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의 역사 100년 고려사 5부작 100년 시리즈 1
이수광 지음 / 드림노블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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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의 역사 100년

 

   다른 분야의 책에 비해서 역사책을 즐겨 읽는 편인데, 내가 읽어온 역사책의 대부분은 우리 나라의 역사에 관한 것이고, 그 역사책들의 7,8할은 조선사에 관한 것이다. 유독 조선사에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시중에 나오는 대중적인 역사서의 대부분이 "조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국사를 배우면서도 "고려"라는 나라에 대한 밑그림을 제대로 그리지 못했던 것 같다. 조선과 비교해서도 결코 짧지 않은, 실로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많은 시대임에도 고려사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너무 적어서 늘 아쉬웠다.

 

  이번에 읽은 책은 [굴욕의 역사100년]. 그간 대중적인 역사서를 다수 펴낸 작가 이수광의 "고려사 5부작 100년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다. 특이하게도 고려의 역사 500년을 몽골 간섭기로부터 오히려 역으로 거슬러올라가면서 시리즈로 펴낼 모양이다. 고려사에 관한 대중적인 역사서를 기다려왔던 터라 우선 반갑다. 그러나 다소 아쉽다. 주제넘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시중에 나오는 역사서의 대부분이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에 의해 씌여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왕이면 역사를 전공한 사람들이 쓴, 내용적인 면에서도 좀더 충실하고, 그러면서도 흥미라는 요소도 놓치지 않는 그런 책을 자주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뭐, 어쨌든 각설하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고려의 역사는 23대 고종으로부터 31대 공민왕까지의 이야기로, 고려 후기 100년 정도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내 것, 우리 것이 타인의 것보다 자부심을 느낄만한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나만 바라는 것은 아니니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몽골 간섭기의 고려의 역사는 자부심을 느낄만하다기보다는 숨기고 싶은 치욕적인 역사라 읽으면서 자주 혀를 차게 됐다.

  아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에까지, 역사상 가장 넓은 제국을 이룩했다는 칭기스칸의 후예들이 고려의 역사에까지도 영향력을 미쳤다. 그리하여 "충"자가 시호로 들어가는 6명의 왕이 있었던 고려 후기, 고려가 몽골(원)의 부마국으로 전락했을 때의 이야기가 책에서 펼쳐진다. 부인에게 맞고 사는 왕, 고려의 왕이면서도 고려에 머물지 않았던 왕, "발피" 혹은 "망종"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웠던 왕. 아쉬운 순간순간이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예전에 "폭군"에 관한 책을 읽다가, "공민왕"을 폭군으로 분류하고 있는데서 의아해했던 기억이 난다. 교과서에서는 고려말기의 개혁군주로 배웠던 기억이 있는데 공민왕이 폭군이라니... 그 책의 글쓴이는 "광기의 유전"이라는 말을 했었던 것 같다. 고려 후기 왕실에 흐르는 광기가 공민왕에게도 유전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랑했던 왕비의 사망 이후 가려져있던 그 광기가 폭발적으로 드러난 것 같다는.....사실 그 때는 이해가 안 됐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그러니까 공민왕 선대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다 보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다.  

 

  팩션형 역사서를 자주 써온 글쓴이의 글이라 그런지 소설 같이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었다. 그간 잘 몰랐던 고려의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책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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