영효 등의 개화2세대들의 개화에 대한 열정을 꼼꼼히 그려낼 뿐만 아니라 그들과 대척점에 서 있던 당시의 권력자 흥선대원군에 대한 이야기, 메이지유신 이후 급진적으로 서구화되고 있는 일본에 대한 이야기까지를 상세히 그려내고 있다. 글쓴이가 이동인을 "위대한 선각자"라고 지칭하는데서 이미 드러나고 있지만 이 책에서 그려진 수구세력의 대표주자 흥선대원군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고집불통의 늙은이로 그려진다. 당시 개화세력에 대해서는 매우 우호적인 시각에서, 수구세력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시각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흥선대원군과는 정치적 노선을 달리했던 민비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글쓴이의 안경을 통해 본 조선 후기의 국내외 사정은 그야말로 "안타까움"이다. 시대의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는 한심한 수구세력 때문에 이 나라의 근대화가 늦어졌다는 아쉬움이 책 곳곳에 드러나 있달까.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글쓴이가 독자에게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과 이후의 결과까지도 자료를 덧붙여 함께 생각해볼 것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이었다.  

 

   이동인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그가 그리던 나라로 간 것일까.  이동인이 그렇게 사라져버리지 않았다면 이 나라의 근대사는 다른 모습이었을 수 있을까. 책을 덮으며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개항기의 우리 역사를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한편의 역사다큐멘터리 같은 소설. [이동인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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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 - 의열단, 경성의 심장을 쏘다! 삼성언론재단총서
김동진 지음 / 서해문집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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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강점시기의 역사서를 읽으면서 그 시대상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뛴다. 이렇게 치열하게 살다 간 사람들도 있구나, 그들과 비교하면 나는 얼마나 일상의 편안함에 젖어 사는가 하는 반성. 그리고 상상해보기 싫은 상황이지만, 만약에 정말 운이 없어 만약에 내가 그 시대를 살아가야했다면 나는 어떤 삶을 택했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기도 한다. 일신의 편안함을 버리고, 독립이라는 목표를 향해 내 모든 걸 바칠 수 있을까. 내가 가는 그 길이 가시밭길임을 뻔히 알면서도 무작정 뛰어들 수 있을까.. 다행히도 그 시대를 살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안다. 일제강점은 끝이 있다는 걸... 하지만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 끝이 보이지 않았을 테다. 그 끝을 알기에 욕할 수 있다. 매국노라고, 친일파라고,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한 나쁜 인간들이었다고... 그러나 내 삶을 그 시대상황으로 밀어넣고 보면, 나는 친일파가 되지 않을 거라고 말하기 힘들다. 이야기로만 들어도 끔찍한 그 고문을 이겨내며 독립운동을 했을 거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고나니, 예전에 국사시간에 그저 암기의 대상으로만 스치고 지나갔던 그 독립투사들 이름 하나하나가 새삼스럽다. 그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통해 멋진 사나이들을 만났다. [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 부제는 "의열단, 경성의 심장을 쏘다!". 세계일보 기자 김동진이 "2008년 6월 블로그에 논픽션 극장 "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로 연재를 시작해 3년만에 단행본으로 묶"(p8)었다는 책이다.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했던 김상옥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의열단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책이다. 책을 읽으며 몇번이나 "멋지다!"를 연발했다. 영화보다도 더 영화같은 이야기들, 멋진 사나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절로 가슴이 고동치는 듯 했다.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이겠지만, 책에 실린 사진자료의 그들은 왜 또 그렇게 잘 생겼는지... !!

 

   "김상옥은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에 뛰어들기 전인 1918년 무렵만 해도 영덕철물상회를 운영해 3,4만원이라는 거액을 모았다. 당시 2층 집 한 채가 약 8000원 정도였으니 상당히 큰돈이었다. 그 돈이면 상옥 일가는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독립운동에 투신한 뒤 사정은 달라졌다. 자신이 망명자로 전락한 것은 물론이고 가족까지 경찰에 여러 번 잡혀가 온갖 고초를 당했고, 가세도 크게 기울었다."(p82). 그리고 그는 종로경찰서 폭탄 투척 혐의로 경찰과 대치하던 과정에서 결국 자결로 삶을 마감했다. 그의 향년은 불과 서른넷. 그 젊음과 용기와 치열함이 가슴 저리는 슬픔으로 기억될 것 같다.

 

   책의 전반은 김상옥의 이야기로, 후반부는 결국 실패로 마감해야했던 의열단의 국내 잠입 작전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의열단을 이끌었던 김원봉의 나이가 당시 불과 스물 너댓이었다는 게 놀라웠다. 그의 삶의 마지막이 비참했다는 사실은 안타까움으로 기억될 것 같다. "황옥"이라는, 그간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던 독립운동가의 발견은 이 책을 통해 얻은 소득 중의 하나다.

 

   의열단 활동 전반에 관해, 그리고 그 단장이었던 김원봉의 삶에 대해서, 김상옥 말고도 다른 의열단원들의 면면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지만 책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 부분은 더 찾아보고 공부해야겠다. 치열한 삶을 살다 간 의열단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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